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제27차 월요 시국기도회 강론-이강서 신부]

▲ 이강서 신부(사진/이하 정의구현사제단)
오늘 많은 분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도 5월 한 달 동안 여러 사정 때문에 함께 미사 못했는데 이 자리에서 다시 여러분과 함께 있으니 새로운 장소, 하느님께서 부르신 곳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예수님의 마지막 구절이 와 닿았습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이 큰 위로와 용기가 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 비록 상처입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만, 마치 옆에서 어깨를 두드려 주시면서 용기 내라고 하는 말씀처럼 들리기 때문에 그렇죠.

그런데 우리 교회는 예수님께서 승리하셨다는 이 말씀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서 우리 교회가 승리해야 하는 것, 교회 다니고 있는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있는 우리가 세상에서 승리를 성취해야만 마땅히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처럼 착각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이 참 많지 않습니까? 우리는 먹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재화와 재물이 필요합니다. 몸을 누이고 비바람을 피하고 또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라도 집이 있어야죠. 그밖에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 공부도 해야 하고 학교도 다녀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기초생활들이 그저 이루어지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해서 일을 하고 합당한 보수를 받으면서 그 대가를 지불하면서 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볼 때에 우리는 취약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저마다 제 능력껏 살도록 부름 받았는데 먹고사는 것이 싶지 않다 보니 어떻게 해서라도 내 자식만큼은 이 고생을 덜하게 해줘야 되겠다라는 생각도 갖게 되었죠. 그래서 상속 또는 먼저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자식들에게 무상으로 전해주고자 하는 인지상정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죠. 문제는 그렇게 힘 있는 사람이 소수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힘 있는 사람들의 전횡에 휩싸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교회가 승리하는 것이 마치 예수님이 승리하는 것처럼 여기는 시대도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교회에 가서도 먹고사는 걱정 덜하게 해달라고, 병원비 덜 쓰게, 아프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이지요. 심지어는 내가 높은 자리를 얻게 되거나, 큰돈을 벌게 되거나 또 내가 하고 있는 사업들이 번창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하느님의 은총이긴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하느님의 은총에서 배제된 것처럼 우리는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하지만 그 사람은 하느님께서 돌보아 줄 수 없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렇게 가난할 것이라고, 아플 것이라고, 저렇게 실패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우리 안에 생기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승리한다는 뜻은 우리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높은 고위공직자가 되느냐 또 얼마나 많은 대학교수들이 우리 교회에 다니고 있느냐 또 얼마나 많은 재력가들이 우리 교회 구성원인가 하는 것으로 종종 평가되기도 했지요. 교회가 승리하는 것이 마치 예수님이 승리하는 것처럼 여기는 시대 상황도 있었습니다. 마치 개선교회 때 식민지 쟁탈전을 교회 승리라고 착각한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21세기 신자유주의시대를 사는 한국 사회에서도 예수님의 승리가 곧 교회의 승리와 동일시되는 사회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믿는 사람들이 겪게 될 고난에 대해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게 될 것이다." 고난을 겪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오히려 고난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예수님께서 나를 어여삐 봐 주셔서 시련과 고난으로부터 구출해 주실 것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예수님은 우리가 예수님 때문에 고난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러분들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아요. 예수님을 믿지 않아도 오늘날 한국사회는 엄청난 분들이 고난을 겪고 있죠. 사람들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말 못하는 뭇 생명들도 고통과 고난 속에서 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화문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는 반값 등록금 시위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지금 청년실업이 대단히 심각한 시대에 이르렀죠. 우리 청년세대를 일컬어서 '삼포세대'라고 한다고 합니다. 3포세대가 뭔고 하니 연애, 결혼, 출산 이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 연애와 결혼을 마다하는 젊은이들이 오히려 이상하죠. 그런데 취업난 때문에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출산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낳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젊은 사람들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첫아기를 낳을 때까지 드는 비용이 2억3천만원정도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런 어마어마한 돈을 감당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우리사회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부터 빚을 떠안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한국 대학생들의 현실이죠.

