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한 공간적 접근

[편집자 주] 인권운동사랑방 사회권팀은 올 초 청소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쉴 공간도 없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알리고 바꾸고자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에 함께 해왔습니다. 건물 청소노동자들은 나이가 많은 여성비정규직들로 유령처럼 취급당하고 있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을 만나 그녀들의 목소리, 그녀들의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기획했습니다. 기사는 청소노동과 청소노동자의 삶을 △청소노동에 나타난 여성되기와 도시락 △노동공간에 나타난 성별 분리 △청소노동의 고단함과 나이듦 △노동의 위계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와 관계 맺기 등으로 실을 계획입니다.

흔히 건물청소노동자들은 ‘유령’으로 불린다. 이는 일반 사람들이 그들에게 관심이 없어 옆에서 일하고 있어도 그들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지만, 그녀들은 실제로도 건물 내부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주로 청소노동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근무 시간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새벽이나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며, 되도록이면 청소하는 모습이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가정에 지배받는다. 이에 따라 그녀들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상징적 지위 측면에서 ‘비가시화’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공간에서 사라지게 된다.

성별 공간 분리와 차별, 공간 배제

▲ 그림/윤필
2008년 중앙고용정보원의 산업별 직업별 고용구조 조사 (OES)를 분석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대부분 전체 청소노동자의 81.6%가 여성이다. 현재 청소노동 직군 내부에는 남성이 주로 길거리 가로청소노동을, 여성은 주로 건물청소노동을 맡는 성별직종분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공간 분리는 남녀 청소노동자 간 임금 및 노동조건의 격차와 함께 나타나고 있다. 2008년을 기준으로 한 성별 청소노동자의 평균임금은 남성이 102.9만원, 여성이 74.3만원이었다. 비록 1주당 근로시간이 남성은 62.5시간, 여성이 52.7시간으로 집계된 바 있지만, 여성노동자 임금이 남성노동자의 72.2%에 불과한 현상은 같은 직군이라 해도 엄연히 남녀 노동자 간의 성별 위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직군 내부의 이러한 성별 위계는 노동자들의 작업 공간을 성별로 나눌 뿐만 아니라 임금격차를 정당화 한다. 실제 남성 청소노동자의 임금이 여성보다 10만원 더 많은 A 사업장의 경우 남녀 노동자 간의 꽤 확고한 업무분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자는 화장실, 강의실(을 청소)하고 남자는 바깥 청소하고 쓰레기 분리하고 정해져 있다.”
“건물 안에서 하는 것은 다 여자가 하는 것이다.”
“남성들은 바깥에서 쓸고 힘쓰는 일만 하지 안에서 쓸고 닦는 것은 여자들이 한다.”

▲ 그림/윤필

이 때 여자가 건물 내부를 청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건물들은 구석구석 청소하고 걸레질 하는 게 많다. 남자들은 걸레질 같은 거 잘 못하고 쓸고 나르고 드는 거는 하지만 안에서 세세한 것은 여자들이 한다.”, “남자들은 화장실 청소 잘 못한다. 걸레질하고 그러는 것은 여자들이 잘한다.”와 같이 ‘여자가 더 잘한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고, 남자들의 업무는 ‘나르고 드는’ 등 그녀들이 생각하기에 ‘힘쓰는’ 일에 집중되고 있었다. 이러한 분리는 ‘남자가 그 일을 더 잘하고 다른 일은 여자가 더 잘하니까’와 같은 성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A 사업장에서 남녀 임금이 10만 원가량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 ㄱ님은 “그래도 (남자들은) 힘든 일을 하니까. 짐 나르는 게 많고 여기는 책상, 의자 나르는 게 많다.”라고 답했다. 업무분리가 단순한 성별분업에 머물지 않고 성차별적 임금구조를 초래하고 정당화하고 있다.

공간분절 및 업무분리가 노동의 성별 위계적 분할을 뜻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왜 여성 청소노동자는 건물 안 공간에 배치될까?’, ‘왜 건물 안 일은 이등지위로 분류되는 것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들이 ‘집 안에서’ 가사노동을 전담해 왔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은연 중에 여성을 ‘내부’, ‘집 안’과 등치시키는 이데올로기가 형성되어 왔다는 점을 주목해 볼 수 있다. 여성을 가정과 집 안의 테두리에 묶어 두려했던 가부장제는 자본주의 임금노동 체제와 결합하면서 실제로 많은 여성 직군들을 건물 내부 혹은 비가시화된 영역으로 공간화해 왔다. 청소노동의 경우도 집 안에서 청소하는 여성을 당연시하는 가부장적 시각에서 여성의 (청소)노동공간을 건물 내부로 배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을 ‘안사람’, 남성을 ‘바깥사람’이라 표현하는 이분법은 남성-건물 외부/여성-건물 내부라는 청소노동의 작업 공간 분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해 주었다.

