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욱종의 우리네 교회는]

전례 이야기의 결론을 내어야 하는데...좀더 생각해 보고, 좀더 규합해 보고, 좀더 대안제시 하여 다시 이야기하기로 했다.

 잠깐 외도를 하여, 종신부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그래서 <종신부제 제도>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아야겠기에 할 수 없이 미국 이야기를 또 해야겠다.

 미국에서 파견사목을 하고 있을 때, 나는 LA교구에 속해 있었다.

 LA교구도 사제총회를 매년 하고 있길래 빠짐없이 사제총회에 참석하고자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두 번밖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대체 미국교회의 지향이나 문제점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2000년대 초의 일이라 미국교회는 사제들의 미성년자 성추행 문제로 온통 들썩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사제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성추행문제였다.

 교구장이 30분이 넘도록 길게 설명을 해도 질문이 이어졌으니 과연 최대의 관심사였고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시간을 할애한 부분이 또 하나 더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종신부제 제도>였다.

 사제총회라고 소개하였듯이 사제들에게는 부제와의 관계가 가장 큰 갈등 문제였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7성사 중 6개 성사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신부들과 부분적인 성사의 권한만 가지고 있는 부제, 그중에서도 결정적으로 성체성사, 즉 미사의 집전 권한이 없는 부제와의 관계이니 뭐가 문제 되겠느냐 싶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미국교회 신부들은 교회 내부의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바로 이 종신부제직을 꼽고 있었다.

 총회에서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쭉 들어보면 사실은 종신부제 도입의 동기에 문제가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원천적으로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고나 할까.

 미국교회에 백인 출신의 성소자가 줄어들어 젊은 신부가 부족하다는 것은 우리가 대부분 짐작하고 알고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현장에 가 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나이 든 노인 신부들 외에 젊은 신부들을 발견하기가 힘든 상황인데, 젊은 신부들 중에서도 10명 중 9명은 남아메리카에서 온 히스패닉이나 동양인 또는 아프리카에서 막 들어온 흑인들이니 말이다.

 이것이 바로 문제였다. 왜냐하면, 이들이 아무리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미국에서 교육받고 자랐다고 하여도 백인 신자들이 히스패닉, 아시안, 아프리칸 흑인들에게 강론을 듣고 영적지도를 받는다는 건 백인들의 자존심에 큰 흠집을 낸다고 생각했을까?

 그래서 찾아 낸 것이 종신부제 제도라는 것이다. 적어도 교회행정만은 백인 출신의 종신부제들이 맡는다면 실질적인 교회의 관리는 백인들이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신부제 서품식에 참석해 보았다. 과연 그해에는 12명이 부제로 서품되었는데, 1명의 동양인과 2명의 히스패닉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백인들이었다.

 종신부제는 교회와 계약을 맺어야 일을 할 수 있으니, 보나마나 동양인 부제와 히스패닉 부제는 동양인 공동체나 히스패닉 중심의 성당에서 일하게 될 것이리라. 그들을 백인들이 많은 성당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니까!

 즉, 백인들이 중심인 성당에서 다른 인종의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더라도 강론과 행정은 백인 종신부제가 맡아하면 사제의 영향력이 줄어드니 자존심에 덜 영향을 받지 않겠는냐는 속셈이다. 아무리 신학적인 근거를 들이대며, 아무리 미사여구로 가린다 하여도 그러한 의도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종신부제 제도에 의한 갈등은 백인 부제와 다른 인종의 사제와의 관계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보았다. 의외로 백인신부들까지 종신부제 제도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의 시정을 교구장에게 강력하고 요구하고 있었다.

 이유는 종신부제들이 점점 사제들의 권한을 침범해 온다는 불만이었다. 다른 인종의 사제들을 제한하려 하다보니 백인 사제들도 똑같이 피해를 입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그러니 종신부제 제도를 언제 재검토할 것이냐는 질문들이었는데, 의외로 교구장의 답변은 아주 간단했다.

 “이제 시행한지 50년도 안되는데 어떻게 결론을 내리겠느냐? 100년은 시행해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지만 반론들이 만만치만은 않은가 보았다. 그래서 종신부제라는 틀로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나 보다. 종신부제라는 제도로는 백인 성소자의 감소로 인한 다른 인종들의 제대 점령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방도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다른 새로운 제도의 모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Council, 즉 우리의 사목회 같은 것을 본뜨고자 연구하는 것이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업고서 본당마다 Council을 구성 강화하여 교회의 운영을 이 Council이 맡아하도록 하고 모든 교회지체들이 공동으로 교회를 운영하되, Council의 상근자들을 백인들로 구성하면 자연스레 다른 인종의 신부들은 미사집전만 하도록 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분위기는 어차피 사제 독신제는 고쳐지지 못할 것으로 본다. 그러니 백인 성소자는 더욱 더 줄어들어 아예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백인들이 유색인종들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교회의 운영과 가르침은 그대로 백인들이 담당하고 미사에서의 성찬전례만 유색인종의 신부가 담당하면 별로 자존심 상할 것도 없지 않을까. 이것이 미국에서의 백인들 희망사항이다.

 교회의 이름으로 이러한 상상이 만일 존재한다면, 이것은 참으로 비극이다. 그러니 한국교회가 사제를 파견할 필요가 있는가하고 물으며 이제는 철수하자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의 종신부제 제도 도입도 이러한 맥락에서 참고하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한편의 소설을 쓰고 있기를 바란다.

 아무리 민주화되었다 하더라도 온갖 곳에서 옛 관행이나 습관을 버리지 못하여 비리들이 드러나고, 음모들이 횡행하여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음에 경악해 하는 요즈음,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음모들은 부디 오해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조욱종 (요한) 천주교 부산교구 부곡동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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