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숙 도미니카

지난 금요일 장애인 지역공동체에 방문을 했다. 오기 전에 장애인지역공동체 회원 가운데에도 천주교 신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은 활동가들에게 부탁을 했다. 월요일 다시 방문을 했다. 대구 지하철 1호선 동촌역을 올라와서 몇 미터를 걸어가니까 어느 장애여성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분인가 긴가민가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인터뷰를 할 손경숙 도미니카(대구대교구 신암본당) 씨는 보이지 않았다. 활동가에게 물어보니, "은행에 갔어요. 좀 있다 올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휠체어를 타고 지나갔던 여성분이 손경숙 씨였다! 냉커피를 마시며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손경숙 씨가 활동보조인과 함께 왔다. 활동보조인은 쓰는 것보다 노트북으로 연결해서 하자고 제안해서 오늘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실 이런 인터뷰는 나 개인도 원하던 것이었다.

장애인지역공동체에서 활동하신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3년 정도 된 거 같아요. 정확하게 3년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구요.

성당과 장애인 지역 공동체(이하 장지공http://www.jangjigong.org/ )에서 함께 활동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시작부터 거의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였습니다. 몇달차이... 그전에는 성당에 나오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우리집 전체가 천주교와 다른 신앙이 있어서... 3년 전쯤에 성당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혼자 나갈 수가 없었구요. 그 전까지만 해도 수동 휠체어로 다였어요. 그건 무겁고 활동보조인(혼자서 활동이 불가능하거나 불편해 보이는 장애인이나 노인들 옆에서 활동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제도. 한국에는 최근에 도임됐지만 외국에서는 오래된 것이다. 최근에는 활동보조견도 있다고 한다.-통신원 주)이 있어야 가능했었으니까요.

교구 내 성당을 몇 군데 둘러봤는데 장애인 시설이 아예 없거나 기만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과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건 선교회에서만 제공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 사실 저도 그 부분에 대해 불만이 많습니다. 하느님 믿고 성당에 와서 열심히 기도하면 몸이 불편한 것도 나을 수 있다고 말을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가 같이 가서 교리 교육을 받으러 가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화장실에 장애인 시설이 없었고, 교리실이 2층이라서 한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어요. (누가 날 업고 가 주는 것도 아니고) 다른 건물 1층에서 혼자 교육받고 했던 점이 불만이었습니다. 교회당에 가도 마찬가지라는 부분이 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한두 번 사람들이 오라고 초청해서 가본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성당은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통로나 장애인을 위한 시설(화장실 등)이 하나도 안 되어 있었다는것은 매우 불편했었죠. 지금도 매주 가지만, 갈 때마다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성당에는 그래도 장애인 화장실을 지었지만, 잘못 지었어요. 정작 장애인들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비장애인들 시각에서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면서 지었더라구요. 완전 그림의 떡이예요.

장애인들에게 ‘극복’과 ‘불쌍함’을 요구합니다. 그러면서도 현실은 아무 것도 돼 있지 않습니다. 대중매체를 보게 되면 흔히 '극복'이라는 말은 줄어들었지만 '딛고'라는 말로 포장해 당사자들에게 어려움을 극복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이제는 곧 페롤림픽 즉, 장애인 올림픽이 열릴 텐데 방송에는 한국방송 1에서 하이라이트만 간단하게 보여주고 넘어가는 현실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종교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가 않아요. 장애인들은 거의 생각이 없고, 무조건 도와주어야만 하는 그런 존재로만 생각하죠. 정말 불쌍한 존재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사람들로 상대할 때가 많아요. 제가 가끔 길거리에서 종교인들을 만났는데, 종종 이런 식으로 말해요. "당신이 전생에 죄를 지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하느님 앞에 가서 기도하고 하면 나을 거라고." 그런식으로 접근하는 종교인들이 많아요. 더 웃긴 건 장애를 질병으로 본다는 거죠. 이게 병이 없어지는 것처럼 장애가 없어지는 날이 올 거라고 말이죠. 하느님을 믿으면 언젠가 장애가 사라지는 날이 올 거라고 그런 식으로 말해요.

