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일
성령이 촛불처럼
제자들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는데,
오늘,

광장에선 아무 것도 날아오르지 않았다.
쨍한 하늘과 폭염으로 오늘이 지나가고 있는데
시청 사람들은 파랗게 잔디를 입히고
광장은 사람의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문자가 날아 들었다.
"어젯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마치 빨치산 같았어요.
우리라도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모여야 한다고..."

문자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몇 남지 않은 마지막 심장을 바라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렸다.

광장엔 사제들이 없었다
목사도 법사도 예수님도 부처님도 무엇도 없었다.
이게 사실 아니길 ... 빌며

이미 광장은 지울 수 없는 우리의 음성이
우리가 새긴 촛농이 지워지지 않았다고
그분은 잔잔히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자고.

촛불,
다시 살아올 것이다.
그게 믿음이다, 지긋이 마음 다지며
기도한다, 오늘
조계사에선
여전히 사람들 웅성거리고
밑불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 사제단 천막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없지만
그 마음이야 가실 리 없다고
믿어본다.

아멘.

/한상봉 200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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