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 시국미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봉헌

제8차 촛불바람에 응답하는 시국미사가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지난 8월 9일 오후 5시에 봉헌되었다. 마침 이날은 촛불집회를 시작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인데, 이날 미사는 예수성심전교회 신부들이 미사주례를 맡았으며 200여명의 수도자 평신자들이 참석하였다.

이날 강론에서 박창일 신부(예수성심전교회)는 상당히 강도 높게 현 시국과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였다. 박신부는 강론을 하면서 “아직도 시국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착잡하다”고 하면서 “효순이 미순이 이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나가면 중고생들이 “쥐를 잡자 찍찍찍!”이라고도 하고, 어느날은 한 대학생이 컴퓨터 마우스를 질질 끌고 다니더라면서 그래도 대통령인데, 우리가 왜 이래야 하는지? 물었다. 정부에선 배후세력 운운하며 아무 것도 모르는 청소년들을 선동한다고 하지만, 물어보니 “다 알아요.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오거든요.”하고 답변하더란다. 그들도 알고 발언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박신부는 “촛불집회는 본래 광우병 소 때문만이 아니라 0교시 등 ‘잠 좀 자자!’라는 구호처럼 이명박 정부의 정책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대운하처럼 삽을 한 삽 뜨자마자 문제가 생기는 정책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친소 만큼 미친짓”이라는 것이다. 언론에 대해서도 한마디 거들었다. “노무현 때는 코드 인사 한다고 난리를 부리던 조중동 언론이 이명박의 연줄 인사에는 아무 소리 안 한다”면서 “정도 언론이라면 정권이 바뀌어도 기준을 바꾸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역대 경창청장 중에서 국민들이 이름을 아는 사람은 어청수뿐”이라면서 권력을 가진 자의 폭력과 시민들이 폭력을 등가로 보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촛불시위를 보면 수많은 군중이 모여도 사고 한번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평화적이고 성숙한 시위라는 것이다. 이번 KBS사태에서 보듯이 “현 정권은 검찰, 세무서, 법원, 감사원 뿐 아니라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불법을 저지르고 인터넷까지 다 잡아들이는데 이게 무슨 민주주의냐?”고 물었다.


한편 촛불 100일을 평가하면서 “하느님께서 100일간 더위 속에서도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의 애절한 마음을 알아주시길” 기도했다.

한편 현 시국을 바라보면서 박신부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만사를 친미/반미, 친북/반북으로 가르려는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 지적했다. “촛불을 들면 좌파요 반미요 친북이라고 매도하는 건 정신나간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 시대의 가치관과 윤리를 지켜려는 게 보수고, 더 변화시켜 나아가자는 게 진보인데, 우리는 친미/반북을 보수라 하고, 반미/친북을 진보라고 부르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북한과 미국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념논쟁에 끌려들어가서는 안 되며, “북한 문제는 우리가 한반도에 사는 한 지고 가야할 십자가”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독서에서 읽은 엘리야 예언자 이야기를 인용하며, “엘리야는 바람과 지진과 불속에서가 아니라 조용하고 여린 목소리 가운데서 하느님을 만났다”면서 강하고 세고 뜨거운 것 안에서, 그런 일방적인 폭력과 강요로 국민들을 설득하려는 이명박 정부에게 “장로인 대통령은 스스로 복음을 다시 읽고 국민의 뜻을 알아차려 겸손하게 처신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시국미사를 마치고 참석자들은 보신각까지 촛불행진을 이어갔으며, 저마다 촛불대열에 참여했다.

/두현진 글, 김용길 사진 200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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