8월 24일 주일자 매일미사 책 보편지향 기도에 장애인들을 위한 기도문이 문제가 있었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몸과 마음의 장애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특별히 돌보아 주시고, 그들에게 주님의 손길을 대신하는 많은 봉사자와 은인을 보내 주시어, 그들이 불편함을 이겨 내며 따스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도록 은총 내려 주소서." 이 구절을 듣고 장애인 당사자들이 들으면 기분 나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좀... 기분 그렇게 좋지는 않았죠. 왜냐하면, 무엇인가... 가식적인 느낌이랄까, 그렇게 말하면서 정작 일상생활에서는 배려하지 않는 모습들이 보여요.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정작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장애인들도 모두 다르고 각자 다른 상황이 있는데, 그들은 장애인 모두를 하나로, 획일적으로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데, 길에서 전동휠체어를 밀어 주시겠다고 나서는 분이 계셨어요. 전동휠체어는 자동이니까, 당연히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도 불구하고 끝가지 밀어주겠다고 고집을 피우시더라구요. 오히려 제가 필요해서 도와달라고 하면 제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시는 경우가 더 많죠. 그럴 때가 정말 답답해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저도 하느님에 대해 많이 알고 따르고 하는 열렬한 신자는 아닙니다. 그래도 그분들 나름대로 도와주시겠다고 하는 거라 제가 그것에 왈가왈부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장애인들은 사제나 수도자가 되기가 어렵습니다. 한국 같은 경우 작년에 서울에서 청각장애인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가 성품을 받았습니다. 아직은 한국 교회 내에선 장애인들이 사제가 되기가 어렵습니다. 박 신부 자신도 힘들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수도회의 경우에는 여자 수도회는 2곳뿐이고 남자 수도회는 1곳뿐이라고 합니다. 교회에서 받아주는 장애인이라 해봐야 비장애인 가까운 분들 뿐입니다. 장애인들의 교회참여가 적은 편입니다. 참여라고 해봐야 교회의 큰 행사뿐입니다. 언어장애나 청각장애가 있으신 분들, 지적 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알아듣지 못한다"고 독서에서 배제합니다.

저도 제가 성당을 다니고 있지만, 저희 성당에서도 장애인이 2명 뿐이거든요. 그나마 다른 한분은 혼자 걸을 수 있는 분이세요. 교회 행사에 저보고 나오라고 하지도 않아요. 제가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 시기가 있어요. 한달에 한두 번... 고해성사는 받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고해실에 아예 휠체어가 안 들어가요. 그래놓고 고해성사 하러 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고요? 제가 정말 불만인 게, 미사 드리는 제단이 왜 이렇게 높은가요? 저도 가깝게 한 번 보고싶고 그런데... 그리고 제가 미사 드릴 때 쓰는 책들을 못 봐요. 다른 사람들은 다 성경이나 미사책, 성가책 놓고 보면서 미사 드려요. 저는 성경을 놓고 보고 할 장치도 없으니 볼 수도 없어요. 저는 완전히 미사를 그저 갔다가 오는 것밖에 못해요. 저는 종교 행사에 참여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어제도 성당을 갔다 왔지만, '저는 왜 이게 안되는 걸까' 싶기도 하구요. '도대체 누구한테 이런 부분을 말해야 하는가?' 사실 제가 성당을 3년이나 다녔지만 아직까지 미사 드릴 때 쓰는 책들을 한 번도 못 봤어요.

자매님이 느끼기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장애인에 대한 대우는 어떤가요? 장애인들을 위한 노력이라고 해봐야 고작 선교회 미사나 행사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게 4월 20일 사이에 카리타스에서 장애인들을 모아 체육대회를 여는 게 고작입니다. 이것은 장애를 건강의 차원으로 이해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교구의 장애인 행사 한두 번 가봤거든요. 솔직히 화가 났어요. 참석한 장애인들에게도 화가 났어요. 그저 도시락 하나 얻어 먹기 위해 오는 사람도 많았구요. 이걸 주최하시던 분들도 대충 대충 넘겨서 끝내려는 분들도 많았어요. 프로그램 또한 장애인의 시각에서 프로그램을 만든 게 아니에요. 전부 다 비장애인들 위주로 프로그램을 짜고 만들어 놓은 것 같더라구요. '하느님은 저러시지 않으실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생각이 좀 많은 분들 같으면 무엇인가 다르게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대하시는 분들이 들으시면 기분 나쁘시겠지만... 그분들은 저희를 초대할 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꿈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을 보여주겠다" 하면서 초대하거든요. 그러나 정말 아니거든요. 말이랑 현실이 너무 다르니까요. 우리 장애인들을 너무 수준 낮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많이 기분이 나빴었죠!

