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의 좌충우돌 노래야그-1] 유아세례를 주며

누구든 매주 월요일이면 국회 앞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신상훈. 어깨에 기타 하나 들쳐메고 "술 사줄테니..." 부르는 곳은 어디든 달려 갈 기세다. 가객이라 이름 붙여도 좋을 그 사람의 노래 이야기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담아본다. 그가 만난 노래와 사람들.  거기서 거칠게 또는 부드럽게 깨달은 이야기들을 들어본다. 격주로 한 번씩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독자들과 함께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시간을 기다린다.  -편집자

월요일 저녁이면 여의도로 간다. 두마음을 가지고. 부끄러움을 지닌 무거움과 비슷한 뜻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는 셀레임이 그것이다. 13일 월요일 시국미사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밥을 먹기위해.. 소주한잔을 걸치며, 한상봉 국장님께서 말씀하신다.

“상훈씨, 그,저, 그러니까…성가 혹은 앨범에 들어있는 곡들을 이야기하는 페이지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데, 가능할까?”
젓가락질을 한번 하고 바로 말한다.
“좋은데요..굿!”
그리고 내가 요즘 즐겨 부르는 노래 ‘유아세례를 주며’라는 곡을 별 고심 없이 첫번째 곡으로 정한다. 김치를 먹고 생각한다.

‘유아세례를 주며’라는 곡은 2002년 김종성신부님의 목소리로 처음 듣게 되었다. 기타를 치며 부르신다. 걸걸한 목소리로.. 2002년 인천 답동성당 근처 까페에서...노래:김종성 신부

유아세례를 주며
-호인수 글, 김종성 곡

때묻은 나의 두 손으로
하얀 네 이마에 물을 붓는다
너를 품에 안은 너의 젊은 부모와 세례를 주고 있는 나는
이미 거짓과 탐욕과 미움으로 오염된 몸
영원히 꽃이기를 바라는 바람마저 부끄러워라
아무것도 모르는채 잠든 아가야
눈을 뜨고 우리를 보아라
아직도 우리들은 너에게 줄
평화의 땅 마련하지 못했으니
너의 맑은 눈동자 똑바로 바라볼 낯이 없구나
훗날 네가 부모 되어 너의 아기 품에 안고 오늘처럼 내게 올 때
그때도 우리들은 아기 앞에서
이렇게 부끄러우면 어쩌지


당시 운 좋게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분노와 불만이 사람을 모은다고 하지않았는가. 시간이 흘러 2009년 용산 남일당 앞에서 김종성 신부님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인사말을 건넨다.
“신부님, 잘 지내셨죠. 이 친구가 석소영 카타리나예요. 묵상앨범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요. ‘유아세례’ 그 노래 불러도 될까요?”
“얌마! 그걸 왜 내게 허락을 받아! 호인수 신부님께 인사가서 직접 허락을 맡아. 그러면 돼!”

며칠후 주일미사에 부천 고강동성당으로 인사를 간다. 신부님께 인사를 한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저..”
“어 그래. 잘지내지? 박 신부와 형도 잘지내고? 그래 어쩐일이야?”
“다른게 아니구요. 신부님 시중에 ‘유아세례를 주며’라는 곡을 김종성 신부님이 작곡했잖아요. 그 곡 좀 부르려구요. 앨범도 만들고 싶고. 그래서 허락받으러 왔습니다”
“음....시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출판돼서 세상에 나오면 그때부터는 내 것이 아냐. 마음대로 써, 그리고 국수 먹고가”

생각을 마치고 ‘지금여기’ 사람들에게 말한다.
“15일 내일 모레까지 드릴게요. 보름에 한곡씩 괜찮죠?. 아줌마 여기 라면사리요!”

