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수원교구 정평위)가 24일 오후 5시 천주교 수원교구청 1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수원교구 정평위 위원장 이기수(요아킴) 신부를 비롯한 교구 정평위 소속 사제 3명은 “최근 ▲생명윤리법 개정안 통과 ▲굶주리는 북한 주민에 대한 침묵 ▲무책임한 쇠고기 협상 ▲대운하 건설 추진 ▲보건복지가족부 예산 삭감 등은 윤리적 가치관과 인간 존엄성 상실에 기인한 것이고 공동선에 대적”되기에, “사회의 마지막 양심인 교회의 입장에서 대다수 국민들의 호소를 직시해 성명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성명서를 통해 “체세포 배아복제, 난자 매매를 부추기는 생명윤리법 개정안 통과는 생명윤리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공론화시켜 인간 존엄성을 상실시킨다”며 생명의 존엄성 회복을 촉구했고, 특히 최근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상황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비판하며 적극적인 대북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보다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근거 제시와 함께 쇠고기 수입을 근본적으로 재협상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환경 정의 차원에서 대운하 건설에도 강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또한 보건복지가족부 예산 삭감을 중단을 호소하며 사회 양극화로 소외받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달라고 말했다. [※성명서 전문 아래 참조]

이기수 신부는 “이번 성명 발표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사회정의차원에서 국민의 뜻에 맞는 방향으로 결론지어질 때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으며, “무엇보다 그동안 여러 단체나 교회 차원의 성명이 발표됐지만 북한 기아 문제처럼 중대한 사안이 활발히 공론화되지 않아 괴로웠다”고 성명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정부에서 쇠고기 재협상을 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응할 후속조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국민들의 뜻에 따라 흐름을 살피고 공통분모를 찾아서 주교회의 정평위 상임위에서 함께 교회 차원에서 지혜로운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앞으로 교구민에게 생명윤리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함께 생명존중 정신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원교구 정평위는 인간 존엄성과 정의사회 구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의 산하에 있다. 현재 이기수 신부(교구 사회복음화국장 겸 사회복지회장) 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교구 교정사목위원장 김기원 신부, 이주사목위원장 최병조 신부, 환경사목위원장 황창연 신부, 농민사목위원장 서북원 신부,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서종엽 신부 등 총 6명의 교구 사제가 위원으로 구성돼있다.

/교구 홍보·전산실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성명서

교회는, 교회가 사회의 마지막 양심이 되어야 하며, 모든 사람은 책임을 가지고 공동선을 위하여 의식적으로 참여할 의무가 있다고 가르친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은 다른 피조물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지성과 자유, 양심이 있기 때문에 존엄한 존재로서 공동선의 중심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교황 비오 11세께서는 ‘사회정의와 사회적 애덕’을 강조하셨고 “경제생활의 올바른 질서도 힘의 자유 경쟁에 맡길 수 없다(회칙 ‘사십 주년’ 참고)”고 하셨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이 점에 있어서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 ‘체세포배아복제와 난자매매’를 부추기는 생명윤리법 개정안 통과와 아사직전에 처한 북한주민에 대한 침묵, 무책임한 쇠고기 협상문제, 환경재앙의 주범이 될 대운하문제, 대안 없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예산 삭감 등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윤리적 가치관 상실, 인간 존엄성 상실에 기인한 것이며, 인간의 가치를 물질적 판단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요, 공동선에 대적되는 것들이다. 정치는 이 양심적 판단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할 책임이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존중을 위해 애쓰는 진정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정의가 통하지 않아 막힌 곳은 뚫어 주어야 하고, 뚫린 곳은 막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오늘날 정의를 외치는 대다수 국민들의 호소를 직시하면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히는 바이다.

첫째, 생명윤리의 존엄성 회복을 촉구한다.

최근 국회에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을 통과시켜 ‘체세포배아복제’와 ‘난자 매매’가 가능케 함으로써 인간존재의 모든 것을 정신과 물질로 이원화 시키는 혼란을 초래시켰다. 여성의 몸은 결코 상품화 되어서는 안 된다. 난자를 강제로 채취한 여성의 몸은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이미 밝혀진 대로 난소 과배란 증후군, 우울증, 출혈이나 감염, 불임,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난소 과배란 증후군으로 복부팽만, 난소크기 증가 등의 경증은 13~15%, 많게는 25%까지 보고되고 있고, 중증은 0.1%~10%까지 보고되고 있다(가톨릭대 산부인과 안현영 교수, 평화신문 849호 참고).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난자 매매는 난자를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도구로 전락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결국 정부는 배아줄기세포가 난치병 치료에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되는 잘못된 지식을 공식화 시키는 것과 같다.

