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 후에 14차 천주교 시국미사 봉헌해

권명희 씨

9월27일 오후5시 '촛불바람에 응답하는 제14차 시국미사'가 서울 금천구 가산동 기륭전자 앞에서 봉헌되었다. 기륭전자는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도 '복직'이 이루어지지 않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1,130여일 농성투쟁이 이어졌고, 김소연(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씨가 복직을 요구하며 90여일 넘게 단식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 25일에는 기륭전자 권명희 조합원이 암으로 사망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미사가 열린 27일 기륭전자 앞에선 아침 9시에 권명희 조합원의 영결식이 있었다. 노동자장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에서 송경동 시인은 조사를 통해 “우리들의 삶은 다르지 않다”고 역설했다. 아직도 남아서 투쟁하는 동료들에게 “우리는 우리의 시대를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말하며, “우리는 떠난 적도 헤어진 적도 없다”고 하였다. 이날 권명희 조합원은 마석 모란공원에 묻혔다.

같은 날 오후에 기륭전자 앞에서 김정대(예수회), 하유설(메리놀회)신부 공동집전으로 봉헌된 시국미사에는 약 100여명의 수도자 평신도들이 참여했고, 사망한 권명희 조합원 영정 앞 분향으로 미사가 시작되었다.

미사주례를 맡은 김정대 신부는 사망한 권명희 조합원 애도하며 하느님의 사랑과 개인적 구원과 사회적구원에 대해 설명했다. 김신부는 강론에서 "권명희 조합원을 떠나보내며 추모사를 했다. 하느님은 당신 사랑으로 창조하신 우리들을 판단하지 않으실 것이다. 자신의 나약함 때문에 하느님을 떠났더라도 다시 돌아오면 받아주실것이다. 다만 각자의 삶의 여정 안에서 어떤 일관성을 가지고 살았는가를 보실 것 같다"며 하느님 사랑을 이야기했다.


이어 김신부는 '서민들이 생존만을 위해 살아가기를 강요하는 사회, 경쟁만을 요구하는 사회는 남을 죄짓게 만드는 사회'라고 규정하고, "신앙인들이 '개인구원'에 집착할 때 사회구조적인 악을 바라보지 못 한다"라고 말했다. '개인적 구원과 더불어 사회구조악을 올바로 이해하고 사회제도를 하느님나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신앙인 의무'라는 것이 김신부의 설명이다.

김신부는 "경쟁만을 조장하는 사회구조는 잘못되었다. 사회를 올바르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잘못된 사회구조를 '내탓이오' 라고 말로만 그칠것이 아니라,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미사강론을 마무리했다.

영성체후에는 바오딸 수도회 수녀 10여명이 수도자 특유의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특송을 불러 미사 참석자들이 비정규직노동자들 아픔을 생각하게 했다.

미사후에는 민중가수 박준씨의 노래공연과 김소연(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씨의 조사, 송경동 시인의 조시가 낭독되는 '약식 촛불문화제'가 이어졌다.


약식촛불문화제때 낭독된 조사에서 "우리사회의 광우병이요 말기암인 비정규직과 싸우는 것도 모자라 치명적인 진짜 암과 싸워야했던 언니의 고통과 외로움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떨려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아픈몸을 이끌고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언니가 우리 농성장에 올 때 정말 고맙고 눈물이 나왔습니다. ... 무거운 짐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지고 온 언니, 이제 그 짐 내려놓고 우리가 만들어 가는 희망 찬 세상에 편안한 미소만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권명희 조합원 슬픈 사연이 소개됐다.

송경동시인은 "여성 노동자가 90여일 단식했지만, 기륭전자는 4대 보험금이 포함된 월급 120만원, 결국 최저임금과 비슷한 급여조건으로도 비정규직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있다. 기륭전자 사측은 농성하는 조합원들이 싸움꾼, 데모꾼이라 고용할 수 없다지만, 내가 보아온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말한디에 눈물 흘리는 마음 여린 사람이었다."며 농성 중 겪은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리저리 정리되지 않은 농성장 한켠, 먼저 세상을 떠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영정 앞에 기자와 안면이 있는 기륭전자 조합원이 앉아 있었다. 박준 민중가수의 공연 내내 눈물짓던 여성노동자, 단식농성으로 거칠고 헬쑥해진 얼굴에 동료를 잃은 슬픔까지 더해진 모습, 취재를 하는 기자의 마음도 너무나 안타까왔다. 이날 시국미사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같이 느꼈을 것 같다.

/두현진 200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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