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자본과 패거리를 부정한 예수의 가르침에 충실해야

 나는 어떤 종교의 신자도 아니어서 종교를 말하기란 쉽지 않다. 특정 종교는 물론 종교 일반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하루도 종교에 무관심한 적은 없었고, 성경이나 불경은 물론 코란을 포함한 여러 종교의 경전을 여러 번 읽어왔으며, 동서양 교회나 사원을 수도 없이 찾았고 국내외 종교인이나 신자도 수없이 만났으니 가톨릭에 대해서도 몇 마디는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감히 이 글을 쓴다.

 내가 이해하는 참된 종교란 세속의 물욕을 비롯한 온갖 본능의 욕망을 초월하는 고독한 길인데, 현실에서 보는 종교란 물욕을 비롯한 온갖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패거리 집단으로서 사교집단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혼자 여러 종교의 경전을 읽으면 마음이 편한데 성당이나 교회나 절에 가면 마음이 불안하다.

 따라서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가 종교인에게는 대단히 불손할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우선 가톨릭의 전반적인 보수성에 대단히 실망하고 있다. 이는 내가 55년을 살면서 만난 가톨릭 신자들에게서 매일처럼 피부로 느끼는 소감이자 한국 가톨릭 전반에 대해 느끼는 바이기도 하다.

 내가 자주 접하는 가톨릭 신자들은 그 학력으로 볼 때 성경을 비롯해 가톨릭의 가르침에 그나마 충실한 측이라고 짐작되는데도, 내가 보는 그들의 사고는 너무나도 보수적이고 이기적이며 물질적이고, 특히 그 행태는 가톨릭 집단, 추기경-주교-신부를 절대적으로 숭배하는 철저히 패거리적인 집단, 게다가 직장에서도 가톨릭 신자를 중심으로 한 이기적이고 이권적인 집단행동을 조금도 서슴지 않는 듯이 보인다.

 보통사람이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신앙의 힘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만 그야말로 그들은 독실한 종교인들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철저히 조직적인 가톨릭이어서 불가능한 것이 없는 것처럼도 보인다.

 역시 신앙의 힘으로 믿으려 하지 않을 사람들이 있을 테니 내가 경험한 보기를 들어보자.

 가령 일반인이 가톨릭이나 그 성직자를 비판하면 마치 신을 비판하기라도 한 것인 양 극도로 분노하여 대들고, 어떤 어린 사람이 자기의 체면을 손상했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하면서 동료 신자들과 연판장을 만들어 배척하는 등, 너무나도 지독한 가톨릭 신자-지독한 보수라는 점에서가 아니면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짓을 하는 가톨릭 신자들 때문에 일반인이 고통을 당하고 사는 것을 나는 보았고 겪었다. 그래서 굳이 십자군전쟁이나 성인의 수난사나 식민지 전도사를 들먹이지 않아도 일상에서 가톨릭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매일처럼 끼리끼리 몰려다니면서 자신들에게 관련된 이익이라면 무엇이든 야합하여 이기적 행동을 벌이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의 종교인, 특히 가톨릭이란 우리 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패거리문화의 장본인이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한다. 그런 그들을 튼튼하게 묶어주는 것이 가톨릭 성직자의 설교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내가 만나는 신부나 수녀라는 사람들이 사실은 대부분 보수적인 사람이어서 그러리라고 짐작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오랫동안 노동법을 공부하면서 노동운동에 관여하는 가운데 가톨릭 관계자도 여럿 만났는데 30년 이상 노동사목으로 헌신한 몇몇 외국 신부 외에 한국 신부나 수녀를 비롯한 가톨릭 관계자는 상당수 악덕 사업가나 언론인이나 학자들이거나 그들 측이었다.

 여러 노동사건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 가톨릭 재단 측의 것이었다. 한 때는 농민 노동사목이 활발했으나 그 사목활동마저도 사실 가톨릭 안에서는 예외적이었고, 그 극소수 활동마저도 언제부터인가 사라졌다.

 반면 최근 내가 관여한 여러 사회운동에 동참한 몇 가톨릭 신자들의 이해할 수 없는 충동적이고 과격한 사이비 영웅적 행동 때문에 더 이상 그 활동에마저 관심을 끊었다. 프란체스코처럼 평생을 음지에서 봉사한 가톨릭 성자는 다 어디가고 우리나라에 있는 성직자란 유사 정치인밖에 없는 것인가? 이런 모습이 과연 예수의 가르침인가? 도리어 예수의 가르침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예수를 받든다고 하면서도 예수를 배신한 서양 기독교의 오랜 역사에서 가톨릭이 저지른 죄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지만, 그 중에서도 종교재판을 비롯한 사상의 자유에 대한 억압과 식민지 침략과 노동자 수탈의 정당화를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들 수 있다.

 그럼에도 사상의 자유를 비롯한 인권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나 사상의 자유를 실천하는 언론기관에서 마치 종교재판을 방불케 하는 시대착오적인 행위가 오늘 가톨릭 신자들에 의해 행해지고, 신부나 수녀가 관리하는 학교나 회사에서 부당한 해고나 노동조합을 억압하는 부당노동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서양 가톨릭 2천년의 죄가 한국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면 한국에서는 5백 년 전의 주체적인 종교개혁이 없었던 탓으로 저 썩어빠진 중세의 권력과 결탁한 가톨릭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가톨릭은 정치적으로 진보도 보수도 아닌, 반(反)권력인 종교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권력과 자본과 패거리를 부정한 예수의 가르침에 충실해야 한다.

 나는 신부였던 이반 일리히를 오랫동안 소개하면서 그를 현대의 프란체스코라고 느껴왔다. 특히 그가 로마 가톨릭을 비판하고 남미를 비롯한 제3세계의 독립과 제도부터의 인간 자립을 주장한 점에서 그렇다.

 또 그가 학교, 병원, 법, 교통, 학문, 예술 등, 서양문화가 낳은 각종 제도 질병으로부터 완전한 인간해방을 주장한 점에서 그렇다. 그가 존경한 간디 역시 그런 길을 갔고 프란체스코를 비롯한 수많은 가톨릭 성자들이 그러했다. 나는 그들 진정한 가톨릭 성자들을 존경한다.

 가톨릭은 그 성자들의 가시밭길을 다시 가야한다.

 무엇보다도 생태가 파괴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신자는 물론 신부도 일리히가 말하듯 자가용을 비롯한 모든 문명의 이기를 버려라. 인간을 파괴하는 사교육을 벗어나기 위해 가톨릭 학교부터, 그리고 그 신자 교사나 학부모나 학생부터 사교육 철폐에 앞장서라. 가톨릭 기업인이나 정치가도 예수의 가르침에 반하는 행동을 그만두라. 그래서 예수의 이름으로 남을 괴롭힌 저 2천년의 악행을 회개하고 더 이상 보통 사람을 괴롭히지 말라. 모두들 권력을 향한 정치 담론을 그만 두고, 출세 기도를 그만 두고, 합격이나 당선의 축복을 그만 두고, 성경 앞으로 나와 성경에만 충실해라. 한국을 망치는 이기적, 세속적, 물질적, 권력적 기복종교를 가톨릭부터 솔선수범하여 극복하라.

/박홍규 영남대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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