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욱종의 우리네 교회는] 수목장의 역사, 스위스와 독일의 수목장

 우리나라의 수목장 역사는 의외로 짧다. 공식적으로는 2004년의 김장수 고려대 농대 교수가 나무아래 묻힌 사건으로 시작한다. 거의 같은 무렵에 충북 제천군 배론성지 아래의 장애인 시설인 살레시오의 집에서 두 분의 묘지를 시설내에서 수목장으로 치뤘다.

 이런 수목장의 소식은 급속도로 펴져나가 묘지와 납곱당에 의한 국토 잠식과 산림 훼손을 막아줄 환경친화적 장례방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산림청은 우선적으로 국유림 가운데에서 3곳을 선정하여 시범 운영하기로 했고, 보건복지부는 현재 추진 중인 ‘장사등에관한법률’에 수목장의 법적근거를 마련할 예정으로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민간단체에서 수목장에 관련한 심포지엄을 열었고 주최 측을 놀라게 하는 참석자들의 숫자를 통해서 그 관심도를 충분히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세계의 수목장 역사는 어떠한가?

 1993년, 스위스의 사업가인 우엘리 자우터(Ueli Sauter)가 자신의 영국인 친구의 부탁에 따라 화장한 재를 스위스의 숲에 묻게 되면서 시작한다. 그러나 이 시도는 정서적인 공감, 철학적ㆍ신학적 동의, 관청의 법적인 허락을 받아내기까지 3년이 걸렸고, 프리트발트(FriedWald)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시작하기까지에는 6년이 걸렸다. 즉 1999년 1월의 일이었다.

▲ 스위스의 쮜리히에 있는 수목장림, 프리트발트를 멀리서 찍은 사진. 다른 숲과 다른 차이가 없어 찾는데 애를 먹는다. 자연친화적인 성격의 강조점을 발견할 수 있다

▲ 이 나무들 중, 아주 적은 일부가 수목장으로 사용되는데 도무지 표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숨어있다.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 중점을 두고 있는 스위스 수목장의 특징이다.

스위스에서 일어난 이러한 놀라운 소식을 접한 이웃나라 독일에서 2000년 6월, 은행원 악셀 바우다와 변호사 페트라 바하가 다름슈타트에 프리트발트 유한회사를 설립하였다.

 독일은 스위스의 선구 역할에 힘입어 곧바로 사업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2004년에는 1,000건 이상의 장례가 수목장림들에서 치러졌고, 2005년에는 1,800건 정도에 이르며 2005년 8워 현재 예약건수는 45,000개에 이르고 있다. 스위스에 비해 독일은 약진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스위스보다 훨씬 가꾸어진 숲과 나무의 모습을 지님으로써 아름다운 묘지의 이미지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 독일 수목장림은 안내 표지판이 서 있을 정도로 묘지숲임을 드러내고 있다.

▲ 독일은 스위스보다 훨씬 아름다운 숲을 선택한다. 나무 역시도 수령이 높아 튼튼하게 보이는 나무를 선택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약진의 지역적 배분에 있다.

 다들 잘 알다시피 독일은 대체로 남부와 북부가 가톨릭과 개신교로 나뉘어져 있다. 그런데 수목장의 보급이 주로 북부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이라는 것이다. 독일 가톨릭 주교회의가 이 수목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톨릭이 지배하는 독일 남부에서는 수목장의 보급에 장애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일 주교회의는 왜 수목장을 반대하는가? 독일의 프리트발트 유한회사의 본부가 있는 다름슈타트의 직원이 전해주는 바로는 가톨릭계에서는 수목장이 범신론의 경향을 뛸 가능성이 짙으므로 신학적인 이해가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가톨릭교회가 수목장을 부정하고 있으므로 남부에서는 더 이상의 보급이 힘들다는 주장이다.

