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미사, 박노자 교수 초청강의

달마다 천주교 부산교구에서는 정의평화위원회와 부산교구 정의구현사제단 공동 주최로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미사’(이하 아세미)를 봉헌하고 있다. 매월 둘째 월요일 저녁 7시 30분에 봉헌되는 이 미사는 1999년 4월 5일 초량성당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시국미사’로 시작하여 부산교구의 본당을 순회하다가 가톨릭센터에서 매달 봉헌되는 지금에 이르렀다.

‘아세미’에서는 강론 시간에 사제 대신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이야기를 듣는데, 지난 7월 14일 미사에서는 강사로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학교, 한국학)가 초청되었다. 가톨릭센터에서 봉헌된 아세미 중 최다 인원이 참석한 이번 미사에 박노자 교수의 강의를 듣기 위해 부산과 서울,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300여 명의 가톨릭 신자, 비신자가 모였다. 박노자 교수는 <‘미친 소 정국’이라는 거울: 광우병 사태에 비추어진 대한민국의 모습>이라는 주제로 ‘광우병 정국’을 촉발시킨 근본 원인과 그에 비추어진 대한민국의 모습들,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제시했다.

‘광우병 정국’과 대한민국에 대한 그의 분석은 이러하다. 1960-80년대의 고도성장과 다수의 ‘가난탈출’ 기억이 서린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은 민중의 심정은 경제 고통을 면하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이대통령은 5%만을 위한 정책을 미친 듯이 밀어붙이면서 전 국민의 저항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촛불저항의 본질은 재벌경제와 신자유주의의 결합이라는, 탈출구가 없는 비참한 현실에 대한 ‘피해대중’ 다수의 결사저항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직업이 공무원, 교사라는 조사에서 드러나듯이 대다수 국민들은 직업선택에서 ‘소득’보다 ‘안정성’을 먼저 고려한다. 이 말은 안정성과 기회균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정글의 법칙이 난무하는 신자유주의를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꼭 과잉진압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신자유주의의 사회재편은 다수에게 극도로 해롭기 때문에 다수의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란다.


박노자 교수는 ‘명박산성’이 상징하듯이 이번에 광적인 신자유주의적 개악을 추진하려는 정부는 사실상 사회적 고립에 빠졌으며, 미국 쇠고기가 수입되든 안 되든 간에 여론의 심판에서 이명박은 이미 패배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촛불의 도덕적 승리가 제도화되고 공고화되기 위해 촛불의 마음을 담은 정치세력, 즉 반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이 대중화돼야하고, 더 강한 조직력과 매체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당정치가 발전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강성 신자유주의자’와 ‘연성 신자유주의자’들이 정권을 번갈아가며 주고받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 경고하며 강의를 마쳤다.

미사 뒤에는 박노자 교수의 책을 가지고 와서 저자의 사인을 받는 사람들로 자연스럽게 작가 사인회가 열렸다. 박노자 교수는 부산에서 ‘아세미’ 7월 14일(월) 강의에 이어 다음날 7월 15일(화)에는 ‘아시아공동체학교’에서 ‘다문화가정과 평화’라는 주제로 강연일정을 보냈다. 다음달 8월 ‘아세미’에서는 <현정부의 정책과 신앙인의 실천: 광우병 사태, 대운하, 민영화 정책 등을 중심으로>의 주제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강의를 듣게 된다. 좋은 강사를 초대하는 이 미사가 달마다 정기적으로 봉헌되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가톨릭센터를 찾을 수 있어, 가톨릭센터의 ‘아세미’는 어느덧 부산지역에서 누구나 참례하고 싶은 미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명순 2008-07-26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