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진 (경북대학교 법학부 재학중,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지역 사무소 인턴)

7월 17일 오전 10시 대구 여성회에서 김석수 교수(토마스 아퀴나스, 경북대 철학과)의 강의가 있었다. 이 날 강의는 대구 여성회에서 주관한 "아줌마,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교양강좌 중에서 마지막 강의였다. 김석수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서구의 자아와 동양의 자아의 차이, 현대 대화의 철학에 대해 말하는 가운데 “다중으로서의 사회적 약자와 함께 소통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우리”라고 강조했다. 강의를 듣고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를 방문했다. 시내 중심가 국채보상운동공원 중앙 외곽에 위치한 빌딩 16층에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보니, 여느 사무실과 다를 게 없는 분위기였다. 안내데스크에 학교인권 토론회에서 만났던 조사관이 서 있었다. 인터뷰하러 왔다고 했더니 반가워하며 오늘의 주인공 정청진 그레고리오씨(대구대교구 죽전본당)를 불러주었다.

그와 함께 문 앞의 큰 방으로 향했다. 의자와 탁자, 그리고 책장 안에 책이 몇 권 있고, 인권영화 DVD도 몇 개 보였다. 책장 옆에는 많은 사람들의 방명록이 붙여 있었다. 바로 앞에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조사관 한 사람이 차와 과자를 내왔다. 그리고 우리의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현이동훈: 여기 근무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정청진: 올해 3월 6일부터 근무했으니 약 4개월 정도 지났네요.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경북대학교 법학부에 재학 중인 정청진입니다. 저희 학교는 샌드위치 교육과정이라고 해서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업무를 하면서 학교에서 수업을 받지 않고 학점을 따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걸 통해서 인권위 대구지역사무소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구요. 사무소에서의 업무는 딱히 정해진 것은 없네요. 대략적으로 이때까지 해온 것을 말씀드리면 사회권토론회에 대한 간담회, 장애인차별금지법 설명회 준비 및 토론회 참석, 국민참여재판 모니터링, 정신장애인 관련 토론회, 기업과 인권논문 번역 등이 있습니다. 사무소에 계신 여러 조사관님들과는 다르게 교육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인권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가지셨나요? 개인적으로 관심 있으신 인권분야는요?
군대에 가기 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그냥 책을 탐독하는 수준이었구요, 실질적으로 참여하게 된 건 올해 사무소에 들어와서입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분야는 아동-청소년 인권과 성소수자 인권입니다. 요즘 청소년 자살원인 가운데 상당부분이 사회의 동성애 불인정 때문에 벌어지고 있어서 그 쪽과 관련해서 신문기사도 읽고 관심이 많습니다.

신앙생활이 인권의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까? 묵주반지를 보니까 독실하신 것 같네요!
딱히 독실하다고 할 것까지는 없구요. 하지만 신앙생활이 저에게 "분명히" 인권의식에 많은 영향을 준 건 맞구요. 허울 좋고 말뿐인 신앙이 아니라 스스로 발로 뛰는 그런 경험을 하고 하고 싶었습니다. '신앙인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라고 고민했던 부분들이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고 활동할 수 있는 동력이 아닌가 합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대구대교구만의 문제점이기라기보다 가톨릭교회가 대개 보수적이지 않습니까? 개신교의 교회당과는 다르게 본당은 교구 내에 소속되어 있어서 개별적으로 인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힘듭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가톨릭교회의 보수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구요.

또 다른 점으로는 교리적으로도 사제의 혼인불가, 동성애 금지, 피임과 낙태에 대한 융통성 없는 금지 등 개혁되어야 할 부분도 많다고 봅니다. 하느님과 예수님 말씀을 입으로만 전할 것이 아니라 몸소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민주화운동 이후 그런 부분들이 조금 후퇴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일부 신부님들은 제외하고 말이죠.

