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김정식 로제의 노래’ 콘서트 열어

생활성가 가수 김정식 씨가 7월 8일 오후 7시 ‘김정식 로제의 노래’ 정기콘서트에 순수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을 무료로 초대한다. 서울 중구 혜화동 로터리 재능교육 지하 소극장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대해 김정식 씨는 “상업노래만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서정이 깃든 순수한 노래들을 듣고 부른다”고 소개한다.

이번 콘서트는 2010년 지인들과 함께 네팔을 여행한 후 얻은 영감으로 지은 ‘나마스떼’로 첫 노래를 시작한다. 나마스떼는 “당신 안에 있는 신(세계)에게 경배드린다”는 뜻의 인사다. 여전히 종교의 차이로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오늘날 김정식 씨는 우리 각자마다 살아계시는 하느님께 인사를 건넨다.

콘서트 사이에는 안고녀(안 고친 여자들)라는 초대가수의 노래와 나해철 씨의 시낭송도 함께 진행된다. 안고녀는 김정식 씨의 딸로 2010년 제34회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한 바 있고, 10살부터 김정식 씨와 음반작업을 같이 해왔다. 나해철 씨는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영산포1~2>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무등에 올라(1984-창작과 비평사), 긴사랑(1995-문학과 지성사) 등을 냈고, 삶과 사랑과 사람에 관한 깊은 통찰로 지성과 감성이 잘 조화된 시를 끊임없이 전해주고 있다.

1979년 이해인 수녀의 시로 지은 노래 ‘바다의 노래’로 천주교회의 생활성가를 개척해 지금까지 26개의 음반을 냈고 통산 150만장의 앨범을 판매한 김정식 씨는 1년에 10만명의 대중을 만나 노래 및 강연을 펼치고,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펼친 콘서트, 음악피정, 노래강연 등이 4,500여회에 이르는 대형 가수다.

그런 김정식 씨가 무료로 콘서트를 여는 이유는 아무 의도가 없는 순수음악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김정식 씨가 말하는 순수음악이란 창작자가 노래의 쓰임을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영감으로 만드는 음악을 말한다. 순수하게 만든 노래를 듣는 사람들도 아무 대가 없이 순수하게 들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뜻에서 김정식 씨는 매년 정기콘서트를 무료로 열어왔다.

▲ 콘서트를 찾아줄 관객에게 선물할 CD를 제작 중인 김정식 씨.(사진/ 고동주 기자)

“음악은 없고 사운드만 있으며, 노래는 가고 샤우팅과 댄스뮤직만 남아 있는 셈이지요. 오랜 세월 동안 문화적 사회적으로 억눌리고 얽매인 삶을 살아왔던 젊은이들에게는 일정부분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일방적이고 획일화된 음악 흐름은 왜곡된 정서를 양산할 위험이 큽니다. 이러한 혼돈의 시기에 비상업 순수음악을 지향한다는 것은 무지몽매한 발상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장르로 도태되어 사라져버릴 위험도 없지 않습니다.”

김정식 씨는 현재 음악이 유통되는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고 경쾌한 리듬으로 음악을 즐기는 많은 이들을 만족하게 할 노래를 김정식 씨가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길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걸어온 서정성 담긴 노래의 길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다.

교회의 전례에서 쓰이는 노래는 엄격한 제한이 있다. 김정식 씨는 그 틀에 맞춰진 노래 역시 순수음악은 아니어서 본인은 애초에 교회 전례에 쓰일 생각으로 노래를 만든 것은 아니라고 한다. 생활성가라는 장르를 개척하고자 하는 의도도 없었다. 그저 자신이 믿고 따르는 하느님의 음성이 자연스럽게 노래로 우러나온 것이다. 그런데 교회 음악의 수용자들이 새로운 형식의 노래를 전례로 끌어갔을 뿐이라고 한다.

오직 가톨릭성가로만 전례가 채워지던 때, 신자들에게는 또 다른 갈증이 있었고, 김정식 씨의 노래는 그 갈증을 채워줬던 것이다. 김정식 씨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노래가 수용자들의 갈증과 만나 전례에 쓰인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다시 생활성가가 이러저러한 형식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예술가가 자유롭게 창작하고 수용자의 선택에 의해 노래의 생명이 결정되는 순리대로,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놔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저히 자유로워야 한다는 김정식 씨의 노래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아무 노래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의 노래에는 그가 가진 삶의 관점이 녹아 있다. 평신도 신학연구단체인 우리신학연구소(우신연)의 연구위원이기도 한 김정식 씨는 우신연의 ‘이 시대 하느님 체험을 우리말로 쉽게 풀어낸다’는 신학이념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은 “이 시대 하느님 체험을 가장 쉬운 현대적인 정서로 담아낸다”고 평가한다. 자신이 경험한 하느님체험이 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가 체험한 하느님은 어떤 분일까? 그에게서 하느님은 “가난한 자를 먼저 아끼시고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소외된 이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를 바라시는 분”이다. 그래서 김정식 씨는 생태보존과 인권회복을 관심을 많이 두고 활동해왔다. 천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운동, 새만금방조제 반대 활동, 4대강사업 저지 운동에도 참가해 노래를 불렀다.

▲ 2010년 3월 22일,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영산강 생명평화미사'에서 노래를 부르는 김정식 씨.(사진/ 고동주 기자)

“혹자는 시류에 맞게 좀 새로운 노래를 만들 수 없는지, 경쾌하고 즐거운 노래를 만들면 안 되는지 묻기도 하고 애정 어린 주문도 합니다. 누에에게 뽕잎이 아니라 솔잎을 먹고, 이제는 아무도 원치 않는 비단이 아닌 다른 종류의 실을 만들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지요. 그러나 가슴 아프게도 누에는 뽕잎이 아닌 다른 잎은 먹지도 않지만 먹게 되면 죽습니다. 그것이 누에의 숙명이지요.”

예술가로서 자신의 노래가 어떻게 불리고 쓰일지를 고민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자유롭게 녹여내는데 가장 중점을 둔다는 김정식 씨. 그의 고집스러운 노래를 들어주는 이들이 김정식 씨는 “너무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전한다. (문의: http://cafe.daum.net/rogerio)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