지금 광화문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는 반값 등록금 시위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이것은 단순히 대학생들의 권익 투쟁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끌어안고 있는 오래된 고난의 한 단면이 아닐까 생각 하게 됩니다.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죠. 악성 비정규직, 이 비정규직이 줄어들고 정규직이 늘어나야 하는데 오히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있는 이 사회에 어떤 희망이 있겠습니까? 그럼 점에서 세상에 힘없고 보통사람들이라고 하는 민중들이 겪고 있는 고난은 우리 역사 안에서 특별한 시점이 되고 있지 않나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주한미군에 대해 잠깐 같이 묵상해보는 시간을 권고해 드리고 싶습니다. 경북 칠곡 주한미군 캠프 캐럴에서 205ℓ짜리 600여개 분량의 고엽제가 매몰되었다는 전직 미군의 증언이 국내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경악할 노릇이 아닙니까. 주간경향의 '미군은 환경의 적인가' 기사에 따르면, 1991년 이후부터 밝혀진 주한미군의 환경오염 사고 건수는 이번 고엽제 매립까지 총 47건에 이르는데 그 중에서 단 한 것도 정당하고 적당한 배상과 보상이 이루어진 것이 한 것도 없다고 합니다.

주한미군은 수호천사인가?

저희는 어려서부터 주한미군이 혈맹국으로써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서 자기들이 목숨을 걸고 이 극동 한반도,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가장 위험한 지역에 파견되어 있는 수호천신 느낌을 줄 정도로 거룩한 존재로 알았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됩니다. 66년 동안 한반도에 주둔한 '주한 미군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하고 성찰하게 되는 사건이 이번 칠곡에서 벌어진 것이죠.

그런데 그 사건이 1978년도에 있었다고 증언한 것인데 지금 곳곳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이미 1968년도 이후부터 비무장지대를 비롯해서 동두천, 부천, 부평, 오산 전국 여러 곳에서 고엽제 등을 불법으로 매립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저기 휴전선 너머에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를 지켜주겠다고 와 있는 주한 미군들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찌될지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될 그리고 매립해서는 안 되는 독극물을 불법으로 매립했다는 이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그 군대였다는 사실을 우리가 깨달을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고엽제의 주성분이 다이옥신이라고 알려져 있죠. 다이옥신은 이런 평가를 받고 있는 물질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물질. 이 최악의 물질이 공기 중에서 접촉만 해도 암 발병률이 상당히 높은 치명적인 독성물질인 것으로 밝혀지자마자 1971년 미국은 이 고엽제 전량 폐기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전량 폐기를 결정할 때까지 베트남 또는 극동지역에서 제초제 목적으로 쓸 요량으로 만들어낸 고엽제 230만 배럴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71년부터 베트남에서부터 남아있는 고엽제 전 물량을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조스턴이라는 미국령 무인도 섬에 모아 놓고 4월부터 9월까지 1000도씨의 열기로 남아있는 고엽제를 다 소각처분 했다고 미국이 발표했습니다. 그 소각한 고엽제의 총 분량이 137만 배럴이라고 공개되어 있습니다. 궁금한 것은 230만 배럴 중에서 137만 배럴을 소각했다면 남아있는 93만 배럴은 어디 갔냐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1968년도 김신조 일당이 휴전선을 넘어 북한산 김신조루트라는 것을 통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이 있었죠. 그 사건 이후 향토예비군이 설립되고 그때 이후로 68년부터 DMZ라는 비무장지대 무성한 밀림 같은 지역을 항공기로, 또 민간인까지 동원해서 고엽제를 살포했던 기록들이 증언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김신조 일당이 넘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합니다. 미국 정부는 의무적으로 국방백서 등의 기밀 해제기간을 설정해놓고 시간이 지나면 공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70~8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미군 기록은 거의 실록에 육박할 정도로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고 해요. 그런데 고엽제를 살포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기관의 정보는 이번에 공개한 국방 기밀 해제문서에서 의도적으로 누락된 것이 아닌가, 빼돌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질 만큼 그 내용만 빠져 있다는 증언도 기사화되었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B급 국민인가? 소파 개정해야 

