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한국종교를 컨설팅하다, 모시는 사람들, 2010
-성직자 아니라 비지니스맨처럼.. 영성이 비면 물질주의만 득세

'종교학자가 비판적으로 진단한 한국종교의 현재와 미래'라는 부제로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한국종교에 대한 컨설팅을 나선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10년 5월부터 6월까지 KCRP가 주최하고, KCRP종교대화위원회와 종교문화연구원이 공동주관하며, 대화문화아카데미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형식의 '종교대화콜로키움'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사회에 의해 구원되어야 할 '종교'

서두에서 이찬수 박사(종교문화연구원장)는  "개별 종단에 대한 선입견에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의 차이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종교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은 인지상정처럼 느낀다. 사회를 구원하겠다는 종교가 사회에 의해 구원되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제도화된 종교가 보여주는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다.

수행이나 영성마저 상업화하고, 말로는 '성직'이라면서 실상은 '비지니스맨'에 가깝고, 너 나 할 것 없이 외형적 성장에 강박적으로 매달리고, 조직이나 질서는 자본과 경영의 논리로 돌아가고, 경계해야 할 권력을 실제로는 추구하거나 독려하고, 개인의 솔직한 신앙은 굳은 제도 안에 함몰되고, 욕망과 신앙이 의식, 무의식적으로 혼동되고, 이웃을 무시한 배타적 선교 언어만 난무하고..."

여기서 한국천주교회는 교회조직의 문제가 쟁점이 되었는데, 주교의 권력이 지나치게 크다 보니, 거기서 오는 일방적 명령체계는 한편에서는 천주교회의 질서의 원천일수도 있지만, 주교들의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세계관이 편협하면 교회를 후퇴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교도권에 휘둘리지 않는 다양한 평신도 운동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개신교의 경우엔 근본주의적 성향이 종교간 대화를 방해하고, 성공주의가 신앙의 정체성을 파괴한다고 보았으며, 불교 역시 세속화되어 "필요하지도 않는 건물을 지어대고, 과거에 없었던 제사와 재(齋)를 등장시키며, 과거에는 1년에 한 번 '부처님 오신날'에만 있던 연등을 '음력 7월 15일 백중'과 붓다가 '깨달음을 이룬 성도재일'이나 '세상을 떠난 열반재일'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씩 연등을 달도록 강권하는 데에는 '돈' 말고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 원불교와 천도교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한편 프롤로그 격으로 발표된 최준식 이사장(종교문화연구원)의 글에서는, 한국종교의 현재를 진단하고 있는데, "규모가 다를 뿐 거의 대부분의 종교기관은 끊임없이 돈과 자기 팽창 등, 참된 종교가 가르치는 이타주의의 정반대 개념인 배타적 이기주의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돈을 숭배하는 태도는 한국사회 전반이 그러하며, 다만 종교계 역시 이를 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종교란 인간의 이러한 끝이 안 보이는 욕망을 극복하고 자아팽창이 아닌 자기를 소멸 혹은 초월하라고 가르치는데, 정작 구성원들의 실제행동은 사회의 것을 따라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종교에 영성이 있나?

여기서 최준식 이사장은 한국 종교계에 과연 '종교성'(영성)이 존재하는지 묻고, 물질중심의 한국 종교계는 영성이 대단히 빈약하다고 진단하는데, 그 이유는 영성이 약하면 물성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실례로 한국은 세계 최대교회가 있는 나라이며, 세계 10대 교회 중 절반이 한국에 있으며, 이런 성장주의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조용기 목사의 '삼박자 축복'이라고 말한다.

"이 축복은 물질의 축복이나 건강유지 등과 같이 지극히 현세적인 것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기독교의 핵심인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나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것에 대한 배려가 일절 없다. 그저 나와 내 가족이 물질적으로 잘 되는 것을 바랄 뿐이다."

개신교도들의 무리한 해외선교 등도 한국 개신교의 자아팽창에 대한 처절한 욕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하면서, 이것은 "기독교인들의 내면이 비어있다는 증거"로 보았다. 불교 역시 지금 '불공장사'와 '사찰 확장 공사'에 몰두하고 있으며, 승려들이 스스로를 '스님'이라 부르며 특수계층이 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보도에서도 다른 종단의 경우에 ㅇㅇ신부, ㅇㅇ  목사라고 부르는데, 유독 승려만 ㅇㅇ스님이라고 부른다며, "그저 머리 깎고 먹물 옷을 입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사회에서 성스러운 사람으로 대접하기를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천주교의 경우에도 "만일 천주교도의 영성이 높았다면 조용했던 천진암을 완전히 까뒤집어 100년에 걸쳐 거대 성당을 만드는 작업을 가만 보고 있었을 리가 없지 않았을까?" 묻는다. 게다가 최근엔 주변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명동성당 일대를 재개발 한다고 들썩이고 있는 현상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브앤테이크 식 구복신앙이 대세

한편 최준식 이사장은 한국종교가 지극히 현세적인 무교에 영향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종교들이 한사코 지금여기에서 복을 더 받겠다고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벌을 주려 했다가도 제상을 푸짐하게 차려놓으면 모두 거두고 복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무교의 신령처럼 말이다. 굿은 자신이나 가족의 복락과 안녕을 기원할 뿐 옆에 있는 이웃은 생각하지 않으며, 물질은 풍부할수록 좋다는 생각을 은연중 깔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교 역시 한국종교에 끼치는 영향이 대단한데, 유교야말로 지극히 현실적이며 가족중심이라는 것이다.

결국 불교의 철리(哲理)가 아무리 복잡하고 초월적이라해도 대부분 한국 불교도들은 무정물인 불상에 대고 빌고, 그리스도교의 신이 사랑과 정의의 하느님이라고 가르쳐도 대부분의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신을 (일정한 공물만 바치면) 복을 주는 대상으로 여긴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종단은 더 큰 사원, 성당, 교회를 짓고, 더 화려하고 더 강한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신도들 역시 여기에 반감을 갖지 않고 성직자에 대한 맹목적인 의존과 기브앤테이크 식의 구복에만 열중한다고 비판했다.

"그들은 자신이 따르는 성직자가 1억 원이 넘는 차를 타든 공금을 횡령하든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자신은 성직자를 매개로 신이나 붓다로부터 기대하는 복만 받으면 되지, 성직자에게서 도덕적인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질의 확대와 같은 세속적인 욕망의 추구를 위해서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서로 성스러운 척하면서 사실은 극히 세속적인 욕구를 한도 없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종교에 대해 최준식 이사장이 바라보는 미래는 어둡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들보다 이지(理智)가 앞서고 이해타산에 대단히 밝기 때문에 현재 한국종교가 벌이고 있는 부조리한 작태를 감내하면서까지 종교시설을 출입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두컴컴한 예배당이나 분위가 무거운 법당 혹은 교당에서 표리부동한 성직자의 설교를 들으며 앉아 있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종교의 앞날은 "종교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다"며, "그래서 이 많은 교회나 성당이 언제 개점휴업 상태가 될 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며 "머지 않아 간판을 내리거나 세가 사정없이 졸아드는" 그날에 대비하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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