가톨릭교회는 줄기세포 연구 전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생명 전체를 파괴하는 ‘배아줄기세포’연구를 반대하는 것이다. 대신 우리 교회는 ‘성체줄기세포’연구에 적극 지원하고 있고 이미 임상에 적용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 사례로 백혈병 치료에 사용되는 조혈모세포이식, 탯줄 태반 등 혈액줄기세포가 활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난치병인 뇌경색, 척추마비 환자들이 성체줄기세포 수술 후 상태가 호전된 임상사례 등으로 보고되고 있다 (평화신문 849호 참고). 이처럼 우리 교회는 인간 존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접근하는 모든 것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생명윤리법 개악과 같은 사례로 봤을 때, 정부는 물질적 가치 기준에 따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 위주의 성장지론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공론화시킴으로써 인간 존엄성을 상실시키는 비극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악법에 대해 끝까지 저항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아사직전의 북한 주민을 구하라.

지난 2000년 9월 UN 새천년정상회담에서 189개국 정부 대표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에서 ‘절대빈곤과 기아퇴치’ 를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목표로 내세웠다. 이 목표는 2015년까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절대 빈곤 인구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60억 중에 8억 5400만 명이 기아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평화신문 962호 참고). 이중 4억 명이 어린이이고 5초마다 1명씩 10살 미만의 어린이가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2005년 기준). 절대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지구촌을 돕는데 아군과 적군이 있을 수는 없다. 특히 북한은 우리 동포로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아무리 진보와 보수간의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은 한 민족으로서 당연히 결행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현 정권의 안일한 대북정책을 보면 매우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정치적 문제와 관계없이 추진하고 ▲북한이 먼저 지원을 요청해야 하며 ▲식량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확인되거나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선제 요청 없어도 식량지원을 추진할 수 있다(2008.5.20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인터뷰 내용 참고)는 정부의 3대 원칙을 비판한 바 있다. 여기서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지원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2006년, 2007년 연속 자연재해로 이미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미국도 인식하고 있다. 이미 1995년도 김영삼 전 대통령시절에 북한의 요청이 없어도 지원했던 예가 있었다. 지금의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는 현재 극심한 고통 중에 있는 650만 명의 주민 중에 최소 20만에서 30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 쓰촨성 강진 현장에는 신속히 달려갔으면서도 이북 동포들에 대해서는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 우리는 이러한 대통령의 대처에 상당한 실망을 감출수가 없다. 한 예로 해외 이북도민 간담회에서 “북 주민을 잘 살게 하는 게 목적” 이라고 말하면서도 “과거에 비난해서 덕을 본 습관이 있는 듯한데 비난을 하고 얻겠다고 하면 안 된다.” (2008.5.20 연합뉴스 참고) 라고 한 점만 봐도, 인도적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순된 모습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정부가 최악의 식량난으로 한시가 급한 이북의 상황에 긴급히 대처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셋째, 미국산 쇠고기 문제의 근본적인 재협상을 촉구한다.

지난 정권에서부터 7년간 힘들게 줄다리기 해왔던 문제를 현 정권에서는 단 며칠 만에 손쉽게 해결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이것은 단순히 실수가 아닌 배후에 밝히기 어려운 이면 약속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갖게 한다. 만약에 그런 것이 아니라면 우리 국민을 무시한 처사로서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로서는 고의건 실수건 이미 자행된 결과로서 돌이킬 수 없는 국제적 신의를 스스로 깨뜨리게 한 장본인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인내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국민을 위한 지도자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무책임한 행동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스런 일이라 할 수 있다. 어떠한 방법이 뒤따르더라도 국민이 가져야 할 기본 권리는 되찾아 와야 할 것이다. 정부는 힘 있는 여당으로서 이미 자만해 왔고 이런 우려가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치인은 이 문제를 정치권에서 정치인답게 풀어야 할 의무가 있다. 결코 국민을 혼란케 하는 원인 제공을 해서도 안 될 것이다. 현 정부가 국민을 위한 열린 정부가 되고 싶다면, 촛불시위가 염원하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생존권의 문제를 보수와 진보로 양분화 시키는 이데올로기적 접근 방식을 유도시키는 언론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대다수 국민이 걱정하는 대로 검역주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대통령께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바 있듯이, 30개월 상한선의 최소한의 권리를 존중받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정부가 주장하는 쇠고기 수입의 안정성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교회의 양심적 판단과 생명존중권에 입각하여, 명확한 증거제시와 함께 이에 뒤따르는 동물성 사료나 광우병에 접근한 어떠한 부위도 수입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을 요구한다.

