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 공직사회 종교편향 문제 긴급토론회 개최

 

9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제2배움터에서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에서 주관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공직자의 종교행위,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불교계가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에 맞서 대대적인 항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빚어진 일이라 의미가 각별하다. 이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박영대 소장(우리신학연구소)은 토론회를 주최한 “개혁을 위한 종교인 네트워크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인들과 시민단체 인사들이 개별 종단의 개혁을 위해 4년 전에 만들어진” 단체라고 소개하고, “그동안 종교자유에 관한 논의가 지속되어 왔는데 이번처럼 종교 문제가 사회적 의제가 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공직자의 적절치 못한 행동을 바로잡고 종교 내부의 성숙을 위해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이 토론회를 열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기조발제는 박광서 교수(서울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가 맡고 패널토론자로 원철 스님(범불교대책위원회 홍보팀장), 신동식 목사(기독교윤리실천행동 생활신학공동본부장),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조욱종 신부(부산교구, 우리신학연구소 이사)가 참여했다. 그밖에도 뉴라이트 계열인 ‘기독교사회책임’측과 한기총 등에도 패널 참여를 요청하였으나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길희성 교수(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는 토론에 앞서 “종교가 권력화 되는 현상”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이명박 전부 들어서 종교가 심각한 사회갈등과 분열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신교로 인한 추적된 종교적 피로감 폭발

발제를 맡은 박광서 교수는 정부의 종교편향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마다, 종단마다 체감하는 온도차이가 있다고 전제한 뒤에, 이승만 정권 이후로 종교차별 문제가 누적되어 왔으나 그동안 “불교조차도 내부 문제로 갈등을 해결하느라 적절히 대응해 오지 않았고, 이제야 종교차별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즉, 지난 8월 27일 1만의 승려와 20만의 불교도들이 서울 한 복판에서 ‘헌법파괴ㆍ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 대회’를 열었는데, “사회문제에 비교적 소극적이라는 불자들이 도심 한 복판에서 종교문제를 이슈로 대규모 행사를 치렀다는 것은 한국불교사에 없던 흔치않은 일로, 새 정부의 종교 편향적 국정 운영이 그동안 수십 년 간 종교(개신교) 과잉으로 누적된 피로감에 점화를 한 셈”이라는 것이다.

다른 종교를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으로 간주하는 종교 근본주의가 문제

박광서 교수는 “우리 사회가 종교 편향적이며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개신교 일각에서 (공무원) 종교차별금지법이 오히려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종교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여기서 박교수는 “자신의 종교 외의 모든 종교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으로 간주하는 종교 근본주의가 문제”라고 보았다. 이러한 “배타적인 독선과 공격적인 선교를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사회분열을 치유할 수 없는 방향으로 몰고 가 걷잡을 수 없는 불행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박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편향적 태도를 지적하며, 이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종교문제로 계속 물의를 일으켜 왔는데, ‘서울시를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를 직접 낭독하였고, 청계천 준공식 때는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것이기에 먼저 목사님 모시고 준공 예배를 드리고 테이프를 끊었다”고 자랑했을 뿐만 아니라, ‘사찰이 무너지라’고 기도하는 부산의 청년부흥회에 동영상 축사를 보내기도 해 불자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대선후보로 결정이 되고 나서 국립묘지 참배 후 공식적으로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이 한기총이었고, 개신교의 눈치를 보느라 ‘종교간 화해와 상생을 위한 서약서’나 ‘종교자유 및 정교분리 대국민 서약서’마저 서명을 거부해 시민사회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 때는 개신교 색깔과 종교차별을 예고하듯, “이교도를 물리치고 하나님의 나라를 만드는 데 공헌한 기드온의 상징물과 너무나 흡사한 문양을 만들어 사용해 일반시민들을 당혹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 편향적 인사

박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 편향적 인사에 대해서 지적하면서 “소위 ‘고소영’ 인사로 비기독교인들을 소외시키더니, ‘사탄의 무리’ 운운했던 추부길 목사에 이어 김진홍 목사의 비서였던 박영모 목사를 청와대 행정관으로 임명하였고, 부시 대통령과의 공식 만찬 자리에도 조용기 목사를 불러 기도를 해 목사 정치를 이어가고 있으며,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왔을 때는 기독교방송 어린이합창단의 찬양을 들으며 만찬을 함으로써 국내외적으로 한국이 기독교 국가임을 표시하고 싶어 안달이 난 듯한 행동을 보인다. 포항시 예산의 1%를 성시화 운동에 지원하겠다고 하여 불자들의 원성을 샀던 정장식 전 포항시장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으로 임명한 것도 노골적인 특정종교 편향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또 대학채플 관련 ‘학생들의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여 시민단체들로부터 반인권 판사로 비판받았던 김황식 대법관을 감사원장으로 임명하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이 이런 태도가 공무원 사회의 종교편향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안내 지도에 작은 교회까지 안내하면서 사찰은 모두 빠뜨려 불자들의 분노를 샀다. 정부는 단순한 실수라고 변명하지만 그렇게 믿어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주대준 청와대 경호처 차장은 ‘정부 부처 복음화가 나의 꿈’이라고 말해 구설수에 오르더니, 어청수 경찰청장은 ‘전국 경찰복음화 대성회’ 홍보 포스터에 조용기 목사와 나란히 사진을 게재, 권력을 특정종교에 빌려줌으로써 공사를 구분 못하는 행위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또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평일 근무시간에 개신교 기도회에 참석해 “기도회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말을 했으며, 오현섭 여수시장도 “기도회를 개최해 세계박람회라는 하나님의 큰 선물을 받았으니, 보답하는 길은 선교이고 주님의 복음을 증거하는 박람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최소한의 종교차별 금지 법제화를 서둘러야