저는 이번 고엽제 문제가 지역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개 병사가 자의적 판단으로 600개 드럼통을 매립할 가능성은 희박하죠. 상부의 지시가 있는 것이고, 누가 매립 지시를 했는지 책임자를 우리는 정확히 알아 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렇게 독극물을 자국 내 영토에서 군부대 사령관이 매립했다고 한다면 미국 법정에서는 어떤 처벌을 내렸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들 나라에서는 안 되는 것들이 왜 한반도에서 가능한 일이 되었는지, 그리고 이런 불법적인 일들이 조금도 아니고 47건이나 순차적으로, 또 시간도 작년 재작년 문제도 아니고 벌써 30년이 지난 일들이 터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것에 대해서 마냥 뒷짐만 지고 있는 이 처사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우리가 묵상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진상조사가 벌어지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되겠지만, 이 고엽제 불법 매립에 관해서 우리 정부와 주한미군이 매립한 사실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느냐, 사실을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가 하는 것들이 대단히 큰 관건이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때부터 주한미군은 대한민국 국민은 그저 독극물이 묻혀 있어도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는 B급 국민의식을 가진 백성으로밖에 취급하지 않았다는 정확한 지표가 될 것이고요. 우리 정부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 국민의 안의보다는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식민지사관을 지니고 있었다는 시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9년 전이죠. 다음 주 월요일이 그날이 될 것 같은데요. 6월 13일, 우리나라에서는 한일 월드컵이 한참이었던 6월, 파주에서는 효순, 미선양이 장갑차에 깔려죽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들이 들고 있는 촛불을 들고 그 두 어린 중학생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습니다. 인간적으로 과실치사라 하더라도 책임 있는 반성과 사과를 석고대죄해도 부족할 판에 미군들은 공식사과를 거부하지 않았습니까. 미국 대사가 간접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했고 사령관 입으로 과실치사라고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권은 한국 정부에서 행사할 수 없다고 자기네들이 재판하겠다고 했습니다. 배심원들을 같은 미 2사단 부대원들로 세워놓고 나서 미군 두 명에게 무죄판결 하지 않았습니까.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때문에 그렇지 않습니까. SOFA의 불평등한 독소적인 조항을 여전히 개선하지 못하고 껴안고 살고 있는 우리의 처지가 오늘 성경에 나오는 고난의 그것과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번 시기는 부활시기의 마지막 주간이기도 하지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세상을 이기셨다고 했는데 예수님께서 세상을 이기신 방식이 이명박 정권이나 돈 있는 사람들, 기득권을 가지고 사람들이 행사한 방식으로 세상을 이긴 것이 분명 아닌 거죠. 세속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예수님은 승리하신 것이 아니라 철저히 패배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는 예수님의 방식이 세상 사람들 보기에는 패배한 것처럼 보이고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영원히 질수 없는 승리라는 사실을 고백하고자 합니다. 21세기 여전히 고난을 겪고 있는 이 땅, 또 이 나라의 백성들의 피 눈물을 돌아보기 위해서 우리가 여기 와 있는 것이죠. 저희는 스승 예수님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리가 걷고자 하는 정의와 평화의 길, 비폭력과 연대의 활동들, 생명 존중과 민주의 가치를 지키는 행동, 그리고 약하고 힘없는 이들을 편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하고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는 가치 있는 일임을 저희가 고백합니다. 그런 면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러한 가치들 때문에 십자가를 지셔야 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고 우리도 미약하지만 예수님의 뒤를 이어서 정의와 평화의 길, 생명과 평화의 길, 그리고 약한 것들에 편드는 신앙생활을 통해서 우리 승리의 길에 함께 연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강서 신부/ 서울대교구 장위1동 선교본당

#1. "4대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본 기회가 되었고요. 미군기지에 대한, 우리 땅에 대한 생각을 되새길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2. "미국에 대한 분노가 더 커졌어요. 인류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에는 미국이 항상 있었어요. 미국의 권력과 횡포가 전 세계를 가난과 폭력과 비인권적인 세상으로 몰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고엽제 사건 이후로 더 확실해졌거든요. 세계 곳곳을 틈틈이, 어떤 때는 굉장히 크게 하면서 또 속속들이 악으로 물들이는 사탄의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3. "과거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 하는 일을 제 3자적 입장에서 지켜만 봤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미사에도 참여하게 되고 사제단에서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4. "이제 이렇게 어려운 미사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생태환경을 지키는 신부님들과 평신도들의 생각이 하루빨리 이 정부의 위정자들에게 전달되어서 강이 스스로 흘러가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 "늘 여기 올 때마다 힘이 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도덕한 길을 외로운 길을 가는데 아주 많지는 않지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살아가는데 그리고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하느님의 정의를 이 땅에 실현해 가는데 동지들을 만나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힘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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