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성모병원에는 약 60여 명의 간호보조원 업무를 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침대 시트 교체, 치료 업무 보조 등 병원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성모병원에서는 당연히 정규적인 업무를 맡아 일하는 간호 보조 노동자들을 파견업체를 통하여 비정규직으로 고용하였습니다. 게다가 9월 30일자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28명의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병원에서 나가라는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입니다.

‘2년 동안 고용된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소위 비정규직 ‘보호’법안은 2년 동안 비정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계약 기간이 끝나자마자 잘라버리는 ‘비정규직 해고법’으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이미 이 법의 시행 이후 이랜드, 뉴코아, 신용보증기금 등 수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을 2년 이내의 단기 계약으로 고용한 후 계약 만료 후 헌신짝 내치듯 해고하는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났고, 그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도 계속해서 일어나 왔습니다.

그렇기에 강남 성모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결코 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에 병원에서 쫓겨나게 생긴 28명의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8명이 병원에서 쫓겨나는 것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계약 기간이 남은 나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계약 기간 만료시기에 맞추어 쫓겨나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렇듯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2년마다 잘라내는 일들이 만연한 현실에서, 이러한 투쟁들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비정규직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미 비정규직 비율이 20대 고용 인구의 5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2년마다 손쉽게 잘라낼 수 있는 비정규직이기에 새롭게 취업하는 젊은 층으로 점점 비정규직을 확산되고 있다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세대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땅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특히 새롭게 사회생활을 시작할 젊은 세대와 학생들이, 해고의 위협에 떨며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비정규직을 철폐하기 위한 싸움에 함께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톨릭 정신을 망각한 잔인한 강남 성모병원을 규탄합니다.

강남 성모병원은 일방적 해고에 항의하는 간호 보조 노동자들의 외침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병원에 항의하기 위한 천막 농성장을 폭력배들을 고용하여 파괴하고 조합원들을 폭행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병원 측은 하루에 한 명당 몇 십만 원하는 폭력배들을 고용할 돈은 아낌없이 쓰면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비용은 없나 봅니다. 그러면서도 노동자들이 엄연히 병원 안에서 병원만의 관리감독을 받아 일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파견업체를 통해 고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이제 문제의 9월 30일이 다 되었습니다. 28명의 계약 해지 노동자들, 그리고 계약 기간은 남았지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 불안 때문에 이 투쟁에 함께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대답 없는 병원에 맞서기 위해 병원 1층 로비에서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병원의 행보를 보았을 때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경찰을 불러서 강제로 끌어내고 농성장도 강제로 다시 뜯어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의 지지와 연대의 힘이 꼭 필요합니다. 이 땅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강남 성모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켜내고 승리해야만 합니다. 매일 저녁 7시 강남 성모병원에서 진행되는 촛불문화제에 함께 해주시고, 병원의 침탈에 위협에 시달리는 비정규 노동자들을 지지, 엄호해 주시기 바랍니다.

송선우(학생, 강남성모병원 대학생 농성지원단) 20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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