"그 노래는 밝게 불렀으면 좋겠어"

오늘 아침 김종성신부님께 한통의 문자를 보낸다.
[심님!잘계시지요다름이아니라지금여기생활성가코너를하게됐는데요유아세례를주며를첫번째곡으로하려구요제가요즘이노래많이부른답니다알고싶은것이몇가지있는데요하나는곡을언제만드셨는지두번째는호인수신부님글에곡을쓰는이유가있는지마지막으로안식년을어떻게보내고계시는지시국미사오시는분들이궁금해하십니다요꼭좀알려주세요]

한시간후에 전화가 왔다.
“상훈아 잘지내지”
“네 신부님”
“그러니까 그곡이 원래 호신부님 시라는건 알지? 그래, 그래 내가 김포성당 신학생일 때 호 신부님이 계셨지. 그래서 그러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1집앨범 <나는>을 냈을 때, 앨범표지에 호 신부님의 '유아세례를주며'의 텍스트를 실었지. 근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왜 이글에 곡을 부치지 않았지? 그리고 그 다음해에.. 아마 99년정도 될거야, 그리고 곡을 썼지”

“심님. 이 노래가 두 개 앨범에 실려 있잖아요. 하나는 인천 신학생들이 부른 <길>이라는 앨범하고, 또 하나는 소영이가 부른 <어머니>라는 앨범에 있잖아요.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신부님께서 2002년도 까페에서 부른 라이브버젼이 제일인 것 같아요. 그거 제가 몰래 녹화한게 있거든요. 제 맘대로 써도 되죠?”
“마음대로 써. 다 쓰라고 있는 건데, 근데 그 노래는 밝게 불렀으면 좋겠어. 글도 그렇고 곡도 그렇고 생각에 잠기게하고 뭔가 슬픔이 있는 곡이잖아. 그래서 노래를 부를 땐 신났으면 좋겠어. 슬픔에 잠길수록 기뻐야 하거든. 나도 그렇게 부르긴 했지만”

“신부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경상도에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어 …신부님과 비밀로 하기로 했음… 그렇게 지내. 망치질도 했다가, 포크레인질도 했다가”
“신부님 감사합니다. 월요일에도 함 올라오세요. 인사 한 번 갈게요. 형님께도 안부 전해주시구요. 건강하세요” 
“그래 너도!”

함께 나눌 노래는 석소영 카타리나 묵상앨범 <어머니>에 수록된 곡이다. 2009년 사제단 전대희 신부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앨범이다. 노랫말은 젊은신부가 유아세례를 주면서 아기를 보며 생각하는 내용이다. ‘부끄러운 내가 너에게 세례를 주는 구나. 너가 너 부모처럼 어른이 됐을 때 너의 아기를 안고 내게 또 다시 올 때, 그때도 오늘처럼 부끄러우면 어쩌지..’

삶은 늘 우리에게 두가지를 요구한다. 자기반성과 사회참여. 노래를 들으며 잠시나마 부끄러운 나를 돌아본다. ‘이렇게 부끄러우면 어쩌지..이렇게..’

석소영 카타리나의 맑고 시원한 음색으로 들어본다.
 

   <어머니>
  1. 어머니
  2. 카치니 아베마리아
  3.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4. 구세주의 어머니
  5. 홀로서기
  6. 구노 아베마리아
  7. 태양의 찬가
  8. 유아세례를 주며
  9. 슈베르트 아베마리아
  10. 나눔

 

석소영 / 카타리나, 2005년 PBC 제6회 창작생활성가제 대상 수상자. 대표곡은 '한줄기빛으로'
신상훈 /  현재 한국가톨릭문화원 음악팀장으로 활동. 서강대 철학과 졸업. SBS 효과실 음악감독(1988~98년). '신상옥과 형제들' 창단멤버(드럼, 1992년). 연극 및 무용극 음악작곡. 2011년 안중근 기념 연극작품 <그대의 봄> 음악감독 및 작곡. 무용극 <그대 흘러라 기쁨의 강물이 되라> 음악조감독. (블로그: http://www.grapenamu.blog.me 뮤직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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