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의 좌충우돌 노래야그-4]

내 생애의 모든 것 알고 계신 주님
내 생애의 모든 것 살피시는 주님
내 생애의 모든 것 당신께 드리니
내 생애의 모든 것 받아 주시옵소서

어디에 앉아 있어도 당신 알고 계시며
어디를 걸어가도 살피시는 임마누엘 주님

내 생애의 모든 것 당신께 드리니
내 생애의 모든 것 받아 주시옵소서

-내 생애의 모든 것, 이형진 가브리엘 

 

세상 수많은 이가 관계를 맺고 산다. 그들은 서로 다른 생김새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기만의 독특한 삶을 사는 이가 있고,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오늘은 전자를 만나보자. 자기만의 독특한 삶을 사는 이. 한곳에 멈춰서 도는 쳇바퀴처럼 주어진 틀을 만들어 놓고 그것이 최고인양 살아가는 이에게 일침을 가하는 이. 유쾌, 상쾌, 통쾌한 화법으로 아침이 오기까지 친구들과 밤을 사랑하는 이. 오늘은 그런 이를 만난다. 가톨릭CCM의 살아있는 작곡자이자 가수이자 산 증인인 이형진 가브리엘을 만난다. 그와 함께한 통쾌한 말들을 함께 나눠보자.

▲"음반 작업시 기획, 제작, 유통을 따지면 기존 메이저 기획사와 하면 편하지만, 그 후에 따라오는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요즘은 음반제작할 때 본인들이 직접 기획, 제작, 유통을 한다"고 전하는 이형진 씨[오른쪽].(사진/이지아 크리스티나)

"내가 뭔데 주님을 알겠냐. 주님이 나를 아는 것이지"
상도 못 받은 곡이 제일로 인기..'내 인생의 모든 것'


차를 타고, 한남대교 밑을 지나 장충단 공원 옆 아파트에 도착한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아메리카노 커피 두 잔을 들고 나온다. 그와 나무 밑 벤치에 앉아 두시간 가량 이야기를 한다.

“형! 고맙네. 바쁠텐데. 술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 들어야 하는데, 제가 편도가 심하게 와서, 미안해요. 대신 담에 거하게 쏠게요. 저번에 전화로 말했던 것처럼, ‘내 생애의 모든것’과 관련해서 자유롭게 얘기좀 해줘요. 이 바닥(가톨릭CCM) 얘기도 해주면 더 좋구..아무튼..”
“그래, 그래, 너도 잘지내지. 수고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박신부님도 잘 계시지? 인사 가야 하는데. 내가 이렇단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라고 했지?”
“네, 형. 보통 다른 교회내 신문들이 기관지 형식과 내용을 가지고 있잖아요. 하지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좀 달라요. 음..좀 삐딱하다고나 할까. 누구의 눈치도 안보는 화끈한 인터넷가톨릭뉴스예요. 쉽게 말해, 교회에 대해 진보 좌파라고 해야하나. 생명, 평화, 인권에 대해 변화와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곳이예요.”

“야!! 나도, 원래 그래. 내가 출판사랑 교회와 많이 싸우는 사람이잖아. 너가 알듯이. 아무튼 잘왔다. 커피마시고…그러니까. ‘내 생애의 모든 것’이 20년 넘었지.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안양시에 있는 중앙성당에 다닐 때야.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데, 미사시간에 그당시 주임신부님이신 김화태 신부님께서 임마누엘 주님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론을 하셨지. 거기서 ‘팍’하고 느낌이 온거야. 그리고 곡을 만들었지. 가사는 자연스럽게 곡에 의해 쓰여져 갔고. 처음에는 ‘임마누엘 주님’으로 했다가, 후에 ‘내 생애의 모든 것’으로 바꿨지.”

