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교구청 앞 단식 촛불시민들과 면담


지난 8월 23일부터 서울대교구 교구청 입구에서 추기경 면담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던 촛불시민들은 8월 27일 오후 5시에 정진석 추기경과 주교관에서 면담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촛불시민 공안탄압과 방송장악 저지를 위해’ 지난 8월 13일 교구청에 공문을 보냈으나 추기경에게 직접 전달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울대교구 대변인을 맡고 있는 허영엽 신부 역시 지난 토요일 단식 첫날에 촛불시민들의 교구청 단식농성을 알고 있었으나 <경향신문> ‘언론소비자주권운동’을 하다 구속된 사람을 석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오보 때문에, 그런데 왜 여기서 이러지, 하며 그냥 지나치고 되었다고 하며, 지난 25일 월요일이 되어서야 추기경 면담을 요구하는 단식임을 알고서 교구청 안에서 논의하고 섭외하여 정진석 추기경과의 면담을 이끌어내었다고 한다.


촛불시민들은 “방송장악 등 잘못된 정책에 대한 저지와 이에 저항하는 네티즌 및 촛불국민들에게 무차별적인 폭행과 연행 그리고 구속등에 대한 저지 등에 천주교에서 앞장서줄 것을 추기경님께 호소하고자 면담을 요청한 것”이었으며, 이날 다른 두명의 단식 참가자와 함께 추기경을 30분간 면담하고 그간의 상황과 요구를 말씀드렸다고 한다.

이들은 추기경에게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에 항의하며 촛불로 대화를 요구했던 국민들과의 소통하지 않고 명박산성과 전경차로 막으며 거리에 서있는 촛불들을 어떻게 폭행하고 연행해가며 구속까지 시켰는지 전달했다. 전경들이 시민들을 방패로 찍고, 군화발로 머리를 짓밟고, 포획물에 불과한 촛불과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한 마일리지 획득과정에서 한 시민을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던 일을 전달하는 동안, 추기경은 묵묵히 경청하였다고 한다. 추기경은 “나도 일간지들을 여럿 보지만 그렇게 까지 심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요즘 상황을 전달하며 “명동성당 앞에서 돌이 던져진 이유 그리고 한대를 맞아도 비폭력이어야 한다며 참고 참고 또 참아가며 맞았던 것이 무려 100대가 넘은 지금 화염병을, 쇠파이프를 기다릴지도 모르는,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우리들의 모습까지” 이야기 하며 “경찰의 폭력으로 결국 촛불 국민들이 폭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시민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던지게 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빌미를 제공한 정부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진석 추기경은 “폭력은 절대 안 된다”면서 “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진석 추기경은 “교회는 끊임없이 쇄신되어야 한다. 나 자신부터 그렇게 해야한다. 우리 가톨릭교회가 소외받는 사람들, 그리고 부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억압당하는,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더욱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고 그들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특별히 우리 사제들이 새 사제가 되었을때의 초심의 마음으로 소외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의 진정한 벗이 되어 세상에 정의를 구현하고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사제들이 되기를 바란다”다고 말했다.

한편 단식 참가자들 중에서 아고라에 글을 올린 한 시민은 추기경이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답변을 주지 않아서 무척 답답했지만, 그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판단을 하였고, 추기경에게 상황을 전달한 것만으로도 일단 바랬던 바를 얻었다고 여기고 주교관을 물러나왔다. 한편 추기경은 그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께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들의 다양한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 줄 것을 바란다. 나 자신도 부족하지만 국민의 뜻과 함께하고 행동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며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본분을 다할 때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 내 위치에서 양심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허영엽 신부 등이 서울대교구측의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작성하였으며, 이들은 추기경의 마지막 축복기도를 받고 주교관을 나왔다.

추기경 면담을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참가자들.

이들은 주교관에서 물러나온 뒤에 참가자들은 상황보고를 나눈 뒤 몇몇 사람은 KBS방송국으로 이동하고 나머지는 귀가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28일 서울대교구측에서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한편 <지금여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모(某)씨(52세)는 "추기경님께서 앞으로 촛불을 든 시민들을 위해 뭔가 해주시길 기대해 본다"면서 "원불교에도 공문을 보냈는데, 그래도 천주교에서 제일 먼저 면담을 수락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2008-08-28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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