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한상봉, <그대 아직 갈망하는가>, 이파르, 2010

한상봉의 <그대 아직 갈망하는가>는 제목 자체부터 이미 기성 사회에 안주해가고 있는 평자에게는 너무 무겁게 다가온다고 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타성에 젖어 있는 삶에, 졸고 있는 삶에, 영적으로 죽어가고 있는 삶에, 추해지고만 있는 삶에, 아직 갈망해야 할 것이 있다고 외치는 것이 이 책이라고 해야겠다.

현실과 당위의 갈등, 그 갈등의 한 가운데에서 당위의 이상을 향하여 한 걸음이라도 내딛으라고, 그것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하는 것이라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 있게 하는 것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53 선지식을 역방하듯이

이 책은 28인의 그리스도인들이 걸어간 길을 조명해주는 책이면서, 한상봉이라는 저자가 마치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53 선지식을 역방하듯이 그 28인을 조우하면서 자신의 깨달음을 다져가는 이야기라고도 하겠다.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만나는 이들이 거룩한 성인에서 창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듯이, 이 책의 저자가 그려내는 28인의 그리스도인들의 삶도 다채롭고 일견 서로 모순되는 삶의 족적들을 보여준다. 사막으로 간 은수자가 있는가 하면, 혁명의 한 복판에 서 있는 활동가가 있고, 불의한 세력에 맞서서 총칼을 드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사제가 있는가 하면, 히틀러에 저항해서도 폭력은 사용하지 말라고 호소하는 여성이 있다. 대부분이 독신 수도자라고 할 수 있지만, 심지어는 동성연애자도 있다.

이러한 다채로움과 모순성이 일부 독자들에게는 곤혹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그러나 책을 읽고 마음으로 소화해낸다면, 그러한 모순은 육안으로 접할 때의 모순이요, 영성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 모순 너머 그 28인의 그리스도인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입체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그들은 형식적으로는 서로 모순되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도 있으나, 모두 자신들의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자신의 삶으로 따르고자 한 사람들이었다.

획일적 일치를 바라는 독자에게는, 특히 자신에게 불온하다고 여겨지는 이들에 대한 묘사를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종잡을 수 없는 책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검열해서 금서로 하고 싶은 욕망이 솟아날 수도 있을 성 싶기도 하다. 그러나 성급하게 그렇게 판단하기에 앞서서,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듯이, 아우구스티노의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하고 싶은 일을 행하라”라는 말을 기준으로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해야겠다.

이 28인의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독자의 삶에 힘겨운 도전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삶을 모범으로 삼아야 하는지 곤혹스러울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비난하고 싶어질 수도 있겠지만, 모두를 포용하는 가운데, 자신의 삶도 진정 용감하게 개척해나가는 기회를 가지게 되기를, 평자 자신으로서도 기대해본다.

비판의 대상 하나 하나에 섬세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면..

조금 아쉽다고 한다면, 루터에 대해서 “악마처럼 솟아오른 혁명가”라고 하면서 상당히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아니 꼭 가톨릭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한 명의 양심적 인간으로서 그렇게 판단될 수도 있겠지만, 악마에게도 연민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교회일치 운동을 넘어서서 종교간 화해를 도모하는 시대임은 저자 자신이 책의 곳곳에서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루터에게도 조금 더 연민을 보였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두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평자 자신이 기성 사회에 안주해가고 있는 탓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의 93쪽에 “성공전략이라니”라는 비판적인 어구 아래, <시크릿>에서부터 <부자 마인드 수업>에 이르기까지 어느 인터넷 서점에서 ‘성공전략/성공학 분야의 대표도서’ 항목에 뜨는 도서 일부라고 하면서 열거하고 있는데, 이렇게 싸잡아서 비판할 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책들조차도 일면에 있어서는 세파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가치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예 길이 아닌 길이 있고, 그런 길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을 가해야 하기도 해야 하겠지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고자 한다면,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 그 사람들의 처지에 대해서 다소의 공감섞인 태도도 보일 필요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을 가르치는 책들 가운데에도 단순히 처세상의 성공만이 아니라, 인격적인 성숙을 가르치는 책들도 더러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평자의 태도가 왜 그러냐는 불만이 있을 성 싶기도 하지만, 태도를 분명히 하라는 주문이 있을 성 싶기도 하지만,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 앞에서 루터에 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좀 더 멀리까지 미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을 평자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너무 판단력이 흐려지고 만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고, 그러한 비판에 대해서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이 되면서도, 비판의 날을 세울 때에는 비판의 대상 하나 하나에 섬세한 주의를 기울여서,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단순히 비난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되지는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지나치게 낭만적인 기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쁜 세상에 적과 나를 뚜렷하게 판단하여 대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마음씨가 진정성 있게 배어나는

아쉬운 점을 너무 이야기해서 오히려 그런 점을 부각시키게 된 것 같기도 한데, 그런 점은 옥에 티라고 해야 할 것이지, 이 책 전체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그런 결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아주 가끔 예외가 있기도 하지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경어체로 일관하는 것은, 지면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독자가 저자와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을 저자가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증거라고 할 수도 있어서 평자로서는 고맙기만 하다.

글을 쓸 때 어떤 느낌으로 쓰느냐가 매우 중요함을 저자 자신이 본문 가운데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따스하고 아름다운 마음씨가 진정성 있게 배어나는 책이다. 이렇게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책으로 새해를 시작하게 되어 왠지 올해는 기쁜 일이 많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오늘날 예수는 우리들 각자의 손과 발을 통하지 않고서는 부활할 수 없다는 이 책의 메시지를 기쁜 마음으로 가슴에 새긴다.
 

류제동/ 서강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와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톨릭대학교, 서강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현재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연구사업단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전공 분야는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비교연구이며, 특히 중세 동아시아 불교에 초점을 둔다. 지은 책으로는 <하느님과 일심><인간 본성에 관한 철학 이야기>(공저) <구원이란 무엇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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