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깨달음-변경환]

‘Catholic’의 속뜻은 그리스어로 ‘katholikos’, ‘보편성의’라는 뜻이다. 가톨릭 이념이 이 세상에서 보편적 이념으로 통한다는 의미도 함축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가톨릭 교육 역시 세상에 보편적 교육으로 자리매김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대안교육 보편화 현상을 가톨릭적으로 해석하고 연구함에는 인색한 듯 싶다.

이미 수십 년의 대안교육 역사가 이어져왔고 1997년 법적 지위까지 얻은 특성화 대안학교와 학력인정 및 미인가 대안학교까지 합하면 200여 이상의 대안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대안교육 보편화 현상은 이제 간과할 수 있는 작은 교육혁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전국에 흩어져 있는 대안학교들이 과거의 독립적 활동을 벗어나 이제는 각 특성에 맞게 삼삼오오 모이고 있는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우선 전국 대안교육기관들을 묶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연합체로서 ‘대안교육연대’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대안교육연대와 교사연수지원 등 협력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원불교는 ‘인농(人農)’을 통해 대안학교연합체를 활성화시켰고 개신교는 ‘기독교대안학교연맹’, ‘기독교대안교육협의회’, ‘기독교대안교육센터’ 등을 운영한다. 서울시의 경우에도 ‘서울시대안교육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직업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대안교육종합센터’를 만들었다. 저마다 대안교육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한 목소리를 내는 기관들이다. 생각을 넓히면 대안교육이 이미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한 영역으로서 보편화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톨릭교회가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딧불처럼 각각 독립적인 가톨릭대안교육기관이 서로 결집되어 세상을 밝히는 것이 필요함을 말하는 것이다.

가톨릭에도 최근 정식으로 학력인정을 받은 ‘花요일아침예술고등학교’(서울대교구)가 있고, 특성화대안학교의 맏형인 양업고등학교(청주교구)가 있다. 그리고 청소년쉼터를 위탁대안교육으로 운영하는 인천교구 등이 있으며 예수회는 ‘하늘씨앗살이’(미인가대안학교)를 운영한다. 이밖에도 대구대교구의 정홍규신부는 ‘산자연학교’(미인가)를 설립했고 ‘참좋은기초학교’(서울대교구 고척동성당, 미인가)와 여러 방과후학교들이 본당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 청소년교육 수도회로 익숙한 살레시오수도회는 ‘돈보스꼬직업학교’를 통해 청소년의 진로를 이끌어주고 있으며, 전국의 대안학교 교사진을 훑어보아도 가톨릭신앙을 가진 선생님들이 곳곳에서 대안교육을 펼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움직임들의 의미를 본다면 대안교육 곳곳에 가톨릭이념이 자리한다는 것이고, 가톨릭 대안교육 현장에 대한 교회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가톨릭적 대안교육교사연수로 시작된 양업고등학교의 ‘대안교육연수회’(1박2일)가 열리고 있으나 짧은 시간 단기프로그램으로서 다른 대안교육기관을 아우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제는 교회 차원의 대안교육 정책과 비전, 그리고 지원을 간절하게 요구한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가톨릭 대안교육기관들을 네트워크로 연계하고 가톨릭 교육이념을 교사들이 공부하여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전해져야 한다. 덧붙여 지역마다 줄어들고 있는 학생수를 감안하여 소공동체방식의 가톨릭대안학교를 교구마다 설립하여 그리스도 신앙 안에서 행복하게 가르치고 배우는 작은학교들이 탄생하길 바란다.

보편성을 가지는 가톨릭교육이 이제는 대안교육세계에서도 빛을 뿜어내기 위해 가톨릭교회의 대안교육연대체 구성을 교구 및 교회 차원에서 검토해주시기를 청한다.

변경환 / 베드로. 지평선고등학교(특성화대안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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