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한반도의 생명평화를 기원하는 서울순례 100일' 을 여는 마당

2004년 3월 1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출발한 생명과 평화의 발걸음이 서울에 다다랐다.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은 지금까지 2만 9천여 리 길에서 세상의 평화를 원하는 각계각층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6만 3천여 명과 함께 걷고 대화하며 걸어왔다. 이러한 생명평화 서약운동이 사회.경제.정치.문화 모든 것의 중심인 서울에서 9월 6일부터 12월 13일까지 진행된다. 소비와 경쟁, 개발과 성장의 빌딩들이 숲을 이룬 서울. 생명평화의 바람이 서울시민들에게 얼마나 전달될 수 있을까. 순례단의 설레임처럼 풍성한 생명평화의 결실을 이루어지길 간절히 두 손을 모은다.

9월 5일 밤, 서울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서울과 한반도의 생명평화를 기원하는 서울순례 100일' 을 시작하는 여는 마당이 열렸다. 공연장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첫 문을 연 황대권 생명평화결사 부위원장은 순례단의 경과를 보고했다.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북한 침공설이 나돌던 2004년 3월 1일에 지리산 노고단에서 순례를 시작했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을 5년 동안 순례했다. 올해는 우리 사회의 중심현안인 '한반도 대운하 문제'를 두고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과 함께 강을 순례했다. 그리고 5월 30일 여주 남한강변에서 경기·인천 순례를 시작하여 오늘 서울에 도착했다."


5년 동안의 발자취 영상물은 내레이션과 함께 흘러갔다. 우리 삶의 근본을 다시 되짚어보는 물음의 강물이었다.

“과연 경쟁에서 승리해서 우리는 행복해졌는가. 부자가 되어서 행복해졌는가. 생활이 편리해서 행복해졌는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만큼 자연과 세상은 더 황폐해진 것은 아닌가.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생명과 평화가 위협당하고 있다. 우리가 부자가 된 만큼, 행복만을 위해 달려온 속력만큼 우리 곁에는 소외되고 불행한 이웃들이 증가하고 있지 않는가. 왜일까. 우리 삶과 공동체 안에 모심과 섬김, 나눔과 살림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탓이 아닐까.”

이어 전경옥 생명평화결사 문화위원(가수)의 '더불어 숲'과 '힘내라 맑은 물'이라는 노래가 생명평화 등불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덥혀주었다.

박재일(한살림) 이사장은 격려사에서 “생명평화의 위기가 도처에 널려있다.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서울, 그러나 어느 도시보다 생명평화가 없는 도시다. 이러한 서울에서 생명평화의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는 순례가 되길 기도하며 함께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기원축복 발언에서 김경재 목사는 "생명평화서약문을 보면 셋째에 ‘대화와 경청의 자세를 갖자’고 말한다. 차이가 축복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를 지원하고 축복하며 살자"며 "경청과 대화의 자세가 빈약한 정부가 새겨들어야할 가치"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우리사회에 대화와 경청의 자세가 절심함을 역설했다.

장회익(서울대) 명예교수는 “도법스님이 5년째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 특히 서울은 생명평화에서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일까. 도법스님이 서울을 순례하지 않는 탓일 게다. 이번 서울순례가 언젠가는 도래할 생명평화의 세상을 여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격려를 해 주었다.

시민을 대표해서 연단에 오른 곽금순(도봉구·주부)씨는 "안정되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주겠다는 정부가 오히려 안정을 깨고 국민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불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번 순례가 우리 삶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하고 바로 잡는 순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를 대표한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라는 메시지가 소통과 배려가 적은 서울 지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면 좋겠다"며 "서울 순례의 마침표를 찍을 때 서울 시민들이 생명평화의 기운으로 풍성해졌으면 좋겠다"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연단에 오른 이병철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은 옆 사람과 손을 잡고 "당신이 있어 제가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게 했다. "내가 세상의 평화를 위해 노력한 만큼 내가 평화로워지고, 내가 자연과 이웃의 생명을 존중하는 만큼 내 생명이 존중을 받게 된다. 서울의 생명평화는 서울서민들이 만들어간다. 순례단은 생명평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순례단이 무대로 올라왔다. 양홍관 생명평화결사 기획위원장은 순례하면서 배웠다며 신발을 벗고 절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 8명의 순례단원들이 차례로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도법스님의 인사말로 마무리했다.

"탁발순례를 처음 시작할 때 편안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떠나겠다고 고백했다. 더위와 추위, 강과 아파트, 주민과 등불님들과 함께 여유롭고 행복하게 걸어왔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희망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대중이 희망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국민과 함께 희망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생명평화순례를 하겠다."

마지막 공연으로 김원중 생명평화결사 홍보대사(가수)의 노래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라는 생명평화의 세상에 대한 꿈을 노래했다. 노래를 마치고 평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평화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어느 노부부가 식당에 갔다. 음식이 나와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할머니가 다리미를 크지 않고 나왔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즉시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그러나 코드는 뽑혀져 있었다. 어느 가을에 노부부가 동네사람들과 단풍놀이를 갔다. 출발해서 한 참 달리고 있는데 또 다리미를 끄지 않고 나왔다고 말했다. 버스 기사에게 말하고 내려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역시 코드는 잘 뽑혀져 있었다. 어느 날 노부부가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비행기가 이륙해서 상공을 날기 시작했는데 할머니가 ‘여보 어떡해요. 또 다리미를 끄지 않고 왔어요.’라고 말하자, 할아버지는 가방에서 다리미를 꺼내며 ‘여보 여기 있어요. 걱정 마세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평화는 남을 배려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어 부른 '직녀에게' 노래에 앞서 견우와 직녀의 소원처럼 간절한 희망을 고백했다.

“견우와 직녀가 364일 동안 헤어져 있다가 칠월칠석 하루만 만난다. 새들이 다리가 되어준 도움의 결과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견우와 직녀의 사연을 안타깝다고만 말하지 다리가 되어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사회는 단절과 분열이 세분화되어가고 있다. 부자와 가난한자, 자본가와 노동자, 경상도와 전라도. 남과 북, 인간과 자연이 단절되고 분열되어가고 있다.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견우와 직녀처럼 하루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364일은 함께 있고 하루만 떨어져 서로를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원중 가수의 열창으로 여는 마당이 마무리됐다. 이후 공연장 밖 우정국 틀 앞에서 '생명평화 100대 서원 촛불명상'이 이어졌다. 마이크를 돌려가며 각자의 염원을 이야기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순례하겠다.” “첫 출발할 때 그 마음으로 그 간절함으로 걷겠다.” “껴져가는 광우병 촛불을 다시 살리는 순례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는 그 각오를 마음에 새기며 순례하겠다.” “정부에 요구하며 팔뚝질을 해댔던 그 열정으로 내면의 세계를 뒤돌아보며 걷겠다.” “모든 사람이 돈과 물질의 굴레에서 벗어나 단순 소박한 삶에서 행복하기를 기도하며 순례하겠다.”

각자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는 촛불, 둥글게 모인 등불들의 생명평화의 고백과 다짐이 서울의 밤을 환하게 밝혔다. 100일 동안의 순례가 서울시민들의 삶과 영혼을 나눔과 섬김, 모심과 살림으로 거듭나게 하는 생명평화의 길이 되길 간절히 두 손 모은다.

/최종수 200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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