문제는 여성 청소노동자를 건물 내부로 배치하는 공간화 방식이 그녀들을 말 그대로 눈에 띄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징적’, ‘실제적’ 비가시화 현상은 여성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무관심과 배제를 심화시킨다. 결국 그녀들이 쉴 공간도, 옷을 갈아입을 공간도, 밥을 먹을 공간도 없는, 그리하여 청소노동자들이 창고 등에서 찬밥을 먹어야만 하는 현실로 이어졌다.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모습은 ‘그녀들을 위한 공간’의 부재로 표출된다. 따라서 공간은 공간 그 이상이다. 공간의 부재는 곧 권리의 부재, 공간으로부터의 배제는 곧 인권으로부터의 배제를 뜻한다.

작업공간에서 청소노동자의 섹슈얼리티는 사업주의 편의에 따라

▲ 그림/윤필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공간에서 그녀들의 섹슈얼리티는 무시되기도, 대상화되기도 한다. 여성들이 가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임금노동 공간에서도 성별화·섹슈얼리티화 되는 현상을 고정갑희(여자들의 공간과 자본, 지구화시대 한국사회 여성적 빈곤과 공간적 대응, 2005)씨 도 지적했다. 여성인 청소노동자들도 작업 공간 속에서 성적으로 대상화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그녀들의 섹슈얼리티가 사업주의 이해와 편의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그녀들은 ‘고령’이라는 이유로 무성적인 존재로 취급받는다. 여성 청소노동자에게 남자 화장실을 청소시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병원 청소의 경우에는 알몸인 환자들이 많은 병실에도 들어가야 하는데 이 때 주로 병실을 청소하는 사람이 바로 여성청소노동자들이다.

“여자들이 (환자)방에 들어가서 쓱쓱 (청소)하는 게 더 쉽지 남자들이 들어가서 하면 못하지요. 힘들잖아요. 환자들 그냥 다 벗고 있는데.. 홀딱 벗고 내놓고 있어. 다 남자들은 남자대로 여자들은 여자대로 아무 분간 없으니까.”
“환자 입장으로도 남자보다 여자 분들이 들어오는 게 낫죠.”

그러나 여성 청소노동자를 상대로 일어나는 성희롱, 성폭력 사례들을 보면 그녀들이 항상 무성적인 존재로만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그녀들은 때로 성적인 폭력 속에 노출되어 있다. 2006년 국가 인권위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용역노동자들이 일하면서 성적 농담, 신체 접촉 등 성적으로 불쾌한 경험을 겪은 경우는 전체 인권침해 사례 중 7.0%에 달한다. B 사업장 소장의 경우가 그 사례에 해당한다.

“어휴...자기가 뭐 황제나 된 거처럼 여자들을 보고.. 수술실에서 일하면 뒤에서 막 안아가지고 어휴, 난 끌어안는 것도 보고 막 간질이고 장난하는 것도 보고.. 그 사람 아주 천하에 못된 사람이에요....노조 생기자마자 그날로 잘렸어요.”

공간에서의 배제와 공간으로부터의 폭력이라는 이중의 억압을 받는 청소노동자들에게 ‘공간 속에서 그들에 대한 존중’, ‘그들을 존중하는 공간 창출’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화장실 청소의 경우, 이러한 ‘존중’의 문제가 잘 드러난다. 특히 병원의 경우, 환우의 사정이 급하다는 이유로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는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문제가 쉽게 무시당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B 사업장의 경우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그냥 말로만 ‘여기 청소해요’ 그래요. 그래도 (환자들이) 그냥 막 밀고 들어와요. 환자가 우선이다, 환자들 있으니까 너희들이 먹고 살지, 우리가 없으면 당신이 뭣이 필요하냐고 빵빵 소리 지르고...”

▲ 그림/윤필

청소노동자의 섹슈얼리티가 일상적으로 무시되는 현실에서, ‘섹슈얼리티 존중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일은 청소노동자들의 섹슈얼리티를 가시화하는 일이다. 어쩌면 문제는 남자 화장실을 여성이 청소한다는 사실에만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업무’라는 이름으로, 여성 청소노동자 개개인의 섹슈얼리티는 무시되고 있다. 누구나 존중받아야할 섹슈얼리티가 있고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상식을 세우는 일은 중요하다.

화장실에 다른 성이 들어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인냥, 개개인의 차이로 이야기되어서는 안 된다. 여성 청소노동자이든, 남성 청소노동자이든 그들의 섹슈얼리티를 존중하는 '업무 처리 방식과 공간’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 시작하자.

최소한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 화장실을 청소할 때만큼은 남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의 방식은 작은 변화의 출발일 수 있다. 이러한 대안은 이전에도 나왔지만 ‘빠른 업무 처리’라는 이름으로 무시되곤 하였다. 작업공간에서 여성 청소노동자들을 ‘일하는 존재’로만이 아닌 ‘섹슈얼리티를 지닌 인간’으로서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이러한 청소노동자의 비가시화, 편의적 섹슈얼리티화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관수, 깡통, 명숙, 홍차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주간인권소식  <인권오름> 제223호에 실린 글을 인권운동사랑방 허락 하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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