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 만난 동성애> 출판 기념회

▲사진제공/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12월 4일 서울 명동의 향린교회에서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의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화려한 음악과 팬 사인회 등으로 흥겨운 여느 출판 기념회와는 달리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의 기념회는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고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는 사회로부터 특히 같은 교인들로부터 동성애자들이 받은 차별의 한이 깊다는 증거다.

2007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든 ‘차별금지법’이 입법예고됐다. 그러나 일부 개신교 측에서 법안에 ‘성적 지향’이 들어 있는 것에 크게 반발해 법안이 수정되었다. 이후 ‘동성애허용차별법안 반대국민연합’이 결성되어 지금까지 신문에 동성애 혐오 광고를 올리는 등 논란이 돼왔다.

이에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가 “기독교인들의 편견과 오만에 맞서겠다”며 2007년 결성되었고,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와 함께 ‘슘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슘’은 ‘쉼’과 ‘숨’의 의미를 함께 담은 이름이고 이들은 기독교 안에도 동성애에 대한 다른 목소리가 있음을 알릴 필요성을 느꼈고 책을 펴내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의 기획자인 한채윤 씨는 책의 기획자 노트 난을 통해 지난날을 회상한다. 2003년 4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제7조에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기준으로 ‘동성애’를 표방한 것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4월 7일 ‘국가기관이 청소년들에게 동성애를 권장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소돔과 고모라가 동성애 때문에 유황불 심판을 받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일부 언론사도 인권위를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결국 동성애에 대한 비난에 분노하며 ‘육우당’이라는 호를 쓰는 청년이 “수많은 성적 소수자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반성격적이며 반인류적인지…….”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 향린교회에 모인 이들은 "마음껏 눈물 흘릴 수 없었던 저희가 하느님 곁에 머물 수 있도록, '괜찮다. 너의 너 됨을 내가 사랑하는 줄 모르느냐'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사진제공/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이 책에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으로 상처받는 또 다른 육우당의 이야기들이 있다. 한채윤 씨는 “수줍은 고백과 가슴 시린 통탄이 있고, 절박한 호소와 눈물겨운 아픔이 있으며, 준열한 꾸짖음과 날 선 반성이 있는 이야기들”이라고 책을 소개한다. 책에는 목회자로서 바라보는 동성애와 성경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다.

동성애자는 교회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신앙생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책에서 ‘다시, 기독교를 생각하다’라는 꼭지를 쓴 이은(가명) 씨는 “보수적 기독교 환경에서 자라난 저는 2007년 차별금지법 논란이 벌어졌을 때 제가 배워온 것을 모두 지워버리고 싶었다”며 “교회에 대한 마지막 희망까지 버렸다고 생각할 즈음에 원고 요청을 받았고 신기하게도 거절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전직 목사이면서 ‘그리고 레즈비언으로 사는 이야기’라는 꼭지를 쓴 크리스(가명) 씨는 “예수님께서 이 시대에 오시면 동성애자의 손을 거절하지 않고 꼭 잡아줄 것”이라고 말한다. 교회도 동성애자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신학연구소 박영대 소장(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공동대표)은 “가톨릭 신자 중에도 동성애와 관련해서 사제나 평신도의 삶과 신앙을 다루는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교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사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게이 합창단 G보이스의 아름다운 노래로 마무리됐다. G보이스는 김민기 씨의 ‘금관의 예수’를 개사해 예수가 차별받는 동성애자와 함께하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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