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촛불바람에 응답하는 시국미사 봉헌

제9차 촛불바람에 응답하는 시국미사가 8월 16일 토요일 오후 5시에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수도원 성당에서 천주교 시국회의 주최로 봉헌되었다. 연휴와 막바지 여름휴가 기간인데도 약 200여 명에 가까운 평신도와 수도자들이 미사에 참례하여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시간이 되었다.

미사집전을 맡은 메리놀외방전교회의 하유설 신부는 미사를 시작하면서 엠마오로 가는 길의 제자를 예로 들면서 “제자들은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일을 서로 나누면서 서로 힘을 얻었고 또한 부활하신 예수를 만났으며 거기에서 새로운 힘과 삶을 찾았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이 시대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어려움, 광우병, 언론탄압, 공기업민영화, 한반도대운하 문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과정 등 정부가 이제 촛불을 꺼뜨리려는 여러 탄압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촛불행진을 막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촛불의 원천을 막을 수는 없다”고 하였다. 하신부는 이어서 “정의를 위해 촛불을 밝히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성령께서 하시는 것이며 그 촛불로 인하여 우리 가운데 하느님나라가 임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보호, 자유와 평등은 다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며 우리는 그리스도의 동반자”라는 것이다.

강론을 맡은 예수회의 정만용 신부는 미사 중에 선포한 독서와 시리아페니키아 연인에 대한 복음 말씀은 “하느님의 구원은 유다인에게 뿐만 아니라 이방인에게도 전달되었고 차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전한다고 하였다. 이어서 정신부는 복음 속에 나타나는 예수조차도 처음에는 이방인에 대한 선입견에서부터 자유롭지 못하였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여인이 자신을 비굴하게 보일 정도까지 낮추는 사랑을 보고 예수는 예수 스스로의 무지와 선입견을 대면하면서 또한 받아들였다고 말하였다. 즉, 이방인 여인을 통하여 “비판적 지적을 들음으로 미성숙하고 옹졸한 예수 자신이 성숙해졌다”는 것이다.

정신부는 강론 끝에, 여인의 절규에 가까운 호소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고 매몰찬 예수의 모습을 보며 자신 안에 있는 ‘화’를 보았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분노는 누구를 향한 분노인가? 그 첫 번째는 내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여인의 절박함에 대한 제자들의 무기력함은 나의 모습이었고, 그 감정에 대면할 용기가 없어서 그 화살을 예수님께 향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본 것이다. 방어기제가 나를 감싼 것”이라고 인간적인 고백을 하였다.

“로만칼라를 한 채 촛불을 뒤로 하고 수도원으로 향하는 내 자신에 대한 무기력함! 하물며 세상의 촛불들은 어떤 마음일까 하는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았어요. 자정을 넘기고 동료 수사 몇을 깨워 새벽이 가까울 때까지 함께 하였습니다” 이 말을 하고 정신부는 잠시 말을 이어가지 못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명박에 대한 분노를 들었는데, 민중들이 든 촛불에 대한 진실성 없는 사과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그의 말바꿈, 앞뒤 맞지 않는 행동들에 대해 심한 우려를 표하였다. 그리고 그는 강론을 마무리하며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수함으로 우리 안에 있는 분노와 싸울 것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역사 안에 뿌려진 희생의 댓가는 우리를 마침내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미사를 마치고 예수회의 김정대 신부는 기륭노조의 문제를 언급하며,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과 더 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9일 기도와 단식에 함께 동참해 주기를 시국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호소하였다. 시국미사를 마치고 참석자들은 명동성당 앞까지 평화로운 촛불행진을 이어나갔다.

/배은주 글, 김용길 사진 2008-08-18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