“형, 가톨릭CCM안에 있는 닐세데카가 부른 ‘You mean everything to me’네요. ‘당신은 나에게 모든 것’ 입니다. 뭐 이런 뜻이네요”
“아냐. 그 반대야. 내가 주님을 만나서 내 모든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님께서 내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말이지. 내가 뭔데 주님을 알겠냐. 주님이 나를 아는 것이지..”
“아, 그렇구나. 멋진데요. 그노래가 1990년데 초반에 제가 Tape로 처음 들었어요. 성바오로미디어에서 제작한 ‘제1회 창작성가공모곡’이란 곳에 있었지요? 그때 대상은 임석수 신부님의 ‘그 길’이였고, 형노래가 금상이였나요?”
“아니, 그 노래는 아무 상도 못 받았어. 오히려 ‘당신은 아는가’가 동상을 받았지. 내가 그때 4곡을 성바오로에 보냈거든. ‘내 생애의 모든 것’ ‘당신은 아는가’ ‘너무 멀어 갈 수 없나’ ‘낮은 자 되게 하신 주’. 근데 3곡이 입상됐고, 한 곡이 동상을 탔지. 근데 사람들이 ‘내 생애의 모든 것’을 가장 좋아하더라구”

“형, 돈 많이 벌었겠네요. 3곡이나 입상하고, 그 Tape는 저도 가지고 있듯이 많이 팔렸잖아요.”
“야! 그 당시 그런게 어딨어. 공모할 때 입상하면 그 돈만 받을 때지. 지금이야 음반기획을 할 때 구체적으로 계약을 하지만, 그땐 그런 게 아예 없었지. 솔직히 말하면 예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음반기획자와 가수들과의 관계가 그다지 원만하지 못한것도 사실이야. 음반 최초 작업시 기획, 제작, 유통을 따지면 기존 메이저 기획사와 하면 편하지만, 그 후에 따라오는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거든. 그래서 요즘은 음반제작할 때 본인들이 직접 기획, 제작, 유통을 하잖아. 아무래도 음악을 하는 사람이든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이든, 사업성과 직업성으로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요즘도 껄끄러워. 하물며 20년 전에는 더 심했지”

“형, 그렇다면, 음반판매에 대한 추가이익이라고 해야 하나? 그 지분은 받지 못했나요?”
“지금도 그렇지만,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낸 곡은 그때부터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리지. 기획사, 제작사의 소유물로 되어 버린다는 말이야. 그래서 그 당시 음반판매에 대한 지분은 아예 없다고 보면 맞을 거야.”
“그렇구나. 형!. 근데,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렇잖아요. 그래도 음반이건 출판이건 저작권자와의 법적인 하자가 있으면 내용물에 대한 절판을 하거나, 형식적으로 나마 사과의 인사를 하잖아요. 하지만 교회 내에서도 법적 구속력을 휘두르며 오히려 상대적 약자의 등뒤에서 매끄럽지 못한 주종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도 많이 있잖아요. 교회가 오히려 발벗고 개발이니 재시공이니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명동성당도 그렇고, 우리 동네 성당들 재시공하는 것 보면 그렇고. ..아유..형. 제가 ‘내 생애의 모든 것’도 좋아하지만, 형 노래중에 제일 많이 부른 노래는 ‘낮은 자 되게 하신 주’였어요. 그 노래도 설명좀 해줘요”

'낮은 자 되게 하신 주'..
작곡자 허락도 없이 앨범에 노래 넣는 제작자
곡을 빼거나 보상을 요구해도 소용 없어


“야야. 그 얘기 하지도 마. 나 완전 나쁜 놈 됐었어. 내가 뭐 돈을 밝힌다는 둥, 교회를 무시한다는 둥.. 너도 알다시피, 제3회 창작성가공모곡 <눈물 보다 웃음이>라는 앨범에 ‘낮은 자 되게 하신 주’가 들어가 있잖아. 나는 앨범 나오고 나서 깜짝 놀랐어. 내 노래가 거기 있는 거야. 그 노래는 내가 1회 공모때 떨어진 곡이거든. 근데 3집에 있어서 놀라 전화를 했지. 왜 내 허락없이 그 앨범에 노래를 넣었느냐고. 하지만 그쪽에서는 ‘미안하다. 관례상 실수였다’라고 말하더라고. 나도 이해하지. 교회가 그렇잖아. 대충 흘러가는 것도 있고…그래서 그당시 내가 그랬지. 곡을 빼거나, 합당한 대우를 해주거나. 하지만, 그것도 역시 세월에 묻히더라고. 근데 그렇게 시작된 노래가 아이들에게 흘러 나올땐 나도 기분이 좋아.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는 많이 다를때가 있어. ”

