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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길이 쉽고 만만해서야황대권의 신앙 편지 <바우 올림>(시골생활 펴냄)을 읽고

   
 
몇 주 전 연구소로 책 한 권이 배달되었다. 황대권 형님의 새 책 <바우 올림>이다. ‘황대권의 신앙 편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바쁘시다더니 언제 또 책 한 권을 쓰셨나 하고 들쳐보니, 감옥에 있을 때 '디냐'라는 분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묶어낸 책이다. 대권 형님이 그분께 보낸 편지들만 모아 낸 것을 보니, 그분이 받았던 편지들을 나중에 형님에게 돌려준 모양이다. 새 책이 나올 때마다 늘 챙겨 보내주시니 고맙다. 고마움에 대한 보답은 열심히 빨리 읽는 것밖에.

대권 형님과의 인연은 책으로 맺어졌다. 대권 형님의 첫 책은 감옥에 있을 때 낸 <백척간두에 서서>(1993년)이다. 그때 나는 한 가톨릭청년모임에 몸담고 있었고, 그 모임의 최대 고민이 공동체운동이었다. 그래서 공동체에 관한 책들을 읽고 공부했는데, 대권 형님의 책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그 책을 공부한 모임 뒤에 책을 읽은 소감을 편지로 써 보냈고, 그 뒤로 형님과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바우 올림> 148쪽에 보면, “오랜만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사실 지난 몇 개월 동안 동생에게 연재 형식의 편지를 쓰느라 경황이 없었습니다. 이제 모두 매듭을 짓고 다시 평상시의 리듬을 되찾았습니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아마 이때 <백척간두에 서서>로 엮어진 옥중 서간들을 쓴 모양이다.

<아우 올림>을 읽으면서 왜 형님이 유대철 베드로 성인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정했는지 처음 알았다. 이처럼 절박한 사연으로 세례명을 정한 사람이 또 있을까?
 

“저는 그 무렵 수사 과정에서 받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하루에도 몇 차례의 하반신 신경 발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악명 높은 수사기관의 지하실에서 죽기도 전에 이미 지옥을 체험했습니다. 거기에는 인간은 없고 오로지 동물적 본능과 죽음에의 끈끈한 유혹만이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저의 인간성은 여지없이 파괴되었고 타인의 조종에 마음대로 놀아나는 꼭두각시가 되었습니다. 그 상처는 제 마음속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자국이 되어 남아 있습니다.

자기가 그토록 믿었던 자기 자신을 배반했을 때의 심정을 이해하시겠는지요? 결국 그때부터 믿을 수 없는 자신을 버리고 절대적인 그 무엇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유대철 소년의 순교는 저를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신앙을 고백하다가 결국은 옥졸의 손에 목 졸려 죽은 그분을 영원한 사표로 삼기로 했습니다.“

지난 9월 28일 저녁, 전북 완주군 송광사에서 대권 형님을 뵈었다. 생명평화결사 종교인 한마당에서였다. 사실 대권 형님의 권유가 있어 참여한 자리였다. 종교인한마당이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책 <바우 올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신부님에게 추천사를 받을까 하다가 거기에 로마 가톨릭이 망한다는 얘기도 썼기 때문에 신부님들께 부담이 될까 봐 추천사를 받지 않았어.”
 

   
 


그랬다. 1995년 11월 5일의 편지에는 로마 가톨릭이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적고 있다. 기독교는 거대 조직으로 발전하면서 (주어진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방편적 오류 두 가지를 범했다고 한다. 하나는 편협한 신관, 또 하나는 폭력적 전교로 인한 창조 질서의 파괴. 이 오류가 기독교를 오늘날처럼 세계 종교로 키웠지만, 이제 조직화된 기독교의 역사적 사명이 끝나고 조직의 해체를 통해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대권 형님은 당시 막 시작된 작은 공동체운동을 시의적절한 운동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의 교회는 개인과 작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고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각 공동체들이 유기적 연대를 가지는 구조로 짜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나는 현재 작은 공동체운동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난 가부장 문화가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해.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는 거야. 자발성이 전혀 없어. 지도자가 없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지. 그리고 작은 공동체운동은 교회 살리기운동이 아닌데, 우리나라 공동체운동은 출발점이 그랬어. 이런 점에서 제3세계의 바닥공동체운동과는 출발부터 달랐어.”

나는 또 현 베네딕도 16세 교황과 전임 교황이 보수 성향의 주교들을 임명함으로써 교회를 통제하고 있으니 당분간 로마 가톨릭이 종말을 고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유럽에서 공부할 때 보니까 사람들이 일요일에 교회가 아니라 축구 경기에 가더라고. 프랑스의 한 성당을 개인이 사서 아파트로 개조하는 것도 봤어. 유럽 교회는 그야말로 공동화되고 있어. 유럽교회가 몰락하는 반면 중남미와 아시아에서 신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야. 그래서 로마 바티칸이 이를 통제하려고 애쓰고 있는 거고. 하지만 이러한 위기 대응도 오래 가지 못할 거야. 계속 지금처럼 남미나 아프리카 교회를 통제할 순 없을 거야. 흑인 교황이 곧 나올 거고. 그러면 그 교회가 지금의 로마 가톨릭과 같은 교회라고 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 전례는 반이 춤이야. 전혀 다른 교회가 될 거야.”

대권 형님은 자신의 책, <바우 올림>이 신앙을 막 갖고자 하거나 갖은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이 신앙을 조금씩 다져나간 기록이니 같은 과정을 거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이다.

나는 대권 형님의 바람과는 달리 예비 신자나 새 신자들이 이 책을 많이 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묵은 신자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무겁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내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잘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바우 올림>은 예비신자들이나 새 신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문제는 요즘 새 신자나 묵은 신자나 이 같은 무거움을 싫어한다는 거다. 안타까운 일이다.

/박영대 2007.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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