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채로 생매장.. 봄 되면 전염병 온상 될 수 있어
-구제역, 반생명적 공장제 축산에 문제.. 육식문화 반성해야

▲ 사진/한상봉 기자

최근 구제역 확산으로 190만 마리의 소 돼지가 살처분되는 가운데, 반생명적 축산정책 종식을 기원하는 범종교인 긴급토론회가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 주관으로 지난 1월 17일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열렸다.

토론회에 앞서 천도교, 불교, 원불교, 개신교, 천주교의 성직자 수도자들이 살처분 당한 190만 생명의 죽음을 애도하는 종교의식을 치렀으며, 이 자리에서 김영미 수녀(한국여자수도장상연합회 사회분과장)는 4대강 사업을 먼저 언급하며 '경제논리에 생명이 착취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제역과 관련해 "살처분되는 동물들의 비명과 텅빈 축사를 바라보는 농민의 한숨은 이 추운 겨울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더 시리게 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가수 김정식(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 씨가 애도의 노래를 불러서 살처분된 동물들을 위무했다.

▲ 안동가톨릭농민회 쌍호분회의 최재호 회장(사진/한상봉 기자)
한편 안동가톨릭농민회 쌍호분회의 최재호 회장은 유기순환적 소사육을 하고 있는 소들 마저 인근 공장식 사육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전면 살처분되었다고 전했다. 안동가톨릭농민회는 그동안 도시본당의 지원을 받아 소입식운동을 전개해 왔으며, 유기농 사료만을 소에게 먹여 왔기 때문에 안심했지만, 결국 구제역에 걸리거나 구제역이 발생한 인근지역이라는 이유로 300여 마리가 모두 예방적 살처분되었기 때문에 "온 동네가 초상집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기르던 소가 살처분되는 날, 2~3주된 송아지마저 포클레인으로 들어서 구덩이에 파묻는 장면을 보고 "피눈물이 났다"며, 동물들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 게 아니냐며 한탄했다. 

이원복 대표(한국동물보호연합)는 이미 살처분된 200만 마리의 소 돼지는 전라남도 국민 전체에 맞먹는 대량학살이라고 지적하며, 법규에 따라 안락사를 시키지도 않고 단지 근육이완제만 주사한 뒤에 산 채로 생매장하는 비인도적 처분을 비판하고, 트럭에서 직접 쏟아져 내리는 동물들이 내장파열 등으로 죽어가며 지르는 비명소리는 "그야말로 지옥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이에 동물보호연합에서는 청정국 지위확보를 위해 멀쩡한 소 돼지를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예방백신 접종을 요구했다. 한편 육식문화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며, 동물복지형 축산제도를 도입하라고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우희종 교수(서울대)는 "인간의 욕망이 스스로가 서 있는 생태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자신들의 목을 죄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대량소비를 위한 가축의 열악한 공장식 밀집사육 환경 등 생산과 효율만을 중심하는 신자유주의적 산업구조와 경제논리가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해 왔으며, 광우병, 조류독감, 구제역을 포함한 생태계의 반격을 불러왔다며, "지금도 수많은 동물 바이러스들이 '인류계 내로 들어오는 문'을 찾으려고 인간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것이고, 인간의 탐욕이 그 문을 활짝 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한국사회의 구제역 사태와 관련해 "구제역이 전국토로 확산되는 시점까지 정부는 백신 접종을 실시하지 않고 대규모 살처분에만 의존해 왔다"며 초동방역에 실패한 정부를 비판했다. 한편 좁은 국토 안에서 동물매몰 방식을 비판하며, 소각 방식으로 다양한 대응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대규모 살처분에 의한 매몰은 당장 핏물 등에 의한 환경이나 상수도 오염이 거론되겠지만, 장차 봄이 되어 따뜻한 상황에서는 이들의 부패가 또 다른 전염병 미생물의 유행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동물들의 생명을 가볍게 보는 사회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도 무시하게 된다며, 정부의 실책을 애써 감추면서, 구제역 발생의 원인을 베트남에 다녀온 축산농가나 이주노동자들에게 묻는 식의 정부의 희생양 찾기를 비난했다. 마치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개방으로 인한 촛불사태에서 PD수첩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한편 우 교수는 "동물에게 좋은 환경이 인간에게도 좋은 환견"이라며 언제 질병 창궐을 불러 일으킬 지 모르는 비윤리적 밀집형 공장식 사육에 대한 총체적 재검토를 요구했다.    

홍하일 대표(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역시 공장식 축산업과 육식문화를 비판했다. 2008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75.8킬로그램인데, 육류 소비량은 35.4킬로그램이나 되기 때문에, 이 소비량을 충당하기 위해 공장형 축산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쇠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기 위해 곡물 9킬로그램이 필요하고, 쇠고기 생산은 곡물보다 15배의 물을 소비한다고 밝히며, "육류를 더 적게 먹고, 적게 기르고, 적게 죽이자"고 제안했다.

한편 박병상 소장(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은 산업농이 오히려 식량위기를 불러왔으며, 우리의 식탁에 오른 음식은 공급자를 위한 것이고, 자본의 이익에 충성하는 식품이며, 수많은 식품첨가물이 함유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가축마저도 공장제 사육환경 안에서는 "개성을 가진 생명이라기보다 그저 상품"이라고 고발했다. 따라서 박 소장은 자연스러운 식단으로 채식을 권하며, 그것도 마이클 폴란이 지적한 대로 "암호 같은 표시가 붙어있는 '제품'이 아니라 유기농산물같은 '음식'을 먹자"고 말했다.

▲ 사진/한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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