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에서 드림실험교회 예배 열어

9월 7일 오후 2시에 기륭전자 앞에서 드림실험교회의 예배가 있었다. 드림실험교회는 관옥 이현주 목사가 “태어날 때부터 우린 모든 걸 선물로 받았으니 이제는 그분과 이웃에게 드리는 일만 남았다 해서 ‘드림’”이라는 이름을 붙인 교회당 없는 교회다. 그래서 예배는 다른 교회나 성당, 사찰의 초대를 받아 올리기도 하고, 거리에서 공원에서 전국에서 모여든 서른 명 남짓한 신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려왔다. 또한 드림교회는 주님방식대로 살아보자고 모였다 해서 ‘주식회사(主式會社)’란 이름을 걸고, 여기에서 발간되는 월간지인 <풍경소리>와 다른 책자들을 거저 나눠주고 있다. 이번엔 기륭전자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이날 예배에는 50여 명의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 그리고 노동자들이 참석하였다. 예배에 앞서 이현주 목사는 콘테이너에서 단식을 계속하고 있는 김소연 분회장을 만나 격려한 뒤에 예배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하느님과 코드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뭘 하든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그분이 하신다고 여겨야 한다”고 상기시켰다. 아마도 무슨 뜻이 있어서, 또 다른 가르침을 주시려고 우리를 이곳으로 부르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오석순 기륭전자 조합원이 그간의 소감을 나누어 주었다. 그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벌써 울먹이기 시작했는데, 분회장이 벌써 89일째 단식을 하고 있으며 조합원들이 수없이 마이크를 잡아도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파견근로로 불법판정을 받은 것은 회사였는데, 오히려 조합원들이 거리로 내몰려 1111일째 농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와 법원, 청와대 등 어디서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는데, 그들을 찾아준 것은 그들 조합원들과 처지가 비슷한 노동자들뿐이었다고 토로하여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또한 “회사를 이기려면 우리가 직접 투쟁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나섰지만, 분회장이 단식하고 우리 모두가 다 죽어도 그들을 못 이기는 것이 아니냐, 하는 막막한 심경”이라고 하면서, 이번 싸움을 이겨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버티면서 싸우지만 답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당신들 투쟁하는 거 이해하지만 우리도 피해보고 싶지 않다”면서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항의를 하는 상황에서, 빨리 문제가 해결돼서 분회장이 단식 그치고 우리들도 남들처럼 추석명절에 가족들과 지내고 놀이공원 가는 게 소원이란다. 이들은 “이렇게 싸움이 오래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너무 많이 와서 되돌아갈 수도 없다”고 했다. “바르게 사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인지, 우리 사회가 최소한 바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핍박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그래도 여기까지 잘 달려온 것은 주변에 계신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감사의 말을 했다.

이어서 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경동 시인은 “89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기륭전자 등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하면서 9월 9일 저녁 7시에 서울역에서 있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집회에 많이 참석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송시인은 한국작가회의 소속으로 만사를 젖혀놓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이현주 목사는 우리가 그분을 만나는 ‘장터’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이 두 분의 말씀을 통해서 주님께서 저희에게 주시려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면서 마음속에서 차오르는 생각이나 다짐 등을 나누도록 이끌었다. 참석자들은 남의 일처럼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살았던 시간이 부끄럽고 당장에 지갑을 열어서 남은 돈이라도 내어놓고 가고 싶다고도 하고, 노동자들로서 예전에 겪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있었다. 예전엔 정규직 비정규직이란 말이 아예 없었던 시절이 있었노라면서 항시 이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이현주 목사는 특별히 따로 설교를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간단한 도움말을 주었으며, “승리는 곧 우리들의 믿음”이라는 요한1서의 말씀을 인용하며 위로와 희망을 담은 축복기도를 바치면서 예배를 마쳤다. 예배를 마치고 김민해 목사(더불어드림교회)와 홍승권(삼인출판사) 김유철 이사(경남민언연)등이 찾아본 김소연 분회장은 병원에 실려갈 즈음에 본 것 보다 얼굴빛이 많이 밝아져 있었으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김민해 목사는 김분회장을 격려하고, 김유철 이사는 연대의 뜻으로 안아주었다.

김소연 분회장이 자리에 앉아서 방문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얼굴빛이 맑았다.

/한상봉 2008-09-08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