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회는 복음적 시각으로 군사주의 다시 성찰해야"

2009년 9월 9일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같은 해 12월 7일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돼 한국사회에서 천주교신자로서는 두 번째로 병역을 거부한 백승덕 씨(미카엘, 28세)가 2011년 2월 28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치소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이날 흐린 날에도 불구하고 백승덕 씨가 활동했던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 연합회(서가대연)의 담당사제 이승민 신부와 어머니 등 15명 남짓한 지인들이 구치소를 찾아와 백 씨의 출소를 축하했다. 구치소 문을 나선 백승덕씨는 어머니를 비롯해 지인들과 일일이 포옹하면서 출소의 기쁨을 나누었고, 미처 구치소에 오지 못한 지인들과 전화통화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인들에게 “왠지 조금 있다가 다시 구치소 작업을 해야 할 것만 같다”고 소감을 말한 백승덕 씨는 출소가 여전히 실감 나지 않는듯했다. 백 씨는 1년 6월의 징역형이 완전히 끝나는 6월 초까지는 조용히 책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백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출소에 대해 너무나 기쁘고, 많은 친구가 찾아와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새로운 걱정이 앞선다. “아직도 사회에는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있다”며 백 씨의 출소 이후의 삶을 걱정했다.

▲ 영등포구치소 내정문을 빠져나오는 백승덕 씨를 친구들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사진제공/ 전쟁없는세상 김성민 활동가)

한국 사회에서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병역거부를 선언한 이는 현재 고동주 씨(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기자)와 백승덕 씨 두 명이지만, 가톨릭에서 세례를 받고 냉담하는 신자까지 합치면 6명의 병역거부자가 있다. 백승덕 씨는 “천주교인 병역거부자가 두 명, 세 명 이상 많이 나왔기 때문에 천주교회가 입장을 취할 것이 아니라 복음의 시각을 갖고 군사주의를 다시 한 번 사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백 씨는 군대가 현존하는 이상 교회가 군종사목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힘든 훈련에 지친 군인들에게 정신적 위로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군대가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이 있다면 이에 대한 발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교구의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그 예로 뽑았다.

서가대연의 이승민 신부는 “기간은 다르지만 30일 피정의 느낌을 떠올려봤다. 세상과 단절되어 하느님과 집중적으로 만나는 시기였는데, 승덕이도 처음 꿈을 잃지 말고 세상에 잘 펼쳐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여전히 백 씨를 응원한다면서 주먹을 쥐었다.

백승덕 씨는 출소했지만 새로운 병역거부자들은 계속해서 수감되고 있다. 2011년 2월 현재 전국의 병역거부자 수는 약 910명이고, 이중 여호와의증인이 아닌 병역거부 수감자가 8명(전쟁없는세상 통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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