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처럼
모든 게 흐릿합니다, 주님.
버릴 것도 없이 세상은 아스라하고
얻을 것도 없이 세상은 적적합니다.

하루 일당에 목을 걸고 사는 사람의 마음이 이러할까요?
이틀째 바람불어 더욱 나른한 한낮에
연장을 챙기지 않아도 좋을 저는,
몸으로 밀어올린 밥티같은 꽃입니다.

어디서도 더이상 구원을 말하지 않고
담벼락엔 구원같은 전단지만 팔랑대는

흐릿한 하늘아래 저만이 또렷하게 살아서
가난한 거리에 정물(靜物)이 됩니다.
가난한 마음을 맑게 비추어 주는 정물이 됩니다.

가난한 아이의 눈가에 그래도 한번
웃을 기회를 주는
그런 꽃이 되게 해주소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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