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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은 교회의 사회 참여를 바라지 않는다?-교회의 사회 참여와 평신도의 인식

‘뜻있는’ 평신도 vs ‘교회의 쇄신을 바라는’ 평신도

2010년 3월 25일,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모임’이라는 단체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일부 보수신문에 ‘성당에 가서 미사 드리기가 무섭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3월 12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주교회의 춘계정기총회를 마치면서 ‘생명 문제와 4대강 사업에 대하여’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한 ‘평신도로서의’ 견해 표명이었다. 주교단이 사회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과 요구를 밝힌 것도 드문 일이었지만, 평신도가 주교단의 공식 성명에 이렇게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최근에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발언과 관련해 주교회의 결정을 무시한 정 추기경의 태도에 반발해 교구장직 용퇴를 요구하는 원로사제들의 발언이 터져나오자, 다시 한번 '한국천주교나라사랑기도회'라는 단체가 '원로 사제들의 용퇴'를 촉구하는 광고가 12월 20일 <동아일보> 에 실렸다. 이들은 "이제 평신도들이 나서서 좌익 사제들과 정치 사제들을 청산하는 정화운동을 벌여야 할 때가 되었다."라며, 이들 사제들이 행하는 미사집전과 강론을 거부하고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교황청에 고발하자고 말했다. 그들은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좌익-정치사제'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그동안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해 줄곧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2000년 이후 한국 천주교회의 대 사회 발언에 대해 평신도의 공개적 반응이 있었던 것은 이번 4대강 사업에 관련한 성명서와 2004년 사학법 개정과 관련한 성명서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2004년 10월 14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가 ‘사학법 개정을 매우 우려하며’라는 성명을 발표했을 때, 두 달 후인 12월 3일 ‘교회의 쇄신을 바라는 103인의 신자’들은 ‘주교회의 성명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라는 성명서를 내어 공개적인 반대 견해를 표명하였다. 평신도 그룹의 또 다른 반응이다. 

각 성명서를 낸 주교단의 입장만큼이나 평신도로서 발언한 두 집단의 성격과 태도도 매우 다르다. 2010년 주교단 성명서에 반대한 ‘뜻있는’ 평신도들은 교회가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모습이 신자들을 ‘피곤’하게 만드니, 정치활동 영역에 교회가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앞서 2004년 주교단 성명서에 반대한 ‘교회의 쇄신을 바라는’ 평신도들은 교회가 정작 발언해야 할 정의와 평화와 관련한 사안에는 침묵하다가 교회의 이권이 달린 문제에만 목소리를 내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제대로 된 교회의 사회적 발언을 요구하는 측면이 강하다. 어떤 평신도는 교회의 사회 참여를 반대하고, 어떤 평신도는 교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하도록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교회 안에 서로 다른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 평신도들은 이렇게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는 두 그룹의 평신도 대표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하고, 누가 그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일까?

본당에서 열심히 활동하나 교회의 사회 참여를 반대하는 장년․노년 평신도 vs 본당 활동은 안 하나 교회의 사회 참여를 지지하는 젊은 평신도

   
▲ 신자들의 교회의 사회현실 참여에 대한 생각 (서울 A 본당, 2010년)

최근 서울대교구 한 본당에서 미사에 나온 20세 이상 성인 신자 1,500여명을 대상으로 신앙의식조사를 하였는데, 그 중 ‘최근의 4대강 사업 반대처럼 교회가 사회현실에 참여하여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 있었다.

비록 한 본당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한 평신도의 의견을 가늠해 볼 수 있어 자세히 소개해 볼까 한다. 참고로, 특정 본당의 현실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므로 본당명은 밝히지 않겠다. 4대강 사업 반대처럼 교회가 사회현실에 참여하여 활동하는 것에 대한 신자들의 응답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2/3는 찬성이고, 1/3은 반대였다. 찬성이라는 응답 중에서는 절반 정도가 적극적으로 찬성하였고, 반대 응답 중에서는 1/3 정도가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 이처럼 전체로 보자면 평신도들은 교회의 사회 참여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고, 적극적인 찬성 의견이 더 우세하다.

그러나 응답자의 특성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좀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우선 성별 ․ 연령별로 살펴보면, 남성보다는 여성이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해 긍정하는 응답비율이 높다. 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는 적극적인 응답은 30대 이하 남성에게서 더 두드러진다. 전반적으로 50대 이하 젊은 층은 교회의 사회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고, 특히 70세 이상 남성은 전체 응답자의 70%가 반대하고 이중 절반은 ‘절대 반대’라며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였다.

