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우 변호사(진보신당 공동대표)

8월 2일 법원에서 양심선언을 한 의무경찰 이길준 이경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여 불구속 판결을 내렸으나, 경찰은 이길준 이경에게 시위진압 출동명령을 내리고 불복하자 명령불복종을 첨가해 다시 구속영장 재청구하여 8월 7일 오늘 구속영장을 받았다. 전의경제도 폐지를 위한 연대측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신청을 해놓은 상태인데,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전의경 제도는 그동안 명분과 달리 그동안 권력의 도구로 악용되어 왔으며, 이를 폐기하는 문제는 이후 시위문화의 평화적 정착과 권력의 합리적 운용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진보신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의경제도 폐지에 깊이 관여해 온 이덕우 변호사를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이길준 의경이 고맙다

한상봉: 어떻게 이길준 이경과 만나게 되었나요?

이덕우 변호사: 지난 7월 23일에 진보신당 대변인에게서 연락을 받고 이길준 이경을 만났죠. ‘전의경 제도 폐지를 위한 연대’에서 연락이 왔던 모양입니다. 한 의경이 특박 나왔다가 병역거부와 양심선언을 하고 싶다는 거였죠. 그래서 25일 오후 4시에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주선이 되었고 농성장도 마련되었는데, 회견 직전에 이 의경이 너무 시간이 빠듯해서 미처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서대문 쪽에 사시던 부모님이 울며불며 당장에 택시를 잡아타고 오셔서 회관 밖에서 이 의경을 만났는데, 부대 복귀를 하라는 거였죠. 그때는 이미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에 이 의경의 양심선언 기사가 나간 뒤라 벌써 회관 근처에 경찰이 쫙 갈려서 다시 회관으로 들어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어요.

그래서 바로 신월동성당으로 가게 된 것인가요?

부모님은 한사코 아들의 양심선언을 반대했지만 이 의경의 생각이 이미 굳어진 상태라서 결국 복귀시간인 그날 저녁 8시를 넘기고, 처음엔 조계사로 갈까 하다가, 광우병대책위와 조계사 분들께 너무 큰 부담을 줄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성당 중에서 물색하였는데, 예전에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지도신부를 하던 나승구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리로 가기로 결정한 거죠. 사전 연락도 없이 들이닥친 셈입니다. 경찰들은 사라진 이 의경이 저랑 함께 있는 걸 알고 성당쪽으로 가리라 예상했던지 전종훈 신부(정의구현사제단 대표)가 있는 수락산성당 주변에 병력을 투입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장소로 우리가 들어가서 아마 놀랐을 겁니다.


성당에선 별 문제 없었나요?

나승구 신부님이야 여리고 착하신 분이잖아요. 우리가 사제관에 들어가 자초지종을 말씀 드리자 ‘알았다’ 하더군요. 그날 금요일부터 기자회견을 한 27일 일요일까지 사제관에 머물며 부모님을 설득했죠. 아들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부모님이 이 의경의 뜻을 받아들이게 되고, 며칠 있다 양심선언도 하게 된 거죠. 그리고 농성도 시작하고... 저희는 조용한 성당을 시끄럽게 해서 좀 미안했는데, 마침 예전에 주거연합에서 일하시던 분이 성당에 계셔서 밥이며 반찬이며 해다 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신자분들이야 이 상황을 달가와 하지 않는 분도 계셨겠지만 비교적 협조적인 분위기였습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다음 아고라에 이 기사가 뜨자 시민들이 첫날부터 신월동성당에 와서 촛불을 들고 저희 농성자들을 지켜주었습니다. 불가피하게 여기서 촛불 문화제를 열다보니,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소리가 나서, 마침 더운 계절이라 성당측과 근처 주민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죄송할 따름입니다.

경찰에 자진출두하게 된 배경은 어떻습니까?

먼저 경찰의 고발과 출두명령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죠. 전투경찰대설치법에 따르면, 근무이탈이나 명령 불복종으로 형사처벌을 받으려면 지휘관의 고발이 있어야 사건수사가 가능하죠. 고발 없이 경찰에 출두하면 예전에 전경이던 이기덕 상병처럼 고발당하지 않은 채 계속 부대에서 상관의 압박과 징계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기덕 상병은 난 육군으로 왔지 전경으로 오려고 했던 게 아니라며 항명했고, 계속 폭행과 영창행으로 시달렸습니다. 결국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 요청을 해서 국가인권위가 타부대로 옮기거나 육군으로 보내라고 권고하였으나, 경찰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한 채 엊그제 다시 이 상병을 15일 영창에 보냈다고 합니다.

