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욱종의 우리네 교회는]

 캘리포니아는 살고 싶은 선망의 땅이다. 무엇보다도 기후가 좋기로는 이곳을 따를 곳이 없을 듯 싶다.

 세계 3대 문명의 발상지라고 중학교 시절에 시험치기 위해서 외우던 이름들 중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곳들이 나일강 유역과 유프라테스, 티그리스 강 유역이었다. 3군데 중에서 2군데의 인류 문명 발상지들이 모두 사막지방이 아닌가?

 더구나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를 정복한 후에 그냥 그곳에 눌러 살았지 않은가? 왜 사막이 인류의 발상지가 되어야 하며, 알렉산더의 야심마저 구어 삶았단 말인가?

 그 해답을 얻기 위해 당신은 캘리포니아에 가보면 알 수 있다.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왜 사막이 사람 살기에 좋은 곳인지를 말이다.

 캘리포니아, 꿈의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의 정복자들인 군대와 함께 멕시코에서 북상한 프란치스코 수사들이 가는 곳마다 이름을 지어 붙혔는데, 그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다가 자기들의 사부인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따 샌 프란치스코라고 불렀다.

 그보다 못한 곳에는 프란치스코회 가족들의 이름을 붙였는데 샌 디에고, 샌 호세, 산타 바바라, 산타 클라라 등등에서 남아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에다가는 차마 프란치스코회 가족들의 이름을 붙이기가 힘들었는지 뜬금없이 천사의 도시라고 명명했으니, 그곳이 바로 로스 앤젤레스이다.

 한국사람들이 흔히 줄여서 첫글자를 따 LA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로스 앤젤레스를 무시하는 말이기도 하다. 고유명사인 천사의 도시를 있는 그대로 불러달라는 불편한 심기와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말이다.

 캘리포니아의 홍보대사도 아닌데 왜 이런 소리를 하냐면, 다름 아니라 외국인들도 로스앤젤레스를 선호하기는 마찬가지라서 그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광범위한 다인종 사회라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함이다.

 기실 미국사회 전체가 다인종 사회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로스앤젤레스는 대표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외국인 출신의 영화배우인 것처럼, LA시의 시장도 마찬가지로 히스패닉(남아메리카 출신)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런 다인종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교회만큼은 다수의 백인들이 운영권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교황청에서 정의 차원의 조처를 요구했다는 소문이다. 흑인 주교도 있고, 히스패닉 주교도 있지만 그 숫자의 비율이 미미하므로 반영하도록 할 것이며, 특히 아시아 출신의 주교들을 선임하라는 요구라고 한다.

 아시아 출신들에는 대표적으로 인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아시아의 네 나라를 지적했다는 이야기인데, 필리핀과 베트남, 중국과 한국이라고 한다. 넷 중의 셋에 대한 임명이 끝났다. 우연히도 모두 캘리포니아의 교구들에서 이 임명이 끝났다.

 한번 살펴보자.

 중국인이 많이 사는 곳은 차이나 타운으로 유명한 샌프란치스코이므로 샌프란치스코 교구에서 중국인 보좌주교를 임명하였다. 베트남에서 보트피플로 미국에 망명한 사람들이 많이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베트남 사람들의 집합지가 된 곳은 LA 교구 바로 밑의 오렌지 교구에 속하므로 그곳의 보좌주교로 베트남 출신의 주교가 임명되었다. LA 교구는 모든 아시안들이 다 많이 살고 있지만 특히 필리핀 사람들이 많으므로 필리핀 출신의 주교가 보좌주교 중의 한 명으로 임명되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한국인이 남았는데....

 미국에서 한국인이 많이 사는 곳은 뉴욕과 LA가 쌍벽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아시안 주교들이 3명이나 나왔으니, 4명 모두 캘리포니아에 배당하기는 힘든 모양인지, 아니면 타 지역에는 마땅한 인물이 없는지, 글쎄 계속 미루어지고 있단다.

 그러저러한 이유로 은연중에 한국인 출신의 미국교회 소속의 신부들끼리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괜히 염려스럽다. 풍문은 상상을 초월한 이야기도 많은 편이라, 별의별 이야기꺼리들을 생산하는데, 최근에 워싱턴 DC의 대성당에 안치된 한국인 성모상도 그런 목적으로 모금을 주도한 신부의 눈에 띄는 행동 중의 하나였다는 소문도 있다. 풍문으로 바람따라 흘러 지나갈 터이겠지만.....

 그렇다면 미국교회에 한국인 주교가 나오게 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재미 한국인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이며, 한국에서 파견되는 사제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사실 교구 중심의 가톨릭 교회에서 소속 교구가 다른 주교님이 다른 교구의 사제나 신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암묵적인 정신적 영향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솔직히 그런 인물의 등장과 그런 영향력을 기다리는 마음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들에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입장을 거꾸로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어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국제결혼에 의한 이주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즈음, 다인종의 문화와 권리에 대한 존중에 대해 마냥 미루기만 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 와서 살고 있는 다양한 민족들, 그들에게 법적인 권리를 부여함으로써만 끝나는 것이 아님은 앞으로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들에게 법적인 권리보장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주체성을 보장해 주는 것은 보다 진지한 과제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이주민에 대한 사고의 단초에 들어서고자 한다.

  /조욱종 (요한) 천주교 부산교구 부곡동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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