넷째, 환경 재앙을 불러오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한다.

대운하 문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전체적인 국민의 생각을 수용하지 못 하는데서 출발했다. 대운하는 환경을 훼손하는 주범이 될 것이다. 한 예로 도시개발로 인한 인근 농촌지역에서는 수맥이 차단되어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다. 하물며 대운하가 건설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수질 오염은 물론, 상당한 생태계 파괴와 급격한 변화가 이뤄질 것이 자명하다. 경부 운하는 이미 환경 전문가들로부터 밝혀진 바와 같이 서울~부산 간에 너비 100m이상, 총 540km 길이의 수로 건설시 2500t~5000t 급 바지선이 운행되기 위해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의 수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보통 2500t 바지선의 경우 폭이 10m, 높이 15m, 길이 120m 정도의 크기인데 이것이 통과되기 위해 갑문 19개가 필요하다고 하니(출처: 한반도 대운하 추진 사업본부. 인천교구 3월 30일 성명서 참고) 환경전문가들로부터 심한 질타를 받고 있는 현실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다행히 이명박 대통령이 기자회견(6월 19일)에서 포기의사를 밝혔지만 ‘국민의 뜻이 원하지 않는다면’이란 단서를 달아 아직도 미련의 여지는 남아 있는 듯싶다. 자연 파괴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현재 어떠한 재앙을 갖고 오는지를 심각히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앞으로 우리는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대처해나갈 것이다.

다섯째, 보건복지가족부 예산에 대한 삭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선진국 대열을 바라보면서 경제성장을 외치는 현 정부는 보건복지가족부를 비롯한 모든 부서에 예산 삭감을 요하고 있다. 오히려 삶의 복지증진을 추구해야 할 시대적 사명을 역행하고 있으니 상실감이 클 뿐이다. 정부는 양극화 되어 고달픈 현실을 이겨내는 많은 서민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을 제시해도 현 내각을 의심하고 불안해할 마당에, 정부는 국민을 위로하기는 커녕 오히려 복지 예산 삭감을 단행함으로써 장애인, 저소득층, 어르신들에 대한 상대적 소외감을 증폭시켰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2007년도 자선 모금액이 2177억 원인데, 이 중에 84%가 기업과 단체에서 나온 것이고, 개인은 16%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 최저 수준인 중국의 20%보다도 낮은 통계라 할 수 있다. 세계 공동모금협회 45개 회원국의 평균 개인기부가 69.5%인데 일본은 70%, 미국이 83.2%로서 한국의 수준은 최하위 수준에 가깝다. (2008년 해외원조주일 담화문 참고). 이런 현실을 들여다보면 상류층의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국사회 안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책이 상당히 결여되어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안 없는 무조건식 예산 10%를 삭감시켜 일선 사회복지사들의 심각한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부처에서 그 많은 예산을 삭감하여 어디에 쓰는지 주시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사회복지기관을 위탁함에 있어서 전에 없던 상당한 법인 전입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신력 있는 법인에 위탁함으로써 질적인 저하를 막고 많은 후원회와 봉사자를 동원할 수 있는 배후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이중적인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그리고 현재의 사회복지사는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현장 속에 있으면서도 공무원 월급의 80% 수준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고, 제대로 된 인격적 대접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복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심리적 불안을 겪는 분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어야만 한다.

2008년 6월 24일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회복음화국장 이기수 신부
교정사목위원장 김기원 신부
이주사목위원장 최병조 신부
환경사목위원장 황창연 신부
농민사목위원장 서북원 신부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서종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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