낮은자 되게 하신주
-이형진

내가 높아지려 세상에 좋은 것 다 찾았으나
그곳에 내 형제 짓눌려 통곡하는 허상의 계곡들뿐

내가 교만하고 이기심에 짓눌려
내 형제 알아보지 못함은
내 마음 어둔곳에 주님을 가둬놓고
내 맘대로 한 교만

내가 사랑이고 싶었지
내가 자유이고 싶었지
내가 부자이고 싶었지

그러나 난 가난한 사람

주님을 찬양 주님을 찬양~
나를 낮은자 되게 하신 주
주님을 찬양~

“형. 이 노래 제가 주일학교 교사할 때 밴드제에 나갔던 기억이 나요. 정말 감동이 밀려왔거든요. 근데 1집에서 탈락된 노래가 3집에 들어갔네요. 재밌네!”
“아. 맞다. 그 노래 신상옥과 형제들이 <창작성가공모곡 3집 앨범> 작업할 때, 악보만 보고 넣은 곡이지. 예전 나도 그렇고 상옥이 형도 그렇고 성가판에 들어오기 전에 몇번 만나서 밥도 먹고 그럴 때가 있었어. 그때 상옥이 형이 마음속에 두고 있었나봐. 그리고 3집앨범 낼 때 그 곡을 넣은 거지. 재밌는 얘기 해줄까? 당시 <1집 창작성가공모곡>앨범 작업할 때 그 노래가 빠진 이유가 후렴부분 때문에 그랬지. 그 당시는 아주 민감한 문제였거든.”

“뭔데요?”
“주님을 찬양…주님을 찬양~~~~”
“하하하!!! 그문제 였군요. 찬양과 찬미. 형 그 문제 지금도 아주 심각하게 싸우고 있어요. 지난 생활성가 심포지엄에서도 그 문제 가지고 싸우던데요. 이해합니다요 형님. 하하하!!!”

"제작자와 음악감독은 구분이 되어야 할 것 같아"

“형. 제가 형 앨범중에. 救(구원할 구)앨범과 Vida Nueva(비다 누에바, 새로운 생명)앨범 가지고 있거든요. 다 형이 제작한 건가요?”
“응. 내가 제작했어. 녹음하는 거 정말 힘든 작업이야. 음악자가 제작까지 해야 하니. 제작자와 음악자가 분리되어 하면 편하고 좋을 듯 한데, 그게 잘 안돼. 서로 신뢰문제에 있어서 상처를 받거든. 그래서 나도 그렇고 요즘 젊은 친구들도 그렇고, 유통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어도, 직접 제작하는 친구들이 많아.”
“제작, 기획, 녹음, 홍보, 유통, 판매, 관리…이런 걸 홀로 한다! 정말 힘들겠는데요. 하지만 전 이해합니다. 음악 하는 친구들 솔직히 말하면 간섭 받기 싫어하잖아요. 타협이라든지 협상이라든지는 애초 없고. 그렇다고 홀로 하기도 힘든 건데, 막막하네요. 서로 협력하면서 하기는 힘든 일인가?”

“내가 앨범을 낼 때 제일 힘들었던 것은, 제작자가 내 음악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를 한다는 것이지. 대중들이 평가하기 전에, 혹은 앨범이 나오기 전에 교회의 시각으로 평가를 받는 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힘든 부분이야. 어느때는 음악적인 화성, 리듬, 가락까지도 관여를 해. 오 마이 갓! 이지. 난 그렇게 생각해. 제작자와 음악감독이 분리되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혼자라도 홀로 작업을 하게 될거야. 그것이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적게 할 수 있거든…”

형이 준비한 아메리카노의 얼음은 다 녹았다. 형의 하루 시간중 한 시간만을 빌리려고 했으나. 두 시간을 빌리고 말았다. 노래이야기는 별로 하지 못했다. 노래가 앨범이라는 옷을 입고 나오는 과정에 대해 1시간 반가량을 이야기 한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틀들이 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교회에서, 친구사이에서, 애인사이에서 하물며 나와 너 나와 나 사이에서도 틀이 있다.

