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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제단, 촛불의 파수꾼으로천주교 사제들, 비상 시국미사 봉헌 후 시청 앞 광장에서 단식 농성 돌입

   

6월 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시국회의를 가진 뒤 오후 6시에 시청 앞 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기로 하였다. 오후 4시부터 사제단 미사를 위해 준비팀이 도착하였으나 가장 큰 문제가 음향문제였고, 봉사자도 따로 없이 몇몇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교 인권위원회 소속 활동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은 서울시에서 인력을 동원하여 미사를 방해하기로 작심한 듯 군데군데 잔디를 걷어내고 쌓아놓아서 모래가 훤히 드러난 상태였다. 다행히 제대를 설치한 국가인권위원회 방향이 꽤 넓었다. 시간이 흐르자 “이곳이 미사하는 곳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자리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6시로 예정된 미사가 준비되는 동안 벌서 2만명 이상의 신자들과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방송차량을 주문했는데, 경찰에 의해 여의도에서 제지당하고 있다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결국 7시가 가까이 되어서야 미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사제들이 홍해를 가르듯 입장하고

약 200여명의 신부들이 광장 반대편에서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이 신자들 가운데를 질러서 십자가를 앞세우고 입장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미 광장 전체가 인파로 꽉 채워진 상태였다. 한편 경찰은 시청광장 주변 태평로쪽과 서울프라자호텔쪽에 차벽을 설치해 둔 상태였다.

   

   

오후 7시 30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하는 시국미사가 시작됐다. 미사에 앞서 김인국 신부(정의구현사제단 총무)는 “나몰라라 하는 교회가 싫어서 냉담한 신자들도 오늘은 맘껏 영성체 하라”고 하면서, 차벽을 치고 서 있는 전경들도 오늘은 오랜만에 미사에 참여하라고 말했다.

주례를 맡은 전종훈 신부(정의구현사제단 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리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면서 “오늘 이 자리는 국민이 주인임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국민을 보호해야할 위정자들은 사대주의에 빠져 굽실거리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공권력은 국민을 저들의 몽둥이로 마구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사제단은 “거짓말로 국민을 속인 이의 마음을 꾸짖어 회개하도록 하고, 국민에게 불의에 맞서 용감히 싸울 수 있는 굳센 의지와 지혜를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사제단,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근거 물어

이날 미사에서 전종훈 신부는 ‘대통령의 힘과 교만을 탄식함’이라는 제목으로 강론을 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 맞고 있다”면서 “국민을 상대로 마구 저지르는 오늘의 폭력상과 거짓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분노한다. 주권재민을 힘껏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를 마음에 품고 오로지 기도에 집중하기 위하여 사제들이 오늘까지 이렇다 할 의견표명과 행동 없이 침묵 중에 지냈으나 이제 그런 절제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다. 국민이 그토록 간절하게 호소했건만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자진 굴복하여 문제의 쇠고기와 위험한 부속물 수입을 전면 허용해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들끓는 국민여론을 제압하기 위하여 몽둥이와 방패로 시민들을 패고 내려찍으며 무참히 폭력을 행사했다. 이로써 촛불에 담겼던 간곡한 뜻은 짓밟혔고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근거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보수언론의 폐해를 지적하며 “참여정부 시절 광우병의 위험성을 무섭게 따지고 들다가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을 강변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이라고 개탄하였다. 그리고 대통령 역시 국민을 속이고 있다면서 “대다수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의 궤적을 잘 알면서도 혹시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지난 대선의 결과를 빚어낸 것뿐”이며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저 미국에 충성하려드는 맹목적 사대주의”와 “돈을 위해 정신의 가치를 값싸게 여기는 정부의 경박한 물신숭배”를 지적하며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값싸고 질 좋은 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모두가 공생 공락하는 드높은 자존감”임을 분명히 하였다.

촛불은 평화의 상징이며 기도의 무기이며 비폭력의 꽃

그리고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요한 1,5)는 성경말씀을 인용하며 “우리 사제들은 청정한 수도자들과 전국의 모든 교우들과 함께 무장경찰들의 폭력에 숭고한 촛불의 뜻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드리고자 한다”면서 몇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였다. 먼저 대통령은 우선 쇠고기 협상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겸손하게 사죄를 청하는 뜻으로 장관고시를 폐하고 쇠고기 전면재협상을 선언하고, 문제의 핵심이 국민 건강의 안전성과 이를 보증할 검역주권인데 쇠고기 문제를 친미와 반미, 진보와 보수의 이념갈등으로 몰아가는 언론 왜곡을 중단하고, 어청수 경찰청장의 해임과 시위 중 연행된 사람들과 대책회의 구속자들의 전원 석방을 요구하였다.

