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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논리를 ‘복음적 논리’로 극복해야부산교구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미사, 성염 전 교황청 한국대사 강의

   

9월 가을 저녁,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미사’가 성염 전 교황청 한국대사(전 서강대 교수) 강의로 가톨릭센터에서 봉헌되었다. 이 달 강의주제는 ‘현 시국에 대한 신앙인의 대안’이었다. 최근 미사 강의 내용을 볼 때 7월(박노자), 8월(강기갑), 9월(성염) 이렇게 세 달에 걸쳐 ‘현 시국(대한민국 정부정책)과 신앙인의 자세’라는 같은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그 이유가 지금 시국이 우리 신앙인의 결단을 필요로 하는 아주 중요한 시점임을 시사해주는 듯했다.

성염 교수는 이탈리아에서 교황청 한국대사로 있으면서 한국이 이제까지 종교전쟁이 없었던 나라라는 점을 자부했는데, 지금 한국 사정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21세기 ‘종교전쟁’을 치르는 중이라 했다. 현 정권의 극우보수적 정치가 일부 ‘종교인들’을 앞장세워서 ‘종교적 언어’로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반공기독교여 총궐기하라!”는 구호가 널리 쓰이고,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대한 색깔논쟁에 보수기독교가 앞장서고 있는 현실이 지금 한국이다. 불교 공식법회에서 경찰청장 퇴임을 촉구하는, 이제까지 한국에서는 낯설었던 광경을 우리는 보고 있다.

   
성염 전 교황청 한국대사
종교전쟁과도 같은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떤 반응을 취할 것인가 고민을 하게 되는데, 그럼 가톨릭의 모습은 어떠한가? 모든 신자들이 성당에서 열심히 기도하고 묵상하며 신앙생활을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 아무 동요도 없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 비로소 누구나 속마음을 드러낸다고 한다. 성실한 신앙생활을 하는 같은 신앙인인 듯 보이지만, 선거 때나 쇠고기 수입문제 같은 민감한 상황 앞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서 서로 다른 견해를 나타내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 민중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보다 권력자의 억압에 침묵하는 가톨릭교회의 현실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성염 교황청 전 대사는 주교회의 안에서 ‘진보’와 ‘보수’를 논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 이유는 사회학적으로는 진보냐 보수냐를 어떤 근거로 논의할 수 있지만, 교회에는 오랜 역사 속에서 정리하고 공인받은 사회교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났을 때 그것을 해석해주는 정확한 사회교리라는 잣대로 우리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교회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른다는 의미에서 사회교리를 따른다는 것은 ‘보수’일 수도 있겠다는 말씀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안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우리도 ‘종교적 언어’를 써서 증오의 논리를 ‘복음적 논리’로 극복해야 한다. 투표, 대북지원 사업, 지역감정과 같은 구체적인 사건이나 이념에서 복음의 논리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로 정치적 영성이다. 정치적 판단과 행동이 사회정의(사회적 자비 social charity)에 기초해야 한다는 말로 내용을 설명했다. ‘신앙의 사사화(私事化)’를 극복하기 위해서 교회의 ‘사회교리’를 따라야 함을 말하며 사회교리의 중요성을 강의 전반을 통해 강조하였다.

우리의 모델은 예수 그리스도이다. 성염 교수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며,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는데 고통 속에 죽은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모습인지, 어떤 신앙을 상징하고 있는지 묵상하기를 권하며 강의를 마쳤다. 다음달 10월 아세미는 ‘공동체, 대안세계의 예형’이라는 주제로 박기호 신부(예수살이 공동체 대표)가 강의를 맡게 된다.

/이명순 200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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