틀에 갇히며, 틀에 도전하며..

공동체가 나에게 요구하는 틀, 규칙, 관례부터 내 친구가 나에게 요구하는 의리, 약속, 믿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틀 속에 갇혀 산다. 때론 열린 마음을 지니지 못한 이들에 의한 억압적인 틀까지, 우리는 무수히 많은 틀을 견디며 살아간다. 그 속에서 묵묵히 최선인양 살아가는 이들이 있고, 그 틀과 투쟁을 하는 이 또한 있다. 달리 생각해 보면 우리는 틀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틀 속에서 수레바퀴처럼 반복되는 삶을 사는 이들과 싸우는 것일 수도 있다. 틀은 늘 질서, 공동체의식, 다수라는 이름으로 다른 틀을 가진 지닌 이들의 숨통을 조여온다.

두시간 가량 이야기를 마치고 형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형과 함께 나눈 이야기중 1/3정도만 글로 옮겨 적었다.

“형. 형 노래 이야기를 들으려 왔는데 다른 이야기만 하고 가네요. 다음에 또 올게요. 주찬미 얘기도 해야하는데…담에 진하게 한잔 합시다.”
“그래 상훈아 잘가고. 빨리 낫고. 우리 좀더 공부하자. 그리고 노력하자. 크리스티나 씨 오늘 고마워요. 담에 꼭 봐요. 잘 가세요”

나를 둘러싼, 보호막이라는 이름을 갖기도 하고, 법, 규범, 질서라는 이름으로 시시각각 바꿔 부르는 이름에 대해 싸우지 못하는 나를 돌아본다. 각기 이름을 달리한 그것들은 나에게 그냥 살라고 한다. 부끄러운 나는 그냥 살때도 많다. 그런 나를 반성한다. 날씨가 뜨겁다.

집으로 들어왔다. 급히 책장을 뒤진다. 하나의 책을 찾는다. C.S 루이스가 지은 <인간폐지>에 실린 글을 보려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헤르만 헤세가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면, 21살의 어린 나에게 제 2차 충격을 준 책이다. 마음에 불을 집힌, 내 행동 저 밑바닥에 숨어서 나를 조정하는 그 힘이 책안에 있다. 그 글을 적어 본다.

"그런데 현 우리 상황의 희비극은 우리가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바로 그 특질들을 여전히 소리 높여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문명이 필요로 하는 것은 더 많은 ‘동력drive’, 역동성, 자기희생, 창조성이라고 주장하는 문구가 들어 있지 않은 잡지를 만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소름끼치리만큼 단순하게도 우리는 담당 기관(器官)은 제거해 놓고선 그 기능만은 계속해서 요구하는 형국입니다. 우리는 가슴 없는 사람들을 만들어 놓고선 그들에게서 덕과 모험적 기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명예를 비웃으면서도 우리 중에 배신자가 생기면 충격을 받습니다. 우리는 생식력을 거세해 놓고선 다산(多産)을 기대하고 있습니다."(C.S 루이스 <인간폐지> 중 ‘가슴 없는 사람’ 홍성사)

 

이형진 가브리엘 2집 앨범 2005년 <내 생애의 모든 것>
 이형진 가브리엘

-1992년 제1회 창작성가공모곡 <그길>음반에 ‘당신은 아는가’   ‘너무 멀어 갈 수 없나’ ‘내 생애의 모든 것’ 발표
-1995년 1집 앨범 <구救> 발매
-2005년 2집 앨범 <내 생애의 모든 것>
  Vida Nueva(비다누에바) 발매
-2006년~現 평화방송 TV 콘서트 <주찬미> MC
-2011년 3집 앨범 <나는 주의 것이라> 발매

♣ 내 생애의 모든 것

 

   
 

신상훈 / 현재 한국가톨릭문화원 음악팀장으로 활동. 서강대 철학과 졸업. SBS 효과실 음악감독(1998~98년). '신상옥과 형제들' 창단멤버(드럼, 1992년). 연극 및 무용극 음악작곡. 2011년 안중근 기념 연극작품 <그대의 봄> 음악감독 및 작곡. 무용극 <그대 흘러라 기쁨의 강물이 되라> 음악조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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