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프게 부르는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 집 달라'

"마구잡이식 개발로 인한 용산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800여 명이나 되는 용역이 동원되어 철거한 상도4동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용산참사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의 말이다.

4월 27일 오전 11시에 상도4동 철거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동작구청 앞에서 상도4동 철거민들이 지난 부활절 다음날인 26일 발생한 철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원호 사무국장은 "용산참사가 발생한 용산4구역에서도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이 용산구청이었다. 그러나  구청에서는 철거민들을 '떼잡이'라며 외면했다가 참사가 발생했다. 동작구청 역시 자신들이 지정했던 재개발지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재개발지역이 아니라며 모른 체 하고 있다. 결국 주민들의 주거권은 서울시와 동작구청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 주민들은 제2의 용산참사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사진/한상봉 기자)

전철연 상도4동 철대위의 김영희 씨는, 용산망루에 올라갔다가 심한 부상을 입고 내려온 상도4동 천주석 씨의 처이며, "이런 개발이 없었다면 남편과 나는 자식들과 오붓하게 여기서 살 수 있었다"고 호소하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가수용단지에 입주했다가,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 집 달라'는 노래처럼, 임대주택에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소박한 희망을 피력했다. 천주석 씨는 현재 대구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빈곤사회연대 최예륜 사무국장은 용산참사를 기억하며 "잘못된 개발악법 때문에 구속된 동지들을 생각하며" "죽지 말고 당당하게 투쟁하자"고 외쳤다. 

지난 4월 25일 새벽 3시경 서울 동작구 상도4동 11구역(산65번지)에서는 800여 명의 철거용역들이 들이닥쳐 집기와 사람을 들어내고 가난한 이들의 보금자리를 헐어버렸다. 이들은 명도집행 공문과 집행관 조차 대동하지 않은채 용업업체 직원들만으로 불법 철거를 시작한 것이다. 한편 강제철거 과정에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제1급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 철거를 시도했다. 

▲ 상도4동 철거지역 주변은 아파트가 즐비하다. (사진/한상봉 기자)

상도4동은 원주민의 70%가 강제철거로 인한 강제이주를 당한 상태이며, 이 지역은 본래 양녕대군을 모시는 사당인 '지덕사'가 위치한 곳으로, 그 후손들이 설립한 '재단법인 지덕사'의 소유였다. 이 임야지대에 무허가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45년 전부터 지덕사에 사용료를 내고 전월세와 매매가 이뤄져 왔는데, 주로 저소득층 사람들이 밀집해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지덕사 측은 무허가 건물 가옥주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주택재개발추진위원회'를 통해 땅 매입을 둘러싼 협상을 하다가 여의치 않자, '세아주택'(현 세아건설)을 끌어들여 '지역주택조합'으로 개발을 시도해 왔다. '주택재개발' 사업과 달리 '지역주택조합'은 민영개발이라서 땅주인이 시행사에 땅을 매각할 때도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을 뿐더러 시행사와 시공사는 임대주택을 지을 의무도 보상의무도 없기 때문에 큰 개발이익을 얻게 된다. 

지덕사 측은 원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세아주택에 토지를 매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추진위 위원장과 총무 등에게 뇌물을 뿌렸고, 2008년 2월에는 이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집을 강제철거함으로써 조합원 자격을 상실시켰다. 이런 방식을 거쳐 지덕사는 그해 3월에 세아주택에 땅을 매각했으나, 2009년 7월 뇌물제공과 수수행위가 적발되어 지덕사 이사장, 추진위 간부들이 아직도 구속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들은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는 토지 등 소유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2010년 7월 주택재개발구역 지정이 취소되었고, 지난 3월 말부터 세아건설은 지역주택조합 형식으로 재개발을 하기 위해 명도집행을 명분으로 다시 철거를 시작했다. 현재 70여 세대가 남은 세입자들은 동작구청에 주거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 철거민들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마저 가재도구와 사람들을 끌어내고 철거한 마을을 참담한 심경으로 내려다 보고 있다. (사진/한상봉 기자)

한편 상도4동 지역 가옥주의 한 사람인 천주교 신자 엘리사벳(58세)씨는 지난 한 주간 동안 대책위 사무실에서 자면서 마을을 지키고 있는데, 민영으로 개발되면 가옥주들 조차 아무런 보상도 없이 집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엘리사벳 씨는 자녀들을 위해 지난 1996년에 이곳에 있는 집을 매입했는데, 방이 3칸이며, 200만원 전세를 놓고 있었으나, 세아주택(건설) 측에서 가옥주에게 통보 없이 세입자에게 전세금 200만원 내주고 철거시켜 버렸다고 전한다. 이들은 동작구청이 중재에 나서 사테가 잘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 한편 철거용업 업체는 오는 5월까지 철거를 만료하라는 지침을 받고 있어서 이후 상황은 더욱 험악해질 가능성이 높다.

▲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이들은 200-300만원 자리 전세방이었지만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사진/한상봉 기자)
▲ 무너진 담장 안에서도 상추가 잘 자라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빈터만 있으면 꽃을 심고 채소를 가꾸었다. (사진/한상봉 기자)

 

 

 

 

 

 

 

 

 

 

 

 

 

주민들은 28일에 다시 철거용역들이 들이닥친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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