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대화>, 마셜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

내가 2010년 3월 비폭력대화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순전히 이 책을 읽고 큰 감동과 울림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후 한국비폭력대화센터(http://www.krnvc.org)에서 1단계와 2단계, 중재교육, 연습모임 등을 거치면서, 자녀와의 관계, 아내와의 관계, 업무에서 개선 효과를 맛보았고, 크게 도움을 받았다. 그 덕분에 내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워지고 즐거워졌다. 그래서 페이스북 등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했고, 그 결과 가톨릭학생회 출신, 우리신학연구소 회원 등 17-18명 정도가 최근 1단계 교육을 마치고, 연습모임을 시작했다. 

이 책은 2월경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는데, 종전에 번역과정에서 와 닿지 않았던 표현들을 대폭 수정한 결과, 마치 한국 사람이 우리 말로 쓴 것처럼 술술 읽혔다.

흔히 비폭력대화는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는 사람에게나 필요한 것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폭력이란 물리적, 정신적 폭력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서로 마음으로 연결되는 것을 방해하는, 즉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의 벽을 느끼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실상 모든 사람이 비폭력대화를 배울 필요가 있는 셈이다.

마음으로 연결되는 대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우리는 말을 할 때 종종 ‘본의 아니게’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특히 가족)에게 상처를 입히고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가? 그래서 헤어질 때면 “그동안 본의 아니게 서운했던 적이 있었다면 너그러이 용서하시고…….”라며 작별인사를 하곤 한다. 그리고 말을 들을 때에도 상대의 말을 넘겨 짚거나, 분석하면서 오해하여 스스로 상처입지는 않는가? 다만, 대부분 사람이 그냥 넘어가거나 혹은 살기 바쁜데 뭐 그런 걸 다 마음속에 담아두고 사느냐고 하면서 그냥 묻어두기 때문에 이를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나의 대화 태도를 개선해 보려 하기보다는 은근히 상대방이 먼저 변했으면 한다.

그렇다면, 마음으로 연결되는 대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그것은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4가지를 연습을 통해 체화하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이해하거나 의식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말하기, 듣기 등 대화이기 때문이다. 위 4가지 요소는 선입견 등의 평가(판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해석), 수단과 방법, 강요와 대비된다.

그렇다면, 마음으로 연결되는 대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그것은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4가지를 연습을 통해 체화하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이해하거나 의식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말하기, 듣기 등 대화이기 때문이다. 위 4가지 요소는 선입견 등의 평가(판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해석), 수단과 방법, 강요와 대비된다.

비폭력대화는 오로지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느낌, 욕구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서로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함으로써 ‘누가 옳은가, 어떤 게 정상인가?, 누구의 잘못인가?’라는 도덕주의적 판단(평가)을 통해 네 탓인가? 내 탓인가의 공방으로 치닫게 되는 위험을 예방해 준다.

이는 느낌의 원인을 상대방의 어떤 언행 때문이 아니라 욕구에서 찾음으로써 가능해진다. 즉 상대방의 언행은 단지 계기를 제공했을 뿐이고, 근본원인은 ‘충족되지 않은 욕구’에 있다는 것이다. 다음의 사례 1) 에서는 실망했던 느낌의 원인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있기에 상대방은 자신을 비난,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고, 다시 반격이 이어진다. 그러나 2) 에서는 실망했던 느낌의 원인을 ‘상의하고 싶었다’는 욕구에서 찾는다. 따라서 상대방은 자기를 방어할 필요가 없어지고, ‘상의하는 게 중요했던 거구나’라고 나의 실망했던 느낌, 욕구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 

1) 네가 어제 저녁에 오지 않아서 나는 실망했어.
2) 너와 상의하고 싶었기 때문에 네가 오지 않아서 실망했어. 

이처럼 욕구라는 것은 비폭력대화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다른 감정코칭 기술이나, 나 전달법 등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기법들과 구별되게 해주는 특징 중 하나이다. 여기서의 욕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보편적인 욕구로서 ‘자동차를 가지고 싶다, 술 먹고 싶다’ 등의 특정인이 특정상황에서 필요로 하는 욕구와 구별된다. 이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 방법에 불과하다.

"너는 하느님이 지구상에 창조한 얼굴 중에 제일 예뻐"

보편적인 욕구에 초점을 맞춰 대화하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지만, 수단, 방법에 집착하면 갈등이 생기기 쉽다. 각자 자기들만의 수단, 방법을 관철하려 하기 때문이다.

비폭력대화에서의 공감은 느낌, 욕구에 초점을 맞춰 말을 들어주고, 헤아려 해 준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맞장구쳐 주는 동감과 다르다. 특히 공감 대신, 조언을 하거나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위로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며, 설명, 설득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딸이 거울을 보면서 “난 왜 이리 돼지처럼 못생겼지?”라고 했을 때, “그렇지 않아, 너는 하느님이 지구 상에 창조한 얼굴 중에 제일 예뻐”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 경우 오히려 딸이 짜증 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때 딸이 듣고 싶은 말은 “오늘 네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서 속상하니?”라고 공감 받는 것(속상한 마음을 알아주는 것)일 때가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공감해 줄 때, 즉 어떤 사람이 나를 판단하지 않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헤아려 주면, 암담해 보이던 일도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선입견이 적기 때문에 공감으로 들어주었을 때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
(블로그 ‘공감 받는 아이, 지적받는 아이’ 참조 http://blog.daum.net/giho11/38)

다만 현실에서는 상대방을 공감해 주기에 앞서, 나 자신부터 공감 받는 게 선행되어야 할 경우가 많다. 나 자신이 충분히 공감 받아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때라야 비로소 상대방의 느낌, 욕구에도 귀 기울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비폭력대화를 꾸준히 배우면, 내 느낌, 욕구를 찾아서 공감 받는 연습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덧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영혼의 울림이 들리기 시작한다.

비폭력대화는 상대방과의 대화가 기본이지만, 나 자신과의 대화까지 가능하게 해준다. 이는 2단계 과정에서 배우는데, 책에서는 9장부터 12장까지 소개되어 있다. ‘후회되는, 죄책감 드는 언행을 했을 때의 애도, 자기용서’ ‘분노를 온전히 표현하기’ ‘의무감에서 벗어나 원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기’ ‘보호를 위해 힘쓰기’ ‘낡은 규범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하기’ 등이다.

서기호/ 서울 북부 지방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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