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시국미사, 정동 프란치스코회 성당에서 열려

촛불바람에 응답하는 10차 천주교시국미사가 8월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봉헌되었다. 주례사제인 박종한 신부(마태오, 예수회 성심전교회)를 비롯하여 김정대 신부, 정만영 신부 등 총 6명의 사제가 시국미사를 공동집전했으며 20여명의 수녀를 포함해 약 200여명이 미사에 참석했다.

주례사제인 박종한 신부는, 농촌에서 소를 풀어 기르던 자신의 어린시절을 이야기하며 현 정부의 반복음적 모습을 말했다. 박신부의 어린시절 농촌에서 기르던 소는 그 집안의 희망이었다고 한다. 그때는 애지중지하던 소를 잃어버리면 동네사람들 모두가 한밤중이라도 등을 밝히며 소를 찾았다고 한다. 이런 동네사람들의 모습에 박신부의 아버지는 늘 감사했다고 한다. 박신부는 촛불을 희망에 비유하며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이 희망을 찾고자 촛불을 들고 있는데, 정부는 희망을 같이 찾아주지는 못할망정 사람들을 잡아 가두고 있다"며 이명박정부를 비판했다.


이날 시국미사 복음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고 고백한 마태오복음(16:13-30) 말씀이었다. 강론을 하면서 김정대 신부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투신하는 것과 관련있다”며 올바른 신앙인이 누구인지 설명했다. 김신부는 베드로가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고백하지만 예수님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나중엔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한 모습을 지적했다. 즉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올바르게 고백한다는 것은 복음적 삶의 투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죄를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 김신부는 “이 문제를 그냥 두고 정의를 이야기할수 없다. 구조적인 죄와 정의롭지 못한 상황을 그대로 놓아두고 예수님은 주님이라고 고백할수 없다. 가난한 사람들 입장으로 세상을 보고, 삶을 나눌 때 그리스도를 주님이라고 고백할수 있다. 양극화된 세상에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고 정의에 투신하는것이 올바른 신앙”이라고 말했다.

강론에 이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관한 연극 '나비'가 공연되었다. 원래 1시간 30분 연극이었지만 20분 분량으로 압축되어 공연됐다. 연극공연이 끝난후 , 몇몇 참석자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져 눈물흘렸다며 소감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사가 끝난후 참석자들은 펼침막을 앞에 들고 명동성당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하지만 명동성당을 약 200m 남겨두고 경찰이 방패로 행진대열을 가로막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20여분 후에 경찰이 가로막던 방패를 치우긴 했지만 참석자들은 천주교신자가 성당을 가고 싶어도 마음놓고 가지 못하는 현실에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명동성당 들머리에 다다르자 언덕에 앉아있던 촛불시민들이 활짝웃으며 큰 박수로 시국미사 행진대열을 환영했다.

명동성당 입구 곳곳에 경찰들이 늘어선 가운데, 시국미사 행진대열에 박수치며 환호하는 촛불시민들의 모습은 인상적인 풍경을 자아내었다. 이명박 정부의 촛불탄압에 상심한 시민들은 “답답한 마음을 달랠 수 없어 명동성당에 모였다”고 말한다. 신앙은 없더라도 명동성당에서 무언가 희망을 찾으려는 촛불시민들, 천주교 시국미사가 촛불시민들에게 작은 희망으로 다가서길 기대해 본다. 



/김용길 사진, 두현진 글 2008-08-25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