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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한국교회는 사회교리 백지 상태"-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초기지로 전락할 위험 높아
-"주교는 흩어진 백성 모아 잘 엮어주는 하느님 도구"

"전 국민이 신자가 되면 뭐하겠습니까.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의 참 제자 한명을 만드는 것이 교회가 해야 할 몫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1월 16일자 <가톨릭신문>과 인터뷰한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의 말이다. 강우일 주교는 사목지침서 실천사항으로 사회교리 공부를 강조했는데, "교회가 믿을 교리는 강조해왔지만 지킬 교리에 대해서는 소홀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말이다. 강 주교는 "(교회는) 주로 개인적인 윤리나 신앙 실천 차원에서 가르쳐 왔어요. 사회적·집단적 차원의 교회 가르침은 거의 백지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회교리는 지킬 교리인 십계명을 실제 어떻게 지키고 살아가야 하는지 풀이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인 사회교리를 배우고 이를 근거로 다양한 분야의 사회문제를 식별해나가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2011년 사목지침서에서 지역사회와 어우러지는 소공동체를 강조했는데,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적 교리인 ‘강생의 신비’는 인간과 그의 세상 전체에 대한 하느님의 관심과 구원을 전제로 하는 가르침이라며, "구원이 정신적·영적인 것에 국한된 것이라면 예수님께서 굳이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오시고 십자가에 못박히실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는 세상을 교도하는 우월감 갖는 단체가 아니"라 "세상과 함께 아파하고 세상의 고뇌를 함께 짊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이 비록 오염되고 타락했더라도 이에 도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 한복판에서 씨름하며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과 평화를 선포하지 않는다면 그런 교회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강 주교는 결국 "교회는 태생적으로 처음부터 세상 속에서 사회적 관심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강우일 주교는 신자유주의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소공동체 운동이 갈수록 뿌리 내리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라며, 하지만 신자유주의로 물든 사회악을 조금씩 허물기 위해서는 혼자서 싸우기 힘들기 때문에 "공동체가 함께 대처할 수 있는 소공동체 모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서도, 역대 현대 교황들이 끊임없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군비를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군비증강으로 평화를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제주 해군기지가 염려스러운 것은 바로 군비증강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사기지가 들어서면 중국을 겨냥한 이지스함이 입항하게 될 것"이며, 중국에서 볼 때 제주 해군기지가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하는 전진기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결국 "북한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제주가 가장 위험한 전초기지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며,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 조환길 대구대교구장 착좌식에 참석한 강우일 주교(사진/고동주 기자)

강우일 주교는 1974년 사제품을, 1986년 주교품을 받았으며, 2002년 10월 8일 제주교구장에 착좌했으며, 오는 2월 14일이면 주교수품 25주년이 된다. 강 주교는 "그동안 주교로서 그런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살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 은혜에 감사드릴 뿐"이라며 "이제 슬슬 퇴장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주교는 하느님으로부터 은사를 받은 교회의 각 구성원들을 잘 활용해 서로 돕게 하고 그 안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도록 이끌어야"하며, 흩어진 하느님의 백성을 모아 잘 엮어 주는 역할을 하는 ‘하느님의 도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 "그분은 감성주의자"였으며, 늘 힘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가길 원하셨고, 격식과 권위를 없애고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찾아가셔서 소박하게 담소도 나누시고 음식도 나눠드시고 오락도 함께 즐기셨다고 회상하면서 "저 또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 그들과 함께 했는데 이런 가치관이 비슷해서인지 추기경님께서는 저에게 당신의 속내까지 부담 없이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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