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광복절 기념 <나비> 공연

지난 8월 13일, 대구 문화웨딩에서 경북 경산에 살고 있는 정신대 피해자 김순악 할머니의 책 <내 속은 아무도 모른다 카이> 출판회를 가졌다. 대구에 살고 있는 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과 대구 경북의 많은 시민단체 회원들, 일본의 평화운동 단체들이 함께 했다. 공연과 만찬으로 출판을 축하했다.

그리고 8월 16일에는 오후 7시 서울 명동성당 옆 가톨릭회관 6층에서 정신대 피해자 할머니의 삶을 다룬 연극 <나비>가 공연됐다. 명동성당 앞에서는 촛불시위를 하고 있어서 시민들의 함성과 경찰의 경고방송이 공연장 안까지 들렸다.

연출을 맡은 방은미 대표(극단 나비)에 따르면, 연극 <나비>는 지난 2005년 광복 60주년을 맞이해서 시작되었다. 대학로에서는 3개월이나 공연을 했었다. 관객이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당마다 다니면서 공연을 했단다. 국회에서도 공연을 했지만 국회의원들의 반응이 시원찮았다고 한다.

방은미 대표는 요코 이야기 사건을 언급하면서 정신대 피해 할머니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연극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공연에 필요한 모금을 다음 아고라에 청원해서 추진하였는데, 3일만에 200만 원이 모아져 시설을 빌릴 수 있었다고 한다.

독일유태인 학살 현장에는 “용서하자 그러나 잊지 말자” 라는 글이 새겨져있다고 한다. 우리가 아픈 기억에서 도망가지 않고 거듭나기 위해서다. 이 연극 <나비>는 일본군 위안부였던 세 할머니를 통해 우리를 그 기억 속으로 이끌어 간다. 그들은 말한다. “우린 일본군의 배설물을 받아내는 변기통이었다!” 그렇게 박순자 할머니와 이복희 할머니가 피맺힌 절규를 토한다. 그들은 스스로 세상에서 받은 무관심과 멸시와 조롱 앞에서 제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사람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질문하는 것이다.

그들은 “미쳐야 진실을 볼 수 있으니까! 다 같이 미칩시다.”라고 제안하며, “그래서 누에고치처럼 숨어있는 애벌레처럼 있지 말고 나비처럼 훨훨 자유롭게 날아봅시다.”하고 이끌어 간다. 밀폐 된 방에서 외부와 차단된 채, 과거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김윤이 할머니에게 문신처럼 새겨져 있는 ‘하나꼬’라는 이름이 열쇠말이 된다. “나는 하나꼬가 아니라구요.” 하며 소리를 친다. 그저 “모두 나쁜 꿈을 꾸었던 거야. 악몽이었을 뿐이야.”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그것은 아직도 사랑아 있는 현실이었다. 그 할머니 앞에서 손녀는 “부끄러운 할머니가 아니라 꿋꿋히 잘 살아준 할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창문을 열어주련?” 그들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은 그동안 어두운 커튼을 가리고 살아왔던 밀폐 된 방안으로 한줌 햇살을 들여보낸다.

연극이 끝나고 방은미 대표는 감사의 말을 전했고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감동은 오래 갈 것이다. 공연을 마치고 가톨릭회관을 나오자 명동성당 들머리에는 아직도 촛불시민들이 서성거렸다. 그들의 외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꿔치기한 가운데 <나비> 공연을 본 감회가 새롭다. 아직 친일잔재는 청산되지 않았다.

/현이동훈 글, 신현길 사진 2008-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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