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교구 신현봉 신부 사제수품 50주년 기념미사 봉헌

원주교구 신현봉(안토니오, 84세) 신부의 사제수품 50주년 기념미사가 봉헌되었다. 지난 6월 13일 원동 주교좌 성당에서 열린 신현봉 신부의 금경축 미사는 원주 교구장인 김지석 주교와 원주교구 사제단이 공동집전했으며, 700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 사제수품 50주년 기념 미사를 주례하고 있는 신현봉 신부. (이하 사진제공/원주교구 홍보부)

“너는 영원한 사제이니라”(시편 110)는 성구를 선택하고 1961년 사제 서품을 받은 신현봉 신부는 그동안 상동·북평·봉산동·단양·함백·단구동·정선·서부동본당 주임사제로 일했으며,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대표위원, 사목국장, 교육원장, 진광학원 이사, 참사회 위원 등을 거쳤다. 또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성 도미니꼬 천주의 모친 관상봉쇄수도원 지도사제를 역임한 후 사목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1999년 용소막성당 주임사제로 일하다 2000년에 은퇴했다.

신현봉 신부는 특별히 1974년 당시 원주교구장이던 지학순 주교의 구속사건을 계기로 창립된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핵심으로 민주화 운동에 동참했으며, 가톨릭농민회 지도신부로도 일했다. 신현봉 신부는 1976년 3·1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구속되어 15개월을 감옥에 갇혀 지냈는데, 재판 때마다 불구속 피고인 함석헌 선생이 법정에 삼베 상복을 입고 나온 것에 호응해, 판사가 제 이름을 부르면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하며 앞줄로 달려나갔다고 한다. 이에 놀란 판사에게 신현봉 신부는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죽어서 곡을 한다”고 말해 유명해졌다.


▲ 동영상제공/ 원주교구 홍보부

이날 미사에서 최기식 신부(원주교구)는 강론을 통해 신현봉 신부의 수품 50주년을 축하하며, “신현봉 신부는 사랑으로 선택되었고, 고난의 종으로 인도되었으며, 그리스도의 대리자요 참된 사제로 살아 오셨다”고 전했다. 신 신부는 첫 미사에서 “tu es sacerdos”(너는 사제이다)라는 시편말씀을 상본에 넣어 나누어주고 기도를 부탁했다면서, “모든 후배사제들에게 참으로 큰 어른으로 큰 형님으로 참 삶의 길잡이 되어주셨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한편 신현봉 신부는 “교회와 정의구현사제단이 정의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때도 사제 가운데 가장 중심에 그리고 가장 큰 형님으로, 행동에도 맨 앞에 서 있었다”며, “명동에서 처음으로 사제복을 입고 거리를 향해 시위를 할 때도 맨 앞에 섰다가, 경찰들에게 목 졸리며 끌려가면서 ‘유신헌법 철폐하라’ 외치던 목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덧붙여 최기식 신부는 신현봉 신부에게 ‘일찍 은퇴한 이유’를 물었던 적이 있는데, 신 신부는 한마디로 “자신이 없어 그랬다”고 답변하더라며, “기계적으로는 이대로 더 사목을 할 수 없다”는 신현봉 신부의 답변에 오히려 더 깊은 신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현봉 신부는 은퇴 전에 꾸르실료와 성령쇄신운동, 레지오 마리에와 성모기사회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신 신부의 ‘겸손’에 대해 최기식 신부는 “신부님이 깊이 기도하는 삶을 동경하셨다”고 전하며, 말년에 도미니코 봉쇄수도원의 지도신부가 되어 집을 지으신 사실을 밝혔다. “신 신부님은 교회의 심장 같은 기도하는 공동체를 돕고자 했고, 그들을 닮아 기도의 삶을 원하셨던 것”이다. 침술을 배워 많은 이들의 병을 고쳐주고, 천사들의 집 같은 시설에 매년 계란을 한 더미 실고 와서 나누어 준 것도 기도 없이는 실천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 어린이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는 신현봉 신부.


이날 금경축에는 최창무 주교와 장익 주교, 그리고 최윤환 몬시뇰, 유봉준, 김득권 신부 등 동창사제들과 1970-80년대에 함께 정의구현사제단 활동을 했던 함세웅 신부 등이 참석해서 신현봉 신부의 사제수품 50주년을 축하했다.

이 자리에서 김지석 주교(원주교구 교구장)는 “신현봉 신부님 동창들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많았다”며 신 신부의 영육간의 건강을 빌어주었다.

▲ 신현봉 신부

이날 축사에 나선 최윤환 몬시뇰은 “동창들 사이에서 신현봉 신부의 별명은 ‘교주’였다”고 말해서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는데, 신현봉 신부는 서품동기 동창들 사이에서 나이가 가장 많아서 줄곧 동창회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신현봉 신부가 1번이었고, 그 다음 최근 명동성당에서 사세수품 50주년을 지냈던 정진석 추기경(80세)이 2번이었다. 정진석 추기경은 이날 신현봉 신부 금경축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답사에 나선 신현봉 신부는 “이런 자리에서는 모두들 나에 대해 좋은 말들을 하는데, 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내가 이렇게 오래 사는 것은 죄가 많아서 보속하라고 준 시간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 신자들에게 무섭기로 정평이 났던 신현봉 신부는 “신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내가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 준 것이 없는지 반성하고 있다.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덧붙여 “사제 서품 5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날을 돌이켜 보니, 나를 불러주신 주님의 뜻대로 산 것이 아니라 오직 내 뜻대로 살았던 것 같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 부제들은 자녀들처럼 율동으로 신현봉 신부의 금경축을 축하했다.

▲ 신현봉 신부의 동창사제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 가톨릭센터에 마련된 축하연.

마지막으로 8명의 원주교구 보좌신부들이 무대에 올라와 신현봉 신부에게 바치는 ‘율동’을 선보여 참석자들의 갈채를 받았다. 행사를 마치고, 신현봉 신부와 동창사제들은 원주가톨릭센터로 자리를 옮겨 축하연에 참석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