따라서 박교수는 “종교로 인한 사회적 소진을 막으려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필요한 경우 종교차별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 즉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다원적 사회에서 공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권리 행사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순간 바로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종교적 신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자신의 종교가 중요한 만큼 다른 이의 종교도 중요하며, “자유민주국가에서 종교의 실행의 자유, 즉 자신의 종교를 실천하는 자유와 그 종교적 신념을 타인에게 말하고 전파하는 선ㆍ포교의 자유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종교 인권을 존중하는 선에서 누릴 수 있는 상대적인 권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2004년 헌법재판소가 담배를 싫어할 권리인 혐연권이 담배를 피울 흡연권보다 상위의 권리라고 판시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박교수는 “공직자의 종교행위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 것일까”를 논하면서, 공직자는 일반국민과 다르게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고 있는데다,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국민을 소외시키거나 상처를 주는 행동은 금물이다. 만일 자신의 종교 신념 때문에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한다면, 스스로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에 큰 장애가 되므로 공직자로서는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있다고 보아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따라서 “종교중립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종교인권 감수성을 정치지도자들부터 소화해야”하며, 정책의 편향된 수립, 집행은 물론 과도한 종교언행은, 어떤 형식이든지 적절한 제재가 없을 경우 반복 확산되어 사회불안, 심지어 종교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 추진 등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공직자는 숨쉬듯이 종교생활 해야

그는 “사적으로 무례한 종교행위도 문제지만, 공공 영역만이라도 다시 국민 모두의 것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면서, 공직자의 종교행위로 허용되는 것은 “사적인 공간에서 종교에 관한 타인의 질문에 소극적으로 답하는 정도가 한계”라고 말했다. 즉, 공인의 경우 아예 누구에게도 노출되지 않게 종교생활을 “숨쉬듯이 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원철 스님은 “나의 구원 때문에 남의 마음의 평화를 깨는 것은 올바른 종교인의 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객관적인 중간자인 공직자의 처신을 바로잡기 위해 ‘종교차별방지법’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한편 신동식 목사는 “공직자의 종교행위에 대한 규제를 위해 법제화를 한다는 것은 일리가 있긴 하지만, 자칫 더 큰 자유를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종교편향을 바로잡는 것은 신앙적 양심에 따라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금 개신교 일각에서 보여주고 있는 종교편향적 태도는 개신교인들이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며, “교회가 좀더 성경적인 정체성을 회복한다면 지금의 논쟁은 의미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원철 스님과 김진호 목사

그러나 김진호 목사는 “한국의 근대국가 형성단계에서 기독교 세력은 견제받지 않고 그동안 사회적 자원을 과점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설령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더라도 그동안 그래 왔듯이 제 멋대로 해석하여 차별을 제도화하는 폐습을 없애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종교차별을 금지하는 법제화 노력과 더불어 시민사회단체 및 종단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통로를 확대하고 담화공동체를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하였다.

성시화 운동 철폐하고 개신교 스스로 반성해야

한편 조욱종 신부는 “개신교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공직자의 법적 한계를 넘어서는 종교적 행위들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개인적이고 단편적으로 일어나는 행위들이 아니라 일정한 목표를 향하여 집단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행위들이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다른 종교를 부정하는 개신교 근본주의 세력들의 성시화(聖市化)운동이 계속되는 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조신부는 성시화운동의 7가지 목표 중에서 4,5,6항이 특히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직장의 노사가 신자가 되는 성직(聖職)운동,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온 사회가 기독교화 되는 성사(聖社)운동, 온 국민이 성민다운 생활을 하는 성국(聖國)운동이 종교 근본주의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러한 공격적 선교방식은 “정복을 통한 선교방식으로 나아가는데 결국 자기 종교에 의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신에게 부여받은 선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오용하는 게 죄”라는 바실리오 성인의 말을 인용하여 종교가 사회악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조신부는 개신교회 근본주의 세력이 성시화 운동을 하려면 종교의 얼굴을 버리고 유럽처럼 ‘기독교정당’을 만들어 해야 떳떳한 것이며, “개신교 안에서 자기 반성을 통해 스스로 정화하고 성시화운동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봉 200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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