 그 다음으로 우리가 살펴볼 점은 적어도 독일에서의 경우는 수목장이 다른 장법, 즉 매장이나 화장의 경우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산림포럼’과 ‘한국산지보전협회’의 공동주최로 열린 ‘산림내 수목장림 조성에 대한 심포지엄’(2005. 9. 8,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독일 프리트발트 유한회사의 공동대표인 악셀 바우다(Axel Baudach)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독일에서 장례비용으로 드는 경비를 비교할 때, 매장은 공동묘지를 사용할 경우 1,200유로에서 시작하여 2,000유로 정도가 평균이며, 화장의 경우는 2,300 유로 정도, 그리고 수목장은 가족나무 3,500유로에서부터 시작하여 친구나무 4,000유로 정도와 공동체 나무 1인당 770유로 정도가 든다고 한다.

 이런 비교를 통해서 본다면 수목장은 가장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장법인 셈이며, 일반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의외의 경비지출이 상업적인 접근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아직 본격적으로 수목장을 시도하는 곳이 몇 곳 되지 않아 아직은 평가수준 이하이지만, 지금 현재 시행하고 있는 개신교의 O교회와 불교의 E사찰의 경우를 볼 때 3,500,000원에서 4,000,000원 정도 받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임야의 공시지가 평균이 10,000원 정도라고 하니 수목장이라는 이름으로 요구하는 비용이 10,000 : 3,500,000(4,000,000)이라면 놀라운 계산이 되고 만다.

 실제로 한국의 두 경우 수목장림을 가보면 독일의 경우처럼 잘 가꾸어진 숲, 나무가 아닌 버려진 임야 같은 경우임을 발견한다면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다. 독일의 그 회사는 수목장의 이후 관리에 대한 책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목으로 매우 비싼 경비를 요구하는데 비해서 한국의 경우는 부족한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다.

 독일의 수목장에는 반드시 산림관리공무원이 파견되어 있는 국유림을 수목장림으로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으므로 간목이나, 해충방제 등의 수목관리가 항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우리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잠시 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또 수목장의 절차를 이해하기 위해 아래의 사진 자료를 참고하기 바란다.

▲ 앞의 사람이 국가에서 파견된 국가산림담당공무원이고, 뒤의 사람은 독일 프리트발트 유한회사의 직원이다.

▲ 독일의 수목장 나무는 묘지임을 이렇게 확실하게 표시하고 있다.

▲ 여러 나무 중에서 수목장으로 사용하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선정하는데 이유는 나무가 성장하게 되면 그 나무의 생존을 위해 주변의 나무들을 솎아내는 간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 수목장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무 아래에 구덩이를 파고 그 둘레에 나뭇잎을 깔아서 위치를 알려준다.

▲ 이렇게 생긴 크기의 유골함에 유골을 담는다. 이 유골함의 특징은 전분으로 만들어져 땅에 묻히면 3주 내에 땅에 흡수되어 유골 역시 땅으로 스며들게 된다.

▲ 나무 아래 파놓은 구덩이에 유골함을 넣고 난 뒤에 입구를 나무토막으로 덮어둔 모양이다.

 이렇게 수목장을 끝낸 다음에는 유족들이 나무를 둘러싸고 둥글게 모여 기도하고 축복한 다음 하산한다. 무덤의 표시로 장식한 나뭇잎과 나무덮게는 적당한 시일 내에 자연스럽게 치움으로써 무덤의 묘시가 나지 않게 하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나무에만 번호를 새겨 표시해 둔다.

 이렇게 유골은 나무의 영양분으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그 나무와 일치하여 유족들은 나무를 통해 여전히 살아있는 고인을 느끼게 한다. 이것이 수목장의 순서이다.

 아직은 수목장에 대한 소개로 그치고, 다음 장에는 일본과 다른 나라에서의 수목장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특히 우리 교회가 수목장에 대해 가져야 할 관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조욱종 (요한) 천주교 부산교구 부곡동 성당 주임신부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