국민들에게는 “촛불은 평화의 상징이며 기도의 무기이며 비폭력의 꽃”이라면서 “우리가 비폭력의 정신에 철저해야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 버릴 수 있다”고 하였다. 신앙인들에게는 “촛불은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이며 “저마다 마음을 비우고 맑게 하여 지친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되자”고 호소하였다.

미사 중에 김인국 신부(정의구현사제단 총무)는 시민들과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진심입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의 소리를 제발 들으시길 바랍니다”라고 외쳤다.

 

   

시국미사를 마치고 200여 명의 사제들이 앞장을 서고 천주교 수도자들이 그 뒤를 이어 따라가고 신자들과 시민들이 뒤를 이어 촛불행진을 벌였다. 행진에 앞서 김인국 신부는 “이제는 더 이상 대통령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화재로 소실된 남대문은 망가진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하면서, 남대문을 거쳐 한국은행과 소공동, 을지로를 거쳐 다시 시청으로 돌아올 예정임을 미리 밝혔다. 사제들이 광장을 빠져나오는 동안 줄지어 선 시민들이 “신부님 감사 합니다”를 연호하였다. 이 시간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 사제와 수도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매일 저녁 6시 30분에 사제단 시국미사 열릴 것

촛불행렬은 미사에 참석한 신도뿐 아니라 시민들이 대거 합세하여 약 7만여 명에 달했으며, 이들은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대통령의 교만과 무능이 민주주의를 짓밟는다”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이명박은 회개하라.” “어청수는 회개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였다. 행진 중에 아침이슬과 애국가,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불렀으며, 밤 10시경 다시 시청으로 돌아왔다.

이 자리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은 신자들과 시민들에게 “사제들은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오늘 밤부터 시청 광장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갈 것임”을 공지하고, 매일 저녁 6시 30분부터 시국미사가 열릴 것이며, 오늘처럼 내일도 이 자리에 모이자고 요청하였다.

   
   

시국미사와 촛불문화제를 정리한 사제단은 시청 오른쪽 광장에 천막 한 동을 설치하고, 10여명의 신부들이 철야농성과 단식으로 촛불문화제가 계속 열릴 수 있도록 시청광장을 지키기로 하였다. 사제단 천막에는 '촛불파수꾼 사제들의 단식기도회'라는 플래카드가 걸어놓았다. 집회가 끝나는 게 아쉬운 듯 신자들과 시민들은 사제단 천막 앞에서 사제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어떤 이들은 큰절을 하기도 했다. 시청 광장에는 여전히 군데군데 사람들이 모여서 촛불을 한데 모아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며칠 째 계속되던 이명박 정부와 공권력의 강제진압에 따른 협박으로 위축된 것처럼 보였던 시청 앞 광장에 다시 촛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일부 신자들은 미사 중에 “신부님들이 앞장 선 데, 걱정할 필요 없어. 빨리 나와”하는 전화를 주고 받았다. 김인국 신부는 이번 시국미사의 의미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하는 것”이며 “촛불의 의미가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제단이 이번 미사와 단식농성에서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안타까운 점은 “국민들이 상처입은 자존감 때문에 촛불을 들었는데 정부에선 그 마음을 알아주기는커녕 시민들을 윽박지르고 몽둥이로 때리고 군홧발로 밟았다”고 말했다. 한편 문정현 신부는 “국민들의 하느님과 이명박의 하느님은 다른 하느님인 것 같다”고 하면서 “진짜 하느님은 국민들의 하느님”이라고 말하고, 사제단이 이렇게 나서게 된 것은 “막힌 물꼬를 트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봉 2008-07-01

 


‘대통령의 힘과 교만을 탄식함’ 강론 전문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탈을 쓰고 너희에게 나타나지마는 속에는 사나운 이리가 들어 있다. 너희는 행위를 보고 그들을 알게 될 것이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딸 수 있으며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딸 수 있겠느냐?”(마태 7,15)

