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하늘을 보다 - 2]

한국의 가톨릭교계는 누가 대표하는 것일까? 일반 신자들에게는 쉬워 보이면서도 대답하기는 결코 만만치 않은 질문이다. 현재 한국의 유일한 추기경이신 정진석 추기경님께서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시고 계실까? 아니면...?

추기경이라는 품계는 없다.. 명의로만 구별될 뿐

이 문제에 답하기 전에 먼저 교회 안에서 추기경에 대한 위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회법 제350조는 추기경을 주교급 추기경, 사제급 추기경, 그리고 부제급 추기경으로 구별한다. 하지만 이 품급은 성품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교회의 명의로만 구별될 뿐이다. 다시 말해서, 추기경이란 품계는 없다는 뜻이다.

<가톨릭 대사전>에 따르면, 주교급 추기경은 로마 근교 교회의 명의를 받은 6명의 주교와 추기경단에 가입된 2명의 동방 총대주교를 지칭한다. 사제급 추기경은 로마 외에 교구를 가진 교구장 겸임 추기경들이며, 부제급 추기경은 로마 성청에서 근무하는 명의 주교로서 추기경이 된 분들로 구성된다. 로마에 거주하는 추기경들은 물론이고 바티칸시국(市國)밖에 거주하는 추기경들도 모두 바티칸시국의 시민들이다.

우리나라에는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께서 임명한 김수환 추기경 (2009년 2월 16일 선종)께서 한국 천주교회 첫 추기경으로 서임된 바 있고, 현재는 2006년 2월 22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임명한 정진석 추기경이 계시다. 물론 로마 외 교구를 관장하는 주교이기에, 두 분 모두 사제급 추기경에 해당된다.

추기경 없는 나라의 교계대표는 누구?

자, 이제 눈을 세계로 돌려,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져보자. 전 세계에는 몇 명의 추기경이 있을까?

2011년 4월 11일자 교황청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200명의 추기경이 있다. 이분들 가운데 80세를 넘겨서 교황 선출권이 없는 추기경이 85명,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이 115명이다. 대륙별로는 유럽이 109명으로 가장 많은 추기경을 보유하고 있고, 남아메리카가 31명, 북아메리카가 21명, 아시아가 18명, 아프리카가 17명, 그리고 오세아니아가 4명의 추기경을 보유하고 있다.

나라별로는 이탈리아가 47명으로 가장 많고, 아시아에서는 인도에 5명의 추기경이 있다. 전 세계 국가 가운데 69개국만이 국가당 2.89명의 추기경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비독립국을 포함해서 국제법상 국가로 인정받는 국가 수는 242개국으로, 이 가운데 173개국이 추기경을 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서 추기경을 보유한 국가보다 그렇지 못한 국가가 3배가량 많다는 의미다.

'천주교 나라사랑 기도회'가 창립대회에서 “주님의 얼굴”로까지 표현한 추기경을 보유 국가당으로 계산해 보면 2.89명, 심지어 이탈리아에는 47명의 “주님의 얼굴”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많은 “주님의 얼굴” 가운데 어떤 얼굴이 그 나라의 가톨릭교계를 대표하는 것일까? “주님의 얼굴”을 보유하지 못한 173개국은 어쩌란 말인가?

앞서 교회법 제350조에서 살펴 보았듯이, 추기경은 명의로만 구별되는 명예직이다. 추기경단의 일원으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크라베에 참여하여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명예로운 자리임에는 분명하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교황을 선출할 수 있는 추기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명예는 추기경 개인의 명예일 뿐, 한 나라의 가톨릭교계를 대표하는 명예가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한 나라의 가톨릭교계를 대표하는 것일까?

김인보 (金隣保)/ 천주교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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