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준 힘으로 누구를 지키는가

6월 30일, 국민 존엄을 선언하고 교만한 대통령의 회개를 촉구하는 비상 시국 미사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2백 여 명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들과
3만여 명의 신자들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올려졌다.


6월 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촛불 미사를 올린다는 공지가 알려지면서 그동안 목마르게 기다렸다는 듯이, 신자들은 하나둘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준비한 밀떡은 7천5백 개, 3만을 헤아리는 시민들과 신자들은 서울광장을 꽉 메웠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신자들만의 세상은 아닐 터.

국민이 준 힘으로 과연 누구를 지키려 하는가?!
아빠의 어깨에 무등 탄 아이도, 엄마 품에 기댄 아이도, 수도자도, 촛불을 든 당신도,
우리 모두는 용기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당신의 고뇌가, 이 시대의 아픔과 불신을 거슬러 오르는 커다란 물줄기의 발원지가 될 것입니다.

"불의가 세상을 덮쳐도 불신이 만연해도~"
신자들의 입당 성가 속에서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사제단이 입장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사제단의 사제만도 2백 명을 헤아렸다.

6시에 시작하기로 한 미사는 엠프 등 부대 시설을 옮겨오는 중에
경찰의 방해로 1시간 30분이나 지나서야 드릴 수 있었다.

3년 만의 시국 미사를 드리는 사제단 신부들.
세상 일에 신부들이 두 팔 걷어부치고 나서는 세상이 과연 참다운 세상인가?!
영과 속을 구분 짓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들이 못마땅하다.
못마땅해하지 말고 그들이 나서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게 순리가 아닌가?!
우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기억하는가?!

남들은 다 벌거벗은 줄 아는 데 저 혼자만 아닌 줄 착각하는 임금님.
저 혼자 먹통이면서 소통하자고 떼를 쓰는 이 나라 대통령님.
"하느님, 이 장로님 좀 말려주세요!"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이 거리 미사를 드리고 있다.


9시가 되어서야 시가 행진을 시작하였다.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요한 1,5).
어둠이 아무리 깊다 한들 터져나오는 새벽빛을 막을 수야 없는 것을.

"민주주의 죽여버린 폭력정권을 거부한다."
"국민 이기는 대통령 없다."
"대통령님, 당신도 이 니라 국민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우리는 청와대로 가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남쪽으로 갈 것입니다."
청와대는 외면당했고 시민들의 행진은 이명박 정부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들 속으로 들어갔다.
8시 40분쯤 서울광장을 출발하여 남대문을 거쳐 소공동을 지나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니 10시가 넘었다.
초저녁부터 불어나기 시작한 인파는 시가 행진을 하면서 3만을 헤아렸다.
조용히 평화적인 시가 행진이 끝나고 사제단은 단식 기도회에 들어갔다.
그리고 오후 6시 30분에 매일 미사를 올리기로 하였다.



/박오늘 200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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