대한민국 민주주의 심각한 위기 맞고 있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마구 저지르는 오늘의 폭력상과 거짓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분노합니다. 주권재민을 힘껏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를 마음에 품고 오로지 기도에 집중하기 위하여 사제들이 오늘까지 이렇다 할 의견표명과 행동 없이 침묵 중에 지냈으나 이제 그런 절제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이 그토록 간절하게 호소했건만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자진 굴복하여 문제의 쇠고기와 위험한 부속물 수입을 전면 허용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들끓는 국민여론을 제압하기 위하여 몽둥이와 방패로 시민들을 패고 내려찍으며 무참히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이로써 촛불에 담겼던 간곡한 뜻은 짓밟혔고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근거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교만과 무지를 탄식하면서 그들의 병든 양심을 교회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꾸짖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하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조중동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

먼저 보수언론의 폐해를 지적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광우병의 위험성을 무섭게 따지고 들다가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을 강변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입니다. 정론직필의 본분을 버리고 이해득실에 따라 말을 뒤집는 언론의 실상이 널리 알려진 것은 만시지탄이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국가정책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국민을 속이고 있는 현실은 더욱 큰 불행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순진하다고 착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그의 궤적을 잘 알면서도 혹시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지난 대선의 결과를 빚어낸 것뿐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금번 쇠고기 협상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도 울분을 터뜨릴 일이지만, 높이 받들고 깊이 새겨야 할 천심을 폭력으로 억누르는 정부의 교만한 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이 국가정책 많은 부분 속이고 있는 현실 더 큰 불행

그저 미국에 충성하려드는 맹목적 사대주의도 딱한 일이거니와 오늘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재앙은 무엇보다도 돈을 위해 정신의 가치를 값싸게 여기는 정부의 경박한 물신숭배에서 비롯했음을 지적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값싸고 질 좋은 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모두가 공생 공락하는 드높은 자존감입니다.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졸속협상이나마 정부의 주장대로 이에 복종하는 것이 한미 FTA 체결 조건에 유리하고, 그래서 자유무역이 혹시 경제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억측이 설령 옳다고 가정해도 그 결과는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양극화 현상을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게 교회의 판단입니다. 결국 정부는 불행한 미래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의 통곡과 신음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는 것입니다.

경찰의 폭력에 숭고한 촛불의 뜻 꺼지지 않도록 지키겠다

우리는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요한 1,5)는 성경말씀을 묵상하면서 오늘까지 촛불을 지켰던 민심을 지지하고 격려합니다. 우리 사제들은 청정한 수도자들과 전국의 모든 교우들과 함께 무장경찰들의 폭력에 숭고한 촛불의 뜻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드리고자 합니다. 정부는 원천봉쇄와 강경진압 그리고 오늘 아침에 벌어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압수수색과 체포 따위로 진실을 어둠에 가두려고 하겠지만 이런 모진 마음 때문에 국민이 받은 상처와 모욕은 더욱 깊어만 갈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대통령에게 호소합니다.

1. 국민은 너그럽습니다. 대통령은 우선 쇠고기 협상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겸손하게 사죄를 청하는 뜻으로 장관고시를 폐하고 쇠고기 전면재협상을 선언하길 바랍니다. .

2. 먼저 들으셔야 합니다.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은 먼저 국민의 소리를 들으시고 그 진실을 깊이 헤아린 다음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길 바랍니다.

3. 국민은 현명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민 건강의 안전성과 이를 보증할 검역주권입니다. 일부 언론이 쇠고기 문제를 친미와 반미, 진보와 보수의 이념갈등으로 몰아감으로써 핵심을 왜곡하지 말아야합니다.

4. 과잉 폭력진압을 지시한 어청수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시위 중 연행된 사람들과 대책회의 구속자들을 전원 석방하십시오. 그리하여 존엄을 바라는 국민의 상처를 씻어주길 바랍니다.

5. 국민 여러분에게도 호소합니다. 촛불은 평화의 상징이며 기도의 무기이며 비폭력의 꽃입니다. 우리가 비폭력의 정신에 철저해야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 버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신앙인에게 호소합니다. 촛불은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입니다. 저마다 마음을 비우고 맑게 하여 지친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됩시다.

2008년 6월 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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