대구대교구의 성당 몇 곳을 돌아봤는데 장애인 시설이 없거나 기만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네. 그 부분은 저도 동의합니다. 제가 다니는 본당만 해도 미사 드릴 수 있는 성당 내부나 화장실(미약하긴 하지만)만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을 터 놓았구요. 실제로 휠체어 타고 성당에 오시는 분들 숫자가 적어서 그런지 개선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더군요. 역시 재정상의 문제겠지요.

여기서 일하시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앞으로 정식 조사관이나 다른 인권센터에서도 일하실 건가요?
에피소드라면 우스운 이야기를 말하는 건데, 뭐 들어서 재미있는 일보다는 감동이 있는 일이겠지요! 제가 처음 여기 와서 소장님(권혁장,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장)님께 부탁했던 게, 책상에 앉아서 하는 일보다는 밖에서 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거든요. 주로 토론회나 간담회를 준비하고 듣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현장에서 듣는 목소리들이 책에서 듣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 중에서 국민참여재판모니터링인데요, 거의 10시간 가까이 재판을 지켜보며 힘들지만 보람 있었던 기억이 남네요!

인턴 종료가 다음 달 20일인데 이후에는 준비하는 시험이 있어서, 당분간 거기에 매진할 겁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인권위나 인권관련 NGO에서 일할 생각도 있구요.

인상 깊게 봤거나 추천하고 싶은 사회적 소수자를 다룬 영화나 인권 영화가 있나요?
영화는 잘 모르겠는데요. 제가 <한겨레21>을 매주 사서 보는데요, 약 두 달 전부터 "30개의 시선 인권 OTL"이라고 사회전반의 인권현실과 상황에서 문제되는 부분을 찍어내고 있는데요, 즐겨보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와 인권은 함께 가야 됩니다. 현실은 교회마저도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요, 예전에 가톨릭신문을 보다가 "사회운동을 사회복지로 생각한다"란 기사를 본 적 있습니다. 인권이라 하면 사람들은 사회운동하냐, 정치다, 빨갱이냐, 하고 꺼려하고, 사회복지라면 좋은 일 한다고 합니다.

제가 인권위 사무소에 들어오기 전에 학부에서 국제인권법을 전공하신 교수님께 조언을 구한 적이 있어요. 그분이 처음 인권법을 전공하겠다고 담당교수한테 말씀드렸더니, 바로 "빨갱이들이 하는 학문을 하려고 한다"면서 비난하시고, 제자보고 "빨갱이 아니냐"고까지 하셨다네요. 문득 그 얘기가 생각납니다. 제 생각엔 조삼모사 같네요! 인권이란 말에는 화내다가 사회복지에는 웃고... 인권은 우리 삶 자체거든요. 자는 곳, 먹는 거, 입는 거, 요즘에는 더 나아가 교육, 의료, 교통까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인권인데 이런 것들은 사회복지가 없으면 이뤄지지 않거든요. 말로만 된다면 누가 안 하겠습니까? 인권과 사회복지는 따로 이야기되어선 소용없는 일이죠. 같이 가야 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인권이 정치적으로 이용됐을 때 위선이 됩니다. 수구쪽에선 북한인권, 파룬궁인권, 납북자를 거론하며 국내의 인권에는 눈을 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권이라는 것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우리 삶 그 자체입니다. 좌우의 대립이 없는 무색채의 것이죠. 우리의 삶을 희망의 녹색빛으로 만들 것이냐 어둠의 짙은 빛으로 만들 것이냐는 우리 손에 달린 것입니다. 북한인권이나 중국공산당의 탄압을 받는 파룬궁 사건도 마찬가지로 국제인권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사안은 사안별로 보아야지 국내 주요한 인권사안을 가리는데 이용하면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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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엔인권선언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교회는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그것이 말로 끝이 났는가를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정 그레고리오 형제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거리에 나서자 사무소 안에서 느꼈던 시원함은 사라지고 더운 공기만 가득하다. 이 답답한 더위가 우리 인권현실이 아닌가를 생각해 본다.

/현이동훈 200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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