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에서 제7차 촛불시국미사 봉헌

8월2일 오후4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 성당에서 촛불바람에 응답하는 7차 천주교 시국미사가 천주교시국회의(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사회사목분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주최로 봉헌되었다.

이번 7차 시국미사는 경향신문에 미사일정이 보도되어 기존 방송, 언론사 많은 기자들이 취재하고, 프란치스코회관 밖에는 다음아고라회원들도 모여들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미사는 많은 이들이 참석해서 성당밖까지 사람들이 서 있다.

또한 수도자 평신도등 미사참례자 250여중 20여명은, 성당에 들어가지 못해 성당문을 열어놓고 밖에서 미사에 참례하기도 했다. 미사강론에 나선 한국복자수도회 이상윤(베드로) 수사신부는 “기존 시국미사를 주도적으로 준비해온 예수회 김정대 신부는 기륭전자 노동자들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실에서 단식 농성중이라 참석하지 못했다. 이번 7차 미사준비는 한국복자수도회에서 담당하게 되었다"며 김정대 신부의 단식농성 소식을 알리며 강론을 시작했다.

이어 이상윤 신부는 “국가권력의 정의롭지 못한 정책을 바꾸는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하느님의 가치를 부르짖는 함성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어지는 촛불집회 의미를 설명하고, “촛불을 보고 심장이 뛰지 않는 이들에게도 촛불의 가치가 전해지길 바란다. 촛불로써 서로의 마음을 밝혀주는 사랑의 그날까지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며, 탄압으로 주춤하는 촛불바람이 다시 살아나길 기도한다. 앞으로도 시국미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조계사 수배자들에게 전달할 편지를 큰 천위에 각자 적고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회관 밖에서 기다리던 아고라 회원 50여명도 행진대열에 합류했다.

사제와 수녀들이 맨 앞에서 펼침막을 들고 묵주기도를 바치며 걷기 시작했는데, 조계사 약 200미터 앞 지하철 종각역 부근에서 경찰이 행진대오를 가로막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다음 아고라 회원들이 뒤섞인 행진대열이 조계사까지 갈수 없으며, 미사에 참석한 천주교신자만 행진을 허락한다며 경찰방패로 행진대열을 막아섰다.

시국미사 주최측은 현장에서 참자가들과 간단한 토론을 진행해 '천주교신자와 아고라 회원을 구별하는 경찰 요구조건을 받아들일수 없다. 다만 신부, 수녀들이 대표로 시국미사 참가자들이 작성한 편지를 전달한다'라고 결정하고 신부와 수녀들이 대표로 조계사를 방문했다.

조계사 농성장을 찾은 신부와 수녀들은 8명 수배자들의 손을 꼭 쥐며 “반갑습니다.”, “미안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며 위로의 인사를 건넸고, 수배자들은 “종교인들이 나서 촛불을 보호해 주니 든든한 힘이 된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환히 웃는 얼굴로 사제와 수녀들을 맞이하는 수배자들 모습을 보니, 이들이 지쳐 있었고, 천주교회가 촛불을 잊지 않고 있음을 진정으로 감사해 하는 것 같았다.

길지 않은 방문의 시간이었지만, 조계사 일주문까지 배웅나온 수배자들의 아쉬운 모습을 바라보며 기자는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는 마태복음 5장10절 말씀이 수배자들에게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촛불수배자들에게 편지를 전한 신부와 수녀들은 종각역부근으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행진대열에 합류했다. 이 자리에서 이상윤 베드로 신부는 “여러분이 쓴 편지를 전달했다. 앞으로 끝까지 촛불을 들자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일하자”라며 끝까지 촛불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이날 미사에서 이상윤 신부는 “하느님의 영광”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뜻에 관해서 묻는 기자에게 이 신부는 “촛불집회가 잦아들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정의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계사 향하는 길을 경찰이 막고 있지만 정의가 더 강하다고 믿는다. 시국미사는 계속될 것이다. 하느님 영광의 기본적 가치는 고통받고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하고 희생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멀리 울산에서 시국미사에 참석하러 서울까지 올라왔다는 한 참석자는 울산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개신교신자인데, 언론시민 소비자 주권운동 카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시국미사에 참여한 동기를 묻자 “정의구현사제단에서 시국미사를 주최하는 것”으로 알았으며, “오늘 조계사방문을 간다고 하는데, 수배자들을 만나서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20년 동안 쌓아온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반년 만에 허물어졌다. 민주주의를 빼앗기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름을 밝히기 어렵다는 이 참석자는 “시민의 힘으로 언론을 바로 세우는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선 촛불집회에 관해 한마디도 안 하는데, “천주교 지도층은 보수적인 것 같지만, 이렇게 시국미사를 진행할수 있는 천주교가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구현사제단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런 시국미사가 계속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두현진 2008-08-04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