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깨달음-변경환] "대안학교의 특성화 교과 수업"

우리 학교에는 목공실이 있다. 이 곳에서는 목공 교과 수업과 방과후학교 강좌가 진행되는데 목공은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과목 중 하나다. 아이들은 작은 책꽂이부터 의자와 탁자 등을 다 만들어낸다. 물론 아이들이 잘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지만 정성이 담긴 작품들을 보면 살포시 미소가 지어진다. 

나무와 아이들

나무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 반가운 친구이다.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멋진 친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무는 우리의 삶에서 유용한 쓰임새가 있는 친구다. 나무를 옮기고 자르며 사포로 문지르면서 아이들은 나무 하나하나의 습성과 냄새를 익혀간다. 접착제도 비싸지만 천연접착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도 함께 배운다. 나날이 나무 다루는 솜씨가 늘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무와 함께 숨고르기를 하는 것이 참 예쁘다. 

▲ 목공실 수업(사진/변경환)

목공실 수업

목공은 지평선중고등학교에서 ‘자력(自力)’을 키우는 배움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아울러 목공실에서는 혼자 만드는 것보다 모둠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바이스처럼 도구도 이용하지만 친구들과 협동으로 서로 잡아주고 밀어주는 목공 활동이 더 많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재잘재잘 마음 이야기도 오고간다.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느끼나보다. 

학교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목공실

목공 선생님은 늘 바쁘다. 교무실 업무도 있지만 학교에서 필요한 때마다 맥가이버가 되어 뚝딱 물건 하나씩을 만들어 온다. 지난주에는 학교에 「인문학 큰잔치」가 있었는데 공연무대를 근사하게 만들어 낸 것도 목공 선생님의 작품이었다.

또한 올해 초 고등학교가 개교하면서 선생님들의 책상 아래 하나씩 자리한 책꽂이도 목공실에서 모든 선생님이 함께 만든 것들이다. 나무만 있으면 목공실은 그야말로 학교의 보물창고가 되는 셈이다. 

예수님도 목수였다.(마르 6:3)

예수님은 목수의 아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어려서부터 배워 익혔을 것이다. 당시 시대에는 목수가 나무만 다루지 않고 돌이 많은 지역이라 석수의 역할도 했다고 하니 석수로서도 여러 손기술을 가지고 계셨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도 형광등 하나 제대로 못 가는 사람들이 많고, 망치질·톱질 경험은 거의 없는 성인들로 자란다. 물론 망치질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세기가 넘게 이어 온 우리 교육시스템이 예수님 시대의 교육보다 사람을 더 바보로 만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대안학교의 다양한 특성화 수업들

많은 특성화(대안)고등학교들은 국가가 강제하는 필수 교과 이외에도 여러 특성화교과들을 운영한다. 그 대표적인 실례를 들면 다음 표와 같다.

학교교과 안에서 살아 있는 살림살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자력(自力)을 배우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달리 말하면 아이들이 몸공부, 마음공부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배워가는 것이다. 실제로 각 특성화학교들마다 교육과정 평가 설문을 해보면 실제 살림살이를 배워가는 교과활동들이 매우 보람 있다고 한다.

아울러 같은 체험학습이라 하더라도 수백 명이 한꺼번에 가서 훑어보기 활동만 하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밥을 해먹고 교과학습활동을 하는 체험학습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은 특성화교과로 인정되기에 현재의 제도 안에서 ‘살림력(力)’을 키워가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산악등반, 도보여행, 해외이동수업 등이 단순하게 놀고먹는 수업이 아니라 통합교과수업으로 진행된다고 상상해보자. 짧게 3년, 길게는 6년의 시간 동안 아이들이 어떤 자력(自力)으로 어떤 세상으로 날아갈까 우리 선생들은 늘 이렇게 고민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세상으로 날아가는데 다양한 특성화활동이 실현된다면 참 유용하고 매력적인 교육이 될 것이다.(아울러 필자는 앞으로도 통합교과수업, 주제통합수업, 대안학교들의 체험학습 등에 대해 꾸준히 글을 쓸 생각이다. 그것이 가톨릭학교교육에는 작은 밀알이 되기를 꿈꾸며.)

학교는 아이들에게 앉아있는 지식만 전수하는 곳이 아니다. 그럴라치면 차라리 학교공부보다 문제집을 사서 달달 외우거나 학원에 가서 사교육을 받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은 학교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배우 것이 필요하다. 즉 인생을 배움에 ‘살림공부’만큼은 알차게 배워서 나가야 할 것이 아닐까?

도시에서 ‘산살림, 강살림, 바다살림’을 다 배울 수는 없지만 학교라는 못자리 안에서 그 힘을 미리 키워 가면 좋겠다. 아울러 아이들이 살림을 배우면서 마음을 모으고 몸을 키우며 상생(相生)의 지혜를 배우는 곳으로서 학교는 큰 못자리가 되어야 한다.

진정 우리가 배워가야 할 것들은 나 몰라 하며 수년 동안 껍데기 공부를 하면서 ‘스펙’ 쌓기에 몰두해야 하는 현실 속에 특성화 교과들은 살아 있는 교육을 위한 도전이 될 것이다.

내일은 목공실 난로에 밤고구마를 구워 아이들과 나누어 먹어야겠다. 기숙사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을까? }

변경환/ 베드로, 지평선고등학교(특성화대안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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