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성명을 통해 “(부산 한진중공업을 향하는) 희망버스에 우리 사회, 우리 교회의 희망이 실려 있다”고 발표했다. 사제단은 이번 3차 '희망의 버스'에 참가해 미사를 봉헌하겠다고도 밝혔다.

사제단은 7월 2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봉헌한 제34차 월요 시국기도회에서 “2009년 1월 남일당 망루에 올랐던 용산 사람들과 벌써 반년 넘도록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한진중공업 사람들이 같은 얼굴로 보인다”고 밝혔다.

‘희망버스’를 두고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사제단은 “남의 불행과 실패가 우리 모두의 비극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공감의 정신으로 돌아가 오늘의 곤란을 극복하자고 호소하기 시작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사제단은 ‘맘대로 뽑았다가 멋대로 버리는 고용 현실’을 개탄하며 정부와 기업이 노동자들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터를 잃은 이들을 위하여 지혜로운 공생의 길에서 만나자며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30일 8시 30분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앞에서 봉헌할 예정인 미사는 '함께 살자!'는 지향으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관한다.

▲ 이날 미사는 수원교구 사제들이 주례했다. 버드내성당 조영준 주임신부(수원교구)가 성명서를 낭독했다. (사진/고동주 기자)

성명서

‘희망버스’에는
우리 사회, 우리 교회의 희망이 실려 있습니다!

1. 우리 눈에는 2009년 1월 남일당 망루에 올랐던 용산 사람들과 벌써 반 년 넘도록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한진중공업 사람들이 같은 얼굴로 보입니다. 저 높고 아찔한 자리를 생명과 저항을 위한 보루로 삼은 점과 “우리도 사람이다. 함께 살아가자!”는 절박한 목소리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2. 우리는 김진숙 씨가 초인적 인내력으로 목이 터져라 외치는 소리를 괴롭게 듣고 있습니다. 그가 철회를 요구하는 ‘정리해고’의 본질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료 노동자들의 불쌍한 최후를 잊지 못해서 팔 년째 냉방에서 겨울을 지내고 있다는 이 여성노동자의 심정과 그가 느끼는 슬픔을 헤아려 봅시다. 공연한 분노나 미움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성찰의 힘으로 ‘사람들이 계속 죽어 나가는’ 이 사태를 멈추게 해야 합니다. 깊이 생각해서 개선을 도모하지 않으면 어제의 불행했던 일들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3. 한국의 기업들이 더 큰 이윤과 국제 경쟁력을 이유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한진중공업 사태도 여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경영진이 숙고 끝에 내린 일대 결단으로 여기고 존중하는 반면 거기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실직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으로 지내왔습니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노동자들의 줄기찬 울부짖음에 대해서도 무심하게 혹은 약자의 운명 정도로 여기며 살았습니다. 이런 자세가 우리 사회의 수많은 병폐들을 키우는 데 한 몫을 했으리라고 봅니다.

그러던 중 최근 이른바 ‘희망버스’라는 사회적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이를 두고 옥신각신하고 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시민들이 남의 불행과 실패가 우리 모두의 비극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공감의 정신으로 돌아가 오늘의 곤란을 극복하자고 호소하기 시작한 사건입니다. 정부를 비롯해서 희망버스의 부산행을 가로막고 비난하는 분들은 희망버스에 담긴 공생공락의 정신 이외에 과연 어떤 삶의 원칙이 우리 사회의 절망과 상처를 치유할지 한 번 대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4. ‘맘대로’ 뽑았다가 ‘멋대로’ 버리는 고용 현실은 우리 사회 전체를 공멸로 몰고 갈 것입니다. 더 늦지 않도록 새로운 전환을 모색해야 합니다. 정부가 올바로 제창한대로 우리의 미래가 저탄소녹색성장에 달려 있습니다만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 핵심 산업들의 규모 축소나 해외 이전이 이뤄지고 있는 바, 기업은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실업으로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새로운 녹색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하며, 정부는 이런 거대 프로젝트를 위해 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튼튼한 안전망이 되어야 합니다. 회색산업으로부터 녹색산업으로의 전환은 이처럼 자비롭고 정의로워야 합니다.

5. 김진숙 씨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저 높은 데 올라간 것은 바로 이런 제안을 위해서였습니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일터를 잃고 실의에 빠진 가장들, 시름에 겨워 절망하는 모든 분을 위하여 그리고 부디 지혜로운 공생의 길에서 모두가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2011년 7월 25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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