밖에 있다 끌려가면 이 상병처럼 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경찰측에 사태가 길어지기 전에 빨리 고발조치를 하도록 제안했고, 바로 그날(29일)로 밤에 중랑경찰서와 양천경찰서장이 나승구 신부와 저를 만나러 왔죠. 우리는 “만약 이길준 이경이 불구속되면, 병가나 휴가처리하여 귀가조치 시키고 직위해제 시켜 집에서 재판을 받을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31일 오전 11시에 기자회견하면서 농성을 풀고 경찰에 자진출두한 거죠.

법원에서는 불구속 처분을 내렸다는데...

법원에서는 영장실질검사를 통해 이길준 의경이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불구속 판정을 내렸죠. 그런데 유치장에서 이 이경을 빼낸 경찰은 이 이경을 본래 소속했던 방범경찰대로 끌고 가서 지휘관이 계속 네 차례나 시위진압에 출동하라고 명령한 거죠. 물론 이 이경은 자신이 이미 고발조치된 상태로 이를 거절했죠. 그러자 경찰은 이를 빌미로 기존 고발내용에 출동명령 거부를 첨가해서 다시 법원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습니다. 그래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우리는 지난 5일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 요청을 해놓은 것입니다.

전투경찰설치법의 위법성

이길준 이경의 양심선언이 갖는 의미는 어디서 있다고 보십니까?

저희 입장에선 이길준 이경이 참 고맙죠. 우리들은 물과 공기처럼 익숙해서 당연하게 여기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면 우리나라를 ‘이상한 나라’로 취급합니다. 흉칙한 전경버스가 시내에 버젓이 있고 진압복을 입은 전경들이 서 있는 모습 말입니다. 70년대 이후로 전경이 상시적으로 운영되어 왔는데, 전경만 있다가 나중에 의경도 만들어졌죠. 전경은 대간첩 작전에 동원하기 위함이고, 의경은 치안업무를 보조하는 게 본래 목적이죠. 그런데 정부는 상시적으로 법을 어기며 시위진압에 이들을 동원합니다.

그동안 여기에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1991년에 강경대 군이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가슴을 맞아 죽고, 김귀정 양이 시위 도중 깔려 죽고, 한달 동안 11명이 사망했던 적이 있었죠. 이 당시 박홍 신부 등이 “죽음의 배후가 있다” 어쩌구 하면서 소동을 일으켰던 때입니다. 이때 전경이었던 박석진이 근무지 이탈(탈영)하여 도망다니면서 민변의 도움으로 전투경찰설치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낸 적이 있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온 사람을 시위진압에 내모는 이 법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다른 군인처럼 복무할 수 있는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거지요. 헌법재판소에서는 그 당시 5:4로 합헌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처럼 전투경찰설치법을 헌법소원 하려면 당사자들이 고소해야 합니다.


전경은 차출이지만 의경의 경우엔 ‘지원’했다는 것 때문에 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만

이길준 군의 경우엔 의경으로서 처음으로 병역거부를 한 셈이죠. 현재 전경은 작전전투경찰이 1만5천명, 의무전투경찰이 3만5천명인데, 의경들의 경우엔 국가의 거의 ‘사기’에 가까운 홍보 덕분에 유지됩니다. 마치 의경들의 근무조건이 좋은 것처럼 선전하죠. 교통정리 정도만 하고 휴박과 외박이 잦아서 군대 가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 지원하는 경우가 많죠. 폭행 등 가혹행위도 육군보다 7배나 많고 자살율도 2배나 높다고 합니다. 그러니 허위광고를 믿고 들어온 사람이 자신의 선택을 다시 할 수 있는 귄리를 줘야 합니다. 그들은 평소 방범이나 교통업무를 맡지만 병력이 부족하면 시위진압에 바로 투입됩니다. 이런 의경의 실태를 알면 지원자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일반 순경들은 경찰공무원을 하다가 양심상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둘 수 있죠. 그런데 의경은 신분상 경찰이지만, 법의 본질상 군인이라서 군인취급을 받습니다. 그래서 맘대로 그만 둘 수 없는 거죠. 그러나 사람의 생각이란 수시로 변할 수 있는 것이고, 실태를 뒤늦게 깨달아도 단지 ‘지원’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결정을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의경은 경찰에서 지원자를 받아서 경찰청장이 국방부장관에게 보내면, 신병훈련을 마치고 전환복무명령을 내려서 경찰로 복무하다 제대할 때 다시 군인으로 돌아와 제대하는 거죠. 실질적으로 전경관리지침을 보면 군인을 규제하는 방법을 그대로 적용합니다. 경찰이라지만 실제 군인으로 생활하며 지휘관부터 이경까지 스스로를 군인으로 여깁니다.

