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깨달음-변경환]

아래 글은 어느 시골의 가톨릭학교가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가 앞으로 살아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의견을 보낸 것입니다. 두서없이 적은 것이지만, 가톨릭 학교들에 대한 공통된 의견으로 읽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학교 이름 및 구체적 수치 등은 제외시켰습니다.)

귀교의 2011학년도 신입생 000명 모집에 000명 합격자 명단을 보았습니다.(50여명 미달)
0개의 학급이라면 학급당 00명 정도라고 생각이 되고, 학생수 미달은 앞으로 심각한 학교 운영의 위기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농어촌 지역 학교로서 학교 유지를 위해 그동안 다양한 자구책이 진행되어왔음을 연혁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줄어드는 학생들과 학교 지원생들의 감소 추세는 좀처럼 나아지기 힘들 것입니다. 물론, 몇 해 동안 서울대학교 합격생을 배출했다는 뉴스도 보았습니다만, 신입생 수를 늘리는 데에 그리 큰 견인력을 가지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차라리 정보가 다양한 도시권으로 유학 가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학교 스스로는 꾸준히 명문대 진학반을 운영하고, 해외 유학반을 준비시키면서 시골의 명문학교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자칫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을 목표로 한다면 가톨릭 교육 정신을 저버리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제 짧은 소견으로는 다음의 대안들을 모색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 연구 1] 경남 산청 지리산고등학교 

특성화 대안학교이기에 전국 모집이 가능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모아 모든 교육비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60명 정원의 학교입니다. 기숙사, 교복, 학용품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봉사활동 및 학습향상에 집중하며 후원금으로 운영됩니다.

물론,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이 몰려오기에 10대 1의 경쟁률 속에서 중학교 성적 10% 안쪽의 아이들이 합격됩니다. 그리고 그 인재들이 해마다 서울대, 고대, 한국교원대 등을 진학하고 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하고 싶은 공부를 못했던 아이들이 마음껏 공부를 하며 심어지는 모교에 대한 고마움은 얼마나 클까요…….

[연구 2] 강원도 홍천 팔렬중고등학교

이화여자대학교와 동일 재단 학교로서 오래 전부터 강원도 홍천 시골에 팔렬중학교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신입생 수가 감소하면서 문을 닫게 될 위기에 모든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특성화 대안학교”로서 탈바꿈하였습니다. 결국, 특성화대안학교가 되어 학생 모집을 전국으로 하게 되었고, 이 학교는 소위 말하는 ‘학교 부적응학생’들을 받아 체험과 인성교육 중심의 대안학교로 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팔렬고등학교까지 확장 개교하였고 법인에서나 강원도 교육청에서는 뜻있는 학교로 전폭적인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학생 모집 경쟁률도 꽤 높은 편입니다. 의미 있는 교육을 꿈꾸고 실현해가는 모습도 감동적입니다. 

[학교 부활을 위한 제언 1] 학생 전국 모집 단위의 학교로 바뀌어야 합니다.

신입생 전국 모집 고등학교로 바뀌려면 전문계 마이스터고등학교, 특목고, 특성화 대안학교 등으로서 학교 색깔을 바꾸어 합니다. 그 속에서 저는 특성화 대안학교를 추천합니다. 이전에 ‘대안학교’는 학교 부적응, 문제아들이 다니는 학교로만 인식되었지만 이제 그런 대안학교는 일부분만 그렇습니다.

오히려 체험학습, 인성교육, 사회적응 등을 위한 고유의 특성을 가진 학교로 인가되고 있습니다. 즉, 학생들이 다니고 싶어 하고 학부모가 아이를 보내고 싶은 학교로서 메리트(또는 흡입력)를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① 인문학을 바탕으로 하는 학교, ② 생태중심의 삶을 가르치는 학교, ③ 가톨릭 문화를 특성화로 키우는 학교, ④ 예전의 소신학교를 특성화로 살려내는 학교 등은 어떨까요?

[제언2 ] 사회적 배려자를 위한 인가된 특성화 대안학교로 전환

현재 다문화가정, 사회적 배려 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성 있는 학교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일반 아이들과 섞여 공부하고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 막상 이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현실적이지 않아 매번 단편적인 계획만 새로 만들어질 뿐입니다.

따라서 다문화 가정, 차상위, 기초생활 수급 아이들을 위한 독립된 학교나 대안학급이 운영되면 어떨까 합니다. 대안학교로 학교 전체가 바뀌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만 장기적인 안목과 학교 철학을 바라본다면 이 또한 의미있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아울러 사회적 통합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일선 학교 안에서의 통합도 필요하겠지만 이 아이들만을 위한 학교로 운영하면서 학교 주변 마을사람들과의 교류, 지역사람들과의 어울림 활동이 더 효과적인 통합교육이 되지는 않을까요?

[제언 3] 대안학급(또는 행복학급)의 운영

대안학급 운영에 관해서도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방과후 대안학급을 운영하고 이 시간에는 체계적인 체험 프로그램 및 진로진학 프로젝트를 늘리는 방식입니다. 또한 교육과정으로는 선택교과목을 다양화시켜서 자율적인 과목들을 개설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기존의 방과후 방식에서 탈피하여 학생들이 팀을 조직하고 수업을 짜며 대학 학점식 수강신청을 하여 매일 이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되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이런 대안학급이 서너 개 반만 운영되어도 행복학급으로 거듭나고 아이들이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요?

[제언 4] 교사가 깨어나야 합니다.

그 동안 학교의 운영과 그 성과는 무시하지 못합니다. 아울러 현재 선생님들의 열정도 대단하시리라 믿어집니다. 그래서 더 학교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많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30~40대 선생님 십여 분을 중심으로 학교발전 TF팀이 운영될 필요가 있습니다. 한번만 운영되는 일회적 팀이 아니라 3년 정도 운영을 목표로 학교의 장기적 비전을 세우고 운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평소 준비하고 있으면 교과부 등에서 지원하는 혁신학교 등을 따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학교의 색깔이 바뀌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과원교사, 교원배치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히고설켜서 학교 교육철학을 펼치는데 어려움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들 스스로 부전공 연수를 받고 기꺼이 방과후학교 강사로도 뛰어드는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 하며

제가 무례하게도 이런 제언을 하는 것은 (인가된) 대안학교들의 성장 속에 저 역시 몸으로 함께 하면서 가진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근무했던 학교들(한겨레중고등학교, 지리산고등학교, 지평선고등학교)은 모든 선생님들이 10시~11시 넘어 퇴근하고 주말엔 당직을 서면서 학생들에게 몰입하는 대안학교들입니다.

이렇게 많은 대안학교들이 입시 위주 운영을 벗어나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즐거운 마당으로 재탄생되다 보니 해마다 ‘4대1 ~ 10대1’이상의 입학 경쟁이 생길 정도입니다.

이제는 보편화되고 있는 대안교육을 가톨릭 학교 안으로 흡수하고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때라 봅니다. 이런 큰 맥락 안에서 저는 귀 학교에 대한 소견을 제시해보았습니다. 첨부로 늘어가고 있는 전국의 인가 대안학교 현황(약 32개)을 붙입니다. 

변경환/ 베드로, 지평선고등학교(특성화대안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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