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촛불바람에 응답하는 시국미사 봉헌

촛불바람에 응답하는 제13차 시국미사가 9월20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봉헌되었다. 수도자 평신도 약 150여명이 미사에 참석했으며, 미사는 김정훈 신부와 이상윤 신부가 공동집전하였다. 이날 미사에서는 강론 대신에 '촛불 탄압하는 집시법과 경찰폭력, 그리고 국가보안법'이라는 제목으로 다산인권센터 박진씨의 강의가 이뤄졌다.

박진씨는 다양한 사회모습을 꿈꾸는 것만으로 구속되는 현실을 '민주주의 위기'로 규정하면서 '국가보안법' 피해사례와 정부여당의 현행 '집시법' 개악시도를 예로 들었다.

박진씨는 강론에서 '모든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민주주의다. 정부는 국민들 생각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사회와 다른 사회의 모습를 꿈꾸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하고 있다'라며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구속 사건을 예로 들었다. 국가안보에 피해를 입힌 직접적인 범죄행위가 있다면 현행 '형법'으로도 충분한 처벌이 가능한데도, 기존 사회와 다른 모습을 생각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구속하는 것은 분명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것이 박진씨의 주장이다.

이어 박진씨는 “여러분은 혹시 <태백산맥>이라는 책을 갖고 있는가? 이 책을 갖고 있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은 태백산맥을 이적표현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방부에서는 교양서적 23권을 볼온서적으로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불온도서로 지적해 군대내 반입을 차단한 도서목록중에는 아동문학가 고 권정생 선생의 <우리들의 하느님>, 민속학자 주강현씨의 <북한의 우리식문화>,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교양서와 대학교재가 다수 포함되어 시대착오적 행태라는 비판과 더불어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 판매량이 오히려 늘어나는 해프닝을 일으킨바 있다.

또한 박진씨는 작년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반대를 위해 현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한나라당 대표가 촛불을 들고 집회한 것을 예로 들면서 "현행 집시법이 지극히 정치적 판단에 따라 불공평하게 판단되며, 폭력연행된 사람들이 법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사회지도층 인사와 재벌총수들은 사면의 혜택을 받지만 힘없는 시민들은 마구잡이로 구속당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배제된 법집행은 폭력이다"라며 유독 힘없는 사람들에게 혹독하게 법이 적용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서 "현행 집시법상 주요도로 행진과 소음규정, 야간집회금지 조항 등은 경찰이 정치적, 인위적으로 판단해 불공평하게 집행되는 현실에서 정부와 여당은 더욱 후퇴된 내용으로, 이른바 벌금을 10배로 늘이고 소음기준을 강화하고 마스크를 쓰면 집회를 열수 없는 집시법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정부에 반대하는 집회는 하지 말라는 얘기다"라며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직도 굶고 있고, 경찰은 공안정국 칼을 빼들고 모두 사법처리하겠다고 위협한다. 정부는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자기검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양심은 지켜져야 한다. 역사는 폭력 앞에 물러서지 않는다”라며 현 시국을 설명했다.

한편 시국미사 주례를 맡은 김정훈 신부는 “때리는 사람보다는 매맞는 사람들의 아픔을 바라보자. 눈물을 흘리더라도 눈물을 닦아줄 사람이 없는 이들의 아픔을 생각하자. 그 사람들을 위로하는 그 가운데 하느님이 함께 계시리라 생각한다. 미움보다는 사랑이 위대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시국미사의 본질은 삐뚤어진 권력자들에 대한 미움보다 힘없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촛점이 맞추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날 시국미사가 끝난 뒤 천주교시국회의 측은 다음 14차 시국미사는 9월27일 토요일 5시 서울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 집전된다고는 공지했다. 당일 미사 참가자들은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까지 행진해 '조계사 식칼테러 진상규명 촛불집회'에 합류하면서 정해진 일정을 마쳤다.

/두현진 글, 사진 김용길 200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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