   
▲ 성별/연령별 교회의 사회현실 참여에 대한 생각 (서울 A본당, 2010년)


적극적 반대 의사를 밝힌 70세 이상 남성의 특징을 살펴보면 현재는 은퇴했으나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이고, 40대 이후에 세례를 받은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현재 단체 활동을 하는 이들이 더 반대 의사가 두드러졌다. 놀라운 것은 70세 이상 남성뿐 아니라, 단체 활동을 하는 50대 남성 역시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약 54%(약간 반대 35.7% + 절대 반대 17.9%)로, 단체 활동을 하지 않는 50대 남성의 반대 비율 45%(약간 반대 35.8% + 절대 반대 9.4%)보다 그 비율도 높고 적극적인 반대자도 많다. 경영/관리직, 전문직/자유직에 종사하는 50대 남성 단체 활동 신자들은 대부분 반대 의견을 표했다.

반면,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밝힌 30대 남성 역시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이고, 사무직/공무원/교사나 전문직/자유직 종사자와 같이 화이트칼라 직업군 종사자가 많다. 그러나 30대 남성이라 하더라도 본당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약 30% 가량만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밝힌 데 비해, 본당에서 활동하지 않는 이들은 52%가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편, 여성들은 남성과 달리 단체 활동을 하는 응답자가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해 더 찬성하고 있고,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40대 이하 젊은 여성들은 80% 이상이 찬성한다고 응답하였다. 특히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20대 여성은 53.1%가 적극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단체 활동을 하는 60대 여성은 반대 의견이 약 56%(약간 반대 41.9% + 절대 반대 14.5%)로, 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60대 여성의 반대 의견 약 46%(약간 반대 32.9% + 절대 반대 13.7%)보다 10% 정도 더 많고, 반대의견이 더 우세하다.

단체장으로 활동하는 연령대는 남녀 모두 50대와 60대가 많은데, 50대 남성 단체장과 60대 여성 단체장들은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다. A 본당의 경우 단체 활동을 하는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의 31.3%밖에 안 되지만, 본당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이들인 단체 활동 참여자들, 특히 단체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계층에서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해 반대 의사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 50 ․ 60대 단체장의 교회의 사회현실 참여에 대한 생각 (서울 A본당, 2010년)

남녀 각각 다른 양상을 띠고 있지만, 교회 안의 지형을 생각해 볼 때 교회의 사회 참여를 지지하는 계층은 본당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기회도 없고 잘 내지도 않는 이들이며, 반면 본당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계층은 교회의 사회 참여를 반대하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본당에서 단체 활동을 하지 않는 젊은 남성 신자들과 단체 활동은 하지만 회원 수준인 젊은 여성들은 교회의 사회 참여를 적극 지지하고 있지만, 본당에서 단체 활동을 하며 특히 단체장으로 활동하는 50대 남성들과 60대 여성들은 교회의 사회 참여를 반대하는 것이다. 찬반 인원의 절대수치로 보자면 교회의 사회 참여를 지지하는 이들이 더 많다고는 하지만, 과연 어떤 목소리가 교회 안에서 더 큰 무게를 지닐까?

발언하는 소수 평신도의 반대 vs 침묵하는 다수 평신도의 찬성

A 본당의 조사 결과 하나를 두고 모든 평신도의 현실이라고 일반화시키기는 조심스럽다. 그러나 현실적인 경험으로 볼 때 이런 결과가 비단 A 본당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닌 듯하다. 주교회의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성명 이후 이를 지지하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생명평화 미사를 드리던 천주교연대 사제들에게 명동성당 사목위원들은 “내 본당에 와서 하지 말고 너네들 본당에 가서 미사 드리라.”고 고성을 지르며, 사제단 천막을 치지 못하게 완력으로 제지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4대강 반대 사제들이 본당에서 강론을 했다가 신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심지어 미사 강론하는 중에 큰소리로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교구장 한 분은 교구 교수모임에 미사를 드리러 갔다가 교수 한 명으로부터 4대강 관련 주교회의 결정에 대해 항의를 들었다.”고 한다. 단체 활동을 하는 열심한 평신도들, 특히 사목회 임원이거나 영향력이 있는 이들이 실제로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A 본당의 조사 결과를 보면 평신도 대표로 활동하지는 않는 평범한 많은 평신도는 교회의 사회 참여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은 본당에서 잘 활동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본당 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평신도 지도자 그룹에서 교회의 사회 참여를 반대하는 의견이 강하다는 것은 많은 성찰거리를 던진다. 그들은 보통 평신도들보다도 신앙이나 성경 관련 교육과 피정 등에 상대적으로 많이 참여하며, 신앙적으로 열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이들이 왜 교회의 사회 참여를 반대하는 것일까? 우리가 믿는 예수께서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마태 6,10)라고 기도하셨고,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역시 교회가 사회 문제에 대해서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하는데도 말이다.

“교회는 그 임무와 권한으로 보아 어느 모로도 정치 공동체와 혼동될 수 없으며, 결코 어떠한 정치 체제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 그러나 교회가 언제나 어디에서나 참된 자유를 가지고 신앙을 선포하고, 사회에 관한 교리를 가르치며, 사람들 가운데에서 자기 임무를 자유로이 수행하고,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을 요구할 때에는 정치 질서에 관한 일에 대하여도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정당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 <기쁨과 희망> 76항)

이미영/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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