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깨달음-변경환]

우리나라에는 인가받은 특성화 대안학교가 30여 개 있다. 그 가운데 양업고등학교만 가톨릭 대안학교이다. 나머지는 원불교, 기독교 등의 학교이며 성남의 이우학교 및 한두 개 공립대안학교를 빼고는 대부분 기숙형 학교들이다.

기숙형 대안학교는 거의 주5일 휴업일(놀토)때 학생들이 집에 가며 어떤 학교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가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필자가 있는 지평선중고등학교도 그러하다. 이전에 있었던 지리산고등학교나 한겨레중고등학교도 기숙형 학교로서 아이들이 집에는 자주 가지 못하는 편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만일 신앙생활을 한다면 학교의 종교적 행사 빼고는 격주로 집에 갈 때나 큰 마음 먹고 성당을 가게 된다.

 

▲ 최근에 서울대교구에서는 기숙형 대안학교인 화요일아침예술학교를 설립했다. 올해 신입생을 선발한 새내기 학교다.(사진/한상봉 기자)

아울러 여러 대안학교를 거치면서 필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대안학교 학생들 가운데 적지 않은 비율이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성당을 다니던 아이들은 기숙형 대안학교로 오면서 자연스레 원래의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간혹 집에 갈라치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가정으로 가져가는 숙제들, 늦잠도 자고 쉬고싶다는 유혹들 속에서 아이들은 성당에 가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어떤 아이는 중학생까지 성당에서 복사도 서고 학생회도 하였지만, 대안학교를 들어오면서 집에 가는 주말에는 부모님이 미사에 가셔도 따라가지 않는다. 마음은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여도 몸은 점점 신앙생활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대신, 학교가 종교적 배경을 가지고 설립된 경우 아이들은 학교의 종교 문화를 시나브로 흡수하고 기존의 가톨릭 신앙과는 자연스럽게 서먹한 사이가 되는 것이다.

해마다 늘어가는 특성화 대안학교들이 기숙사 학교로 운영되다보니 학교생활이 자연스럽고, 본래의 신앙생활은 부자연스러운 결과를 낳고 있다. 굳이 확실한 통계에 따른 조사된 수치가 아니더라도 냉담학생을 늘려주는 기숙형 대안학교 생활패턴이 이 아이들에게 젖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양업고등학교처럼 가톨릭 대안학교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학교 안에서도 충분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고, 개학미사부터 종강미사까지도 참여하는 비신자 아이들이 꽤 있다는 사실만 봐도 학교가 선교 효과를 내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이제는 수천 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는 전국 특성화 대안학교 중 가톨릭 학교는 아직도 '하나뿐'이라는 사실에서 필자의 마음은 늘 쓸쓸했다. 게다가 가톨릭 신앙인으로 올곧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대안학교로 진학하면서 신앙을 멀리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쓸쓸한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변해왔다.

스물네 시간 함께 생활하는 기숙사 학교, 그리고 지리산 종주 및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면서 학생과 교사진이 공동체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대안학교에서 가톨릭 신앙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

이제는 역으로 가톨릭 대안학교들이 늘어가는 상상을 해보자. 가톨릭 신앙을 가진 아이들에겐 스물네 시간,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6년까지 가톨릭 문화 속에서 자라나는 안정감을 주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변경환/ 베드로, 지평선고등학교(특성화대안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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