전투경찰설치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은 어떤 근거에서 찾을 수 있습니까?

헌법 77조는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사태에 경우에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만 군인을 치안유지에 쓸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니 전경법 자체가 위법입니다. 실제 시위진압이나 치안유지를 위해 인력이 더 필요하다면 이번에 발족된 기동대처럼 경찰에서 예산에 반영해서 경찰력을 보강해야 합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시위가 과격해져서 전경 없으면 안된다’고 하지만, 결국 국가에서 돈 안 들이고 소모품으로 쓰려고 국방의 의무를 위해 입대하려는 젊은이들을 사용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은 군대보다 열악한 상황에서 생활하면서 시위진압과정에서 다치고 그러죠. 이 법을 없애기 위해 헌법소원을 하는데 17년만에 이를 헌법재판소에 소원할 수 있는 당사자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번에 경찰에서 다시 법원에 이길준 이경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미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했는데, 유치장에서 석방했을 뿐 다시 본인이 근무하던 같은 순찰대로 보낸 것은 ‘불법구금’에 해당합니다. 거기다 대고 출동명령을 내리고 명령 불복종이라고 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것은 똑같은 상황에서 계속 범죄만 만들어내는 것이죠. 이미 병역거부를 한 상태인데, 그 상태에선 병역에 따른 명령불복종 등의 다른 부수적 잘못은 다 그 선행된 위법사실에 흡수되는 것입니다. 본래 형사소송법에도 영장이 기각되면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다시 영장 청구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 검사가 법을 어긴 거죠.

우리들의 마초 의식

요즘 정국을 바라보면서 전의경 등 기타 군대복무에 대한 변호사님의 소견은 어떻습니까?

부시대통령이 오던 날이죠. 그때 국가인권위에 갔다가 창문으로 서울광장을 내려다 보았는데, 성조기를 흔들며 부시 환영집회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하더군요. 특히 그때마다 나타나는 재향군인회나 해병전우회 사람들이 군복을 입고 나오잖아요. 나도 해병대 출신인데 부끄럽습니다. 그때는 어려서 치열하게 고민도 안 하고 입대했는데 특히 박노자 씨가 우리의 병영문화에 대해 말할 때마다 정말 창피합니다. 그분은 한국사람도 아닌데 우리를 너무 잘 알고 있어요. 남북이 다 병영국가에서 세뇌당해 있는 거죠.

우리는 남녀 불문하고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고 남자는 군대 다녀와야 사람 된다고 말하죠. 그렇다면 왜 이회창 같은 사람은 자식들을 둘이나 불법으로 군대 면제 시키고 그랬냐는 거죠. 김대업 같은 이는 문제도 많이 일으켰지만 병역비리를 드러낸 것은 큰 공헌이죠. 한국인들의 기형적인 마초의식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한때 군대 다시 들어가는 악몽에 시달리거나 제대명령이 취소되는 꿈, 고참한테 두들겨 맞는 악몽을 꾸곤 했는데 사람들 앞에선 그런 이야기 못하죠. 인터넷에서 이길준 군을 욕하는 댓글들을 보면서 이런 마초 같은 인간들이 자신을 돌아보게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해 보곤 합니다.

북파공작원 등 특수임무수행자들 같은 경우엔, 그들 자신들이 피해자인데, 순박하고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 그런 곳에 가는 법인데, 그 사람들이 아무 소리도 못할 때 민변 등에서 도와줘서 구제받은 사람들인데, 그런 개인이나 단체들을 향해 이제 와서는 관변단체가 되어 칼을 들이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 가톨릭교회에 대해서는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우리 주교님들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삼성문제 폭로한 김용철씨 보호하고 경제민주화 이야기하는 정의구현사제단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그러는지 말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위계질서가 뚜렷해서 사제들은 주교한테 순명 서약하고, 주교가 모든 권한을 다 갖고 있는데 사제들을 다그치면 안 되죠. 사제의 양심을 걸고 옳은 일을 하면서 외부의 비난을 감수하고 있는 사제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면 안 되나요? 교회가 돈 있고 권력 가진 사람들을 편들면 안 되죠.

/한상봉 200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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