한국 사회에서 장애여성은 성이 없는 존재라고 합니다. 영화 <오아시스>가 그런 점에서 비판을 많이 받더군요! 대구에서 장애여성으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이며 앞으로의 소망이 있다면요? 활동 보조인과 저상버스 도입으로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개선돼야 할 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네티즌 독자들이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장애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비장애인에 비해 한 4배쯤 힘든 거 같아요. 집안에서부터 힘들어요. 똑같은 장애인인데도 여성과 남성 장애인의 차이가 너무 엄청나요. 교육에서부터 배제되죠. 남성 장애인들은 나중에 가정을 일구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나마 반영이 되어서 초등학교 교육이라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능력이 좀 되는 집안에서는 대학까지도 진학시키죠. 그러나 여성장애인들은 그런 게 아예 없어요. "이거 배워서 무엇을 할 것이며, 니 몸이 그런데 학교나 대학은 같이 가줄 사람은 또 누가 있느냐?" 이런 식이었어요. 지금이야 사회가 좋아졌다고 하지만(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죠!), 제가 느끼기엔 아직도 여전해요.

어떤 여성장애인은 1년에 한번 바깥구경 조차 못하는 사람이 있었죠. 그리고 다른 남성 장애인과 결혼해서 애를 낳으라고 해요. 왜냐하면 "그 애가 7살만 되면 너의 손발이 되어 줄 수 있으니까..." 다른 여성장애인들과 함께 이런 식의 말을 들으면서 자란 저는 정말 슬펐죠. 그럼 그 아이의 인생은 어떻게 되라는 건가요? 그 아이의 인생은 오로지 나의 필요에 의해서 낳은 존재밖에 더 되냐구요.

집에서도 그렇고 밖에서도 여성장애인들이 겪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많아요. 저는 밖에 나온 지 3년밖에 안 됐는데 성추행을 당한 적도 있었어요. 제가 늦게까지 공부하고 집으로 가는데, 휠체어 보고 술취한 취객들이 막 달려들었어요. 대낮에도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막 끌어안고 그랬어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내가 느끼는 건... 어디가서 말도 못 하겠고, 집에다 이런 말을 하게 되면 당장 그만 두라고 할 것이고... 니가 지금 배워서 무엇을 할 거냐, 대학교수? 직장? 이런소리만 하니까 집에서도 이야길 할 수 없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가장 힘들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여기 가티즌(가톨릭 네티즌) 독자들에게 해주실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냥,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인간이라고 보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장애인이라고 해서 더 많은 동정심을 주는 것도 싫고, 특별히 더 관심 가져주는 것도 싫어요. 그냥 정말 필요할 때, 즉 우리들이 진짜 도움을 요청할 때 진정 도와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항상 동정과 지나친 관심으로 불필요한 도움을 주시는 것보다 진정으로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 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진짜 관심이라는 거죠... 저는 성당은 자주 가지는 않지만, 성당 가는 게 좋아요. 가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도도 하고, 신부님 미사 드릴때 꾸벅 꾸벅 졸기도 하지만 그래도 신부님 말씀 듣는 것도 좋아하구요,

제가 일주일동안 다른 사람 미워하고 나쁜 생각 다 해도, 신부님은 어떻게 내 마음을 아는지 참... 하하하 그래서 신부님이 말씀하실 때 마다 가슴이 찔려요. 앞으로도 성당 계속 열심히 다니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여성 장애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남성 장애인들도 많은 것을 가졌구나라는 생각을 말이다.

/현이동훈 200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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