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정문 옆 '그래도 희망입니다' 북카페 열어...매주 목요일 영화상영

▲ 앞치마를 하고 일손을 돕던 문규현 신부가 인터뷰를 위해 자리를 잡았다. 문 신부는 한동안 수입보다 나가야 할 돈이 많을 것이라며 무보수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기분 좋다며 웃었다. (사진/한상봉 기자)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고 목 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는 평화"라고 말하는 문규현 신부(66세, 전주교구)가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전북대학교 정문 옆 '코압' 건물 2층에 마련된 북카페의 점장으로 취직했다. 전주 생명평화마중물에서 마련한 이 카페가 지난 3월 5일 개업식을 하고 손님을 맞이했다.

'그래도 희망입니다'라는 이름의 카페는 2008년에 문 신부 자신이 냈던 책 제목이기도 한데, 이 책에서 "세상이 모두 끝난 것처럼 보일 때에도 우리 곁에 희망이 있다. 희망을 나누기 위해서는 따뜻한 마음으로 옆 사람의 손을 잡고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 대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다시 희망을 부여잡고 갈 힘을 얻고자 머리를 맞대는 사랑방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 1월 23일 전주 완산구 평화동 천주교회를 마지막으로 본당 사제 생활을 마무리 하고 은퇴한 문규현 신부는 "은퇴해도 갈 곳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고 말하며, 비록 무보수지만 북카페의 점장 노릇을 하게 된 사실을 기뻐했다. 개업식에서 문 신부는 "사제가 되기 전까지 공부하던 인생 1막과, 사제생활을 하던 인생 2막을 마치고, 이제 새롭게 인생 3막을 시작하게 되었다"며 이 카페를 마련하게 된 것을 은총이라고 감사했다.

▲ 문규현 신부가 카페 점장이 되었다고 '현장'을 떠난 게 아니다. 문 신부는 카페도 현장이고, 길바닥도 현장이라며, 자신의 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지 길 떠날 채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사진/한상봉 기자) 

이날 문 신부는 김동리의 단편소설 <무지개>를 소개하며, "한 아이가 무지개를 찾아서 산 넘고 물 건너 쫓아다녔는데, 이것은 내 차지가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 돌아보니 노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는 좌절하지 말고 함께 하는 이들과 더불어 희망을 찾아나가자"고 말했다. 문 신부는 이어 "2004년에 생명평화마중물을 만든 취지를 되살려 지속 가능한 생태적 삶, 영적으로 충만한 사람, 사회적으로 정의와 평화가 흘러 넘치는 삶을 위한 마중물이 되자"고 다짐했다. 또한 참석한 이들에게 "우리 모두 주저앉지 않고 돌아보지 말고 모두의 희망을 나누는 자리, 복음 자리로 이 공간을 만들도록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 한국형 오카리나를 연주한 김준모 씨는 '개나리의 꿈'을 소개하며 "개나리는 씨앗이 없어서 누군가 가지를 꺽어서 심어야 원하던 꿈을 피울 수 있다"며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세상을 노래했다. (사진/한상봉 기자)

▲ 전북대 새 정문 옆 '그래도 희망이다' (사진/한상봉 기자)

이 카페에서는 각종 허브차와 공정무역을 통한 '착한 커피'를 판매하며, 바오로의 딸 수도원에서 기증한 종교서적과 철학서적 등 300여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으며,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생명평화와 관련된 영화상영을 할 예정이다. 문 신부는 "인천에서 김정대 신부(예수회)가 운영하는 노동자 쉼터 '삶이 보이는 창'이나, 서울 경복궁 옆에 박성준 선생이 마련한 '길담서원'처럼 지역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청소년들이 편하게 수시로 드나드는 교차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특별한 재능이나 지식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 공간을 이용하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문의: 063-271-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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