스스로 강정주민 된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삶 그린 책 펴내
‘다시 길을 떠나다’ 17일 저녁7시 강정서 출판기념회 개최

달동네 ‘괭이부리말’에 사는 가난한 이웃들 삶을 구석구석 착실하게 그린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가 이번엔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힘을 싣고 있는 문정현 신부를 그린 ‘길 위의 신부 문정현, 다시 길을 떠나다’를 펴냈다.

‘길’을 화두로, 또는 좌우명으로, 삶의 운명으로 받아들여 살고 있는 문정현 신부.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하느님을 따르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선택이 아닌 운명으로 받아들여 유년시절을 보낸 문 신부가 민주화 현장에서 소위 ‘운동권 신부’나 ‘깡패 신부’로 낙인(?)찍혀 살아온 40년 세월을 기록한 책이다.

강정마을회(회장 강동균)와 극단 ‘평화바람’에 따르면 문정현 신부의 삶을 다룬 ‘다시 길을 떠나다’의 작가 김중미 씨가 강정마을을 방문, 17일 저녁7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조촐하지만 행복한 출판기념회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 '길위의 신부 문정현, 다시 길을 떠나다' 김중미 지음. 도서출판 낮은 산. 340쪽. 1만6000원. ⓒ제주의소리

언제부턴가 ‘문정현’ 이름 석 자는 이 시대를 사는 가장 뜨거운 이름으로 불린다.

부안이 그랬고, 대추리가 그랬다. 용산이 또한 그랬고, 이제 다시 제주 강정마을에서 힘 없고 서러운 민초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는 문정현 그다.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종이밥’ 같은 문학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가 김중미는 문 신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문정현 신부님은 힘 없는 농민과 노동자들의 벗으로, 대추리.용산.강정마을에 이르기까지 항상 작고 약한 이들 곁에 끝까지 남는 벗으로서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입니다. 어느 순간에도 어떤 상황에도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라도 몸을 내던져왔던 사제입니다. 이 책은 그런 그 분의 삶을 기록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한국 현대사의 치열하고도 아픈 기록이기도 합니다”

1985년 전북 장수의 장계성당 주임신부 당시 ‘소값 피해보상운동’과 ‘부당조세 시정운동’ 주도, 1988년 전북 익산 창인동성당의 ‘노동자의 집’ 책임신부 부임 후 익산 수출자유지역의 노동자들 노사분쟁 해결, 1989년 임수경 방북사건 때 친동생 문규현 신부를 마치 제물로 바치듯 북으로 파견 보내야 했던 가슴 아픈 사연과 당시 상황 등은 문정현 개인의 역사가 아니라 그대로 우리 현대사의 한복판인 것이다.

▲ 김중미 작가 / 사진출처 = 다음 카페 '프라하의 봄' (http://cafe.daum.net/springprague)

지금은 강정마을 주민으로 살고 있는 문정현 신부. 한때 대추리 주민이었고, 이제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으로 살고 있다. 몸이 불편한 그가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가 선물한 작은 스쿠터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강정마을 곳곳을 누비며 날마다 생명평화기원 미사를 올리고 있다. 오직 강정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면서.

이 책에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노순택이 2000년부터 문정현 신부의 모습을 담아온 사진들도 함께 실렸다. 권력의 횡포 앞에서 분노하는 사제의 모습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인심좋은 동네 할아버지 모습까지 모두 담아냈다.

한편 강정마을회와 ‘평화바람’은 17일 저녁 출판기념회에 이어 18일 오전 11시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에서 생명평화미사가 끝난 후 조촐한 출판기념